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58일간의 오페라 성찬”…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9월 개막
[현장리뷰]“58일간의 오페라 성찬”…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9월 개막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9.0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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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11.19, 대구오페라하우스
독일 만하임극장 오케스트라 등 230여 명 초청, ‘니벨룽의 반지’ 전편 공연
개막작, 푸치니 ‘투란도트’...대구·광주 문화 교류 합작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다가오는 가을, 대구가 오페라로 물든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자간담회 현장 ⓒ대구오페라하우스

내달 23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총 58일간 펼쳐질 이번 오페라축제의 주제는 ‘연대와 다양성’이다. 이탈리아의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독일의 바그너,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한국의 윤이상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준비한 것을 시작으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독일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과 유서 깊은 이탈리아 페라라시립오페라극장의 오페라를 초청하였고,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장이 개막작 연출에 참여했다. 또한 국내의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협업하고,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등 음악적인, 지역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축제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또한 이를 통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의 일원인 대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을 중점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을 앞둔 지난 31일 오전, 대구오페라하우스 3층 대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이날 자리에는 박인건 대표, 정갑균 공연예술본부장 등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와 더불어 영남오페라단의 김귀자 예술감독과 개막작 <투란도트>를 연출하는 불가리아 소피아극장장 플라멘 카르탈로프, 폐막작 <심청>의 최승한 지휘자 등 공연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아홉 편의 메인오페라를 비롯한 콘서트•부대행사들로 가득 채워질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한 오페라 <투란도트(9.23-24)>로 화려하게 개막한다. 2014년 이후 축제 무대에서 8년 만에 만나는 푸치니의 초대형 오페라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장 플라멘 카르탈로프가 연출을 맡고,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포디움에 서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난해 개막작 <토스카>에 이어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참여해 대구의 음악적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줄 예정이며, 국내 최고의 ‘투란도트’로 자리매김한 소프라노 이윤정과 김라희가,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 역에는 테너 윤병길과 이정환이 노래하는 등 호화로운 캐스팅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작품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 오는 11월 25일과 26일에는 광주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으로, 2019년을 시작으로 한 ‘오페라 달빛동맹’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달빛동맹은 달구벌 대구(오페라)와 빛고을 광주(발레)의 문화 교류 동맹이다. 

두 번째 작품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10.7-8)>로, 아름다운 음악과 높은 예술성으로 뉴욕타임즈로부터 ‘가장 위대한 오페라’로 선정된 작품이다. 순진한 여인들을 희롱하다 결국 천벌을 받게 되는 바람둥이 ‘돈 후안’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 이제 손을 잡고’, ‘카탈로그의 노래’ 등 아리아들이 유명하다.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페라라시립오페라극장과 합작한 프로덕션으로, 현지에서 제작한 최신 프로덕션과 무대 의상, 주요 출연진들을 초청하여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 대구오페라콰이어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페라라시립극장과의 공연교류 프로그램으로, 2023년 11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투란도트>가 페라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을 앞두고 31일 오전 대구오페라하우스 3층 대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왼쪽부터) 오페라 <투란도트>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 오페라 <심청> 최승한 지휘자, 대구오페라하우스 박인건 대표, 영남오페라단 김귀자 예술감독,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예술감독ⓒ대구오페라하우스

