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거수(老巨樹) 6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청와대 노거수(老巨樹) 6주,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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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방 이후, 청와대 내 수목 보존 논의 후 결정
6주 노거수… 문헌, 사진자료 통해 역사성 확인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청와대 노거수(老巨樹) 6주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제7차 천연기념물분과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노거수 6주(반송 1주, 회화나무 3주, 말채나무 1주, 용버들 1주)를 청와대 노거수군」명칭으로 오는 30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 녹지원 반송
▲청와대 녹지원 반송 (사진=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국민 개방 이후 일반국민, 수목전문가 등으로부터 청와대 경내에 있는 노거수에 대한 조사와 보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왔다. 이후 문화재위원, 식물전문가 등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천연기념물(식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 노거수들에 대한 생육상태, 문헌, 사진자료 등을 수집하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경복궁과 경복궁에서 뻗은 산줄기·산등성이·산기슭에는 경작을 금한다”는 기록<경국대전(권6 공전, 재식편)>, 도성내외송목금벌사목(1469년)에 언급돼 있는 소나무 벌채금지 내용, 도성지도(18세기 말), 경성시가도(1933년) 등 여러 역사적 문헌기록을 통해 약 300년 동안 보호돼 온 경복궁 후원에서 청와대로 이어져 온 숲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춘재 말채나무와 청와대 녹지원 회화나무
▲상춘재 말채나무와 청와대 녹지원 회화나무 (사진=문화재청 제공)

또한, 1938년 경무대관저경내부지배치도(축척1/1,200)를 통해 북악산에서 시작해 청와대를 지나 향원정까지 물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 청와대 노거수 군은 바로 이 청와대 물길 인근에 자리 잡고 커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10년과 1928년에 촬영된 유리원판사진에는 융문당‧융무당과 함께 서있는 청와대 반송군과 주변 숲의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경무대 일원 숲의 규모도 확인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되는 청와대 노거수들의 위치를 보면, 반송은 청와대 녹지원 안에 있고, 녹지원을 둘러싼 인근 숲에 회화나무 세 그루가, 상춘재 앞에 말채나무가 있으며, 용버들은 여민관 앞쪽인 버들마당에 따로 떨어져있다.

▲1928년 북쪽에서 내려다본 경복궁 융문당과 융무당(출처, 궁능관련 유리원판도록, 문화재청 자료-관융문당과 융무당 후면에 수림이 조성되어 있고 융문당 측면에 반송으로 추정되는 수목이 확인됨)  (사진=문화재청 제공)

‘반송’은 경복궁 융문당‧융무당 주변에서 자라온 나무로,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이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청와대를 대표하는 노거수로 볼 수 있으며, 한국 근‧현대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온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라고 할 만하다.

‘회화나무’ 세 그루는 청와대 녹지원 인근 숲의 경계를 따라 배치돼 있다. 숲에 있는 나무들 중 가장 키가 크고, 경복궁 후원의 본래 식생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수종이다.

▲청와대 녹지원 회화나무
▲청와대 녹지원 회화나무 (사진=문화재청 제공)

‘말채나무’는 자생수종으로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이 없는 희소한 나무다. 오늘날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종으로, 모양이 아름답고 생육상태가 양호하다. 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사용되며 조선 후기의 어학사전인 유희의『물명고(物名攷)』에서 우리민족 생활사와 관련된 내용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용버들’은 고대부터 승천하는 용을 상징해 황실에서 애호하던 수종으로, 북악산에서 시작한 물길(실개천 습지)인근에 사는 생물학적 희소성을 지닌 지표수종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청와대 노거수 군」에 대해서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