현대화랑, 《아르카익 뷰티 – 삼국시대 손잡이잔》展
현대화랑, 《아르카익 뷰티 – 삼국시대 손잡이잔》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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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 미술 평론가 10년 간 컬렉션 공개
오는 10월 16일까지, 삼국시대 가야‧신라 손잡이 잔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10년 전부터 우리의 옛 문화를 선보여 오고 있는 현대 화랑이 올해에는 조선시대에서 삼국시대까지 돌아가 우리네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삼국시대 가야, 신라 손잡이(높이 12cm) (사진=현대화랑 제공)
▲삼국시대 가야, 신라 손잡이(높이 12cm) (사진=현대화랑 제공)

현대화랑은 풍속화, 민화책거리, 화조도, 문자도, 그리고 목가구, 옛 공예 등 우리의 옛 문화를 전시로 기획해왔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현대화랑은 이번에 《아르카익 뷰티 – 삼국시대 손잡이잔 》전시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삼국시대 가야ㆍ신라 손잡이잔 100여 점을 선보인다.

약 1500년 전 삼국시대 가야와 신라인들이 만든 손잡이잔은 오늘날의 머그(mug)와 그 형태가 매우 유사하면서도 역사적 가치와 공예품 이상의 미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평이한 기형과 문양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태토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약간 메마르거나 파리한 맨살의 질감을 미술사에서는 ‘고졸(古拙, archaic) 양식(최범/디자인 평론가, 「고졸한 스투디움, 현대적인 푼크툼」 중) ’이라고 말한다. 4~6세기에 중점적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됐던 가야와 신라의 손잡이잔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뿔잔(각배)을 비롯한 손잡이잔의 영향을 받아, 한국 전통의 간결하고 단아한 형태미와 민첩한 선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조형미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삼국시대 가야, 신라 손잡이잔(높이 8cm)
▲삼국시대 가야, 신라 손잡이잔(높이 8cm) (사진=현대화랑 제공)

세계 문명사에서 다양한 손잡이잔을 만들어 사용한 유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 가야· 신라의 손잡이잔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당시에 손잡이가 붙은 잔들은 음료나 차 등을 마실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잔들은 일찍이 가야와 신라 사회에서 전용 제기를 갖춘 제의(祭儀)와 음다(飮茶) 문화가 상당히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아르카익 뷰티 – 삼국시대 손잡이잔》 전시장 전경 (사진=현대화랑 제공)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손잡이잔들은, 언덕의 경사면에 길게 만들어진 터널형의 오름가마로 불리는 등요(登窯)에서 1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구워낸 것들로, 두드리면 쇳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며 회청색에서부터 먹색, 갈색 등 다채로운 색감을 띠고 있다. 아울러 잔의 표면 무늬는 대부분 세상 만물의 기원이자 불멸을 상징하는 물(水, 雨)과 물의 기원인 구름(雲) 등을 나타내고 있어, 문양들은 마치 현대 추상화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가 10년간 수집한 삼국시대 가야ㆍ신라 손잡이 잔의 예술성과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가야·신라 토기 문화의 경외스러운 예술성을 재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