<니벨룽의 반지>는 난쟁이 니벨룽족 알베리히가 가진 절대반지를 중심으로 신의 세계가 몰락하고 인간의 세계가 새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금껏 <라인의 황금>, <발퀴레> 등 반지 시리즈 작품 중 한 편만을 공연하거나 콘서트로 선보이는 경우는 있었으나, 작품 4편을 한 번에 선보이는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특히 독일 만하임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주역까지 총 230여명을 초청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하다.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Opernwelt)’에 의해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의 연출작이자 독일 만하임국립극장에서 올해 7월에 공연된 최신 프로덕션이며, <라인의 황금(10.16)>, <발퀴레(10.17)>, <지그프리트(10.19)>, <신들의 황혼(10.23)>까지 총 네 편의 오페라가 현지에서 제작된 그대로 무대에 올라 국내 바그네리안(바그너 오페라의 열성 애호가)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껏 올리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한 '유네스코 음악제’ 관련 포럼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만하임국립극장과의 공연교류 프로젝트로, 2026년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윤이상의 <심청>이 같은 규모와 조건으로 만하임에 진출하게 된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니벨룽의 반지 전편이 공연되는 것은 한국에서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라며 “세계적인 축제에 걸맞게 역사적인 의식과 소명으로 축제의 가치 등을 잘 표현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베르디의 대표작이자 베스트셀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10.28-29)>가 무대에 오른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지루할 틈 없는 전개로 작품을 연출하는 아르노 베르나르의 2014년 연출작으로, 초연 당시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화제가 되었던 <라 트라비아타>는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인간의 본질을 고민한 베르디의 의도에 부합되는 메시지를 극적 요소에 잘 녹여냈으며, 단순하고도 상징적인 이미지로 시각효과를 극대화 한 작품이다. 소프라노 김성은과 김순영, 테너 김동원과 이범주, 바리톤 양준모와 이승왕 등 정상급 출연진들이 포진하고 있다. 

30년 이상의 관록을 자랑하는 영남오페라단은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11.4-5)>를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서 선보인다.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천재 작곡가 로시니가 단 3주 만에 완성한 희극 오페라로, 대구에서는 영남오페라단이 2008년 초연하며 우리말 대사와 흥미진진한 연출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번 <신데렐라>는 원작의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며, 재미난 우리말 각색이 더해져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부담없는 작품이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11.18-19)>이 축제를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설화를 소재로 한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대본은 독일의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판소리 ‘심청가’에 영감을 받아 작성했다. 윤이상이 가진 국제적인 명성에 비해 그의 오페라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는데, <심청> 역시 1999년 한국초연 이후 23년만에 공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1999년 공연 당시 지휘를 맡았던 최승한 지휘자와 한국 최고의 창작오페라 연출가 정갑균이 <심청>의 역사적인 21세기 초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소프라노 윤정난과 김정아가 주역인 ‘심청’을, 바리톤 제상철과 김병길이 ‘심봉사’ 역을 맡는 등 탄탄한 실력을 가진 성악가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덕션은 향후 해외극장과의 공연교류에 적극 활용될 예정으로, 2026년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을 비롯해 2024년에는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에 진출하게 된다. 

▲(위부터)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는 소프라노 김은혜, 오페라 ‘심청’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는 바리톤 제상철
▲(위부터)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는 소프라노 김은혜, 오페라 ‘심청’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는 바리톤 제상철

아울러,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개막작 <투란도트>의 ‘류’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은혜와 폐막작 <심청>의 ‘심봉사’을 맡은 바리톤 제상철 등 지역의 성악가들이 각 작품의 주요 아리아를 연주해 축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더했다.

이밖에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며 대구 곳곳에서 진행되는 ‘프린지 콘서트’, 한국형 오페라 제작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인 ‘카메라타 오페라 쇼케이스’,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펀스튜디오 소속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잔니 스키키>’,  대구성악가협회 소속 실력파 성악가 50명이 대거 출연하여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 합창의 무대를 만들게 될 ‘오페라 갈라콘서트 50스타즈 Ⅱ’,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합창단 콘서트’ 등 다양한 콘서트와 ‘오페라 오디세이’ 등 특별행사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갑균 예술감독은 “지역간, 국가간의 오페라 작품 교류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과 연계된 오페라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경제와 문화예술을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신세계 대구법인과 산업공구 기업 크레텍이 메인스폰서가 돼 오페라하우스 및 오페라축제를 후원한다. 또 독일의 필기구 브랜드 파버카스텔과 커피 프랜차이즈인 핸즈커피가 올해 축제 협찬사로 참여한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콜센터(1661-5946), 대구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www.daeguoperahouse.org)와 인터파크 홈페이지(ticket.interpark.com)를 통해 가능하다. 문의는 053-666-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