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展
전남도립미술관,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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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사진가 이경모 회고전, 12.18까지
국내 국공립미술관서 첫 개인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전달하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길” 대한민국 기록사진계의 거목 이경모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가 개최된다.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진전으로 이경모의 사진 140여 점과 그의 생애가 담긴 개인적인 자료들이 다수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9월 6일 시작해 12월 18일까지 진행되며, 사진가 이경모의 개인전이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순사건으로 불타는 여수 시가지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이경모(1926~2001)는 전남 광양 출신 사진가로 호남 신문사(현 광주일보의 전신)의 사진부장으로 재직하며 각종 역사적인 사건과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의 현장 등을 사진으로 남겼다. 또한 전국 각지의 풍경과 문화재, 그리고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시대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경모의 사진은 사건과 풍경의 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단순히 역사적 자료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적·미학적 측면에서의 고유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경모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중 비교적 전시 이력이 없는 일상과 자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그의 사진들이 지닌 기록적 측면뿐만 아니라 예술적 측면을 유심히 살피고자 하는 기획이다.

특히 이경모는 여순사건과 6.25 전쟁을 기록한 사진으로 유명하다. 그는 “여수, 순천에서 숨져간 2천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동족 간의 내전으로 인해 3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6.25 전쟁은 분명 우리 민족에겐 아직까지도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고 부끄러움으로 존재한다. 그런 역사의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던 나로서는, 그런 비극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고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라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전시는 그가 찍은 여순사건 사진들과 전쟁 전후 사진들을 다수 선보이며 사건들의 중요성과 함께 작가의 시선과 성실한 기록의 여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광주 계림국민학교
▲광주 계림국민학교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사진가 이경모는 어린 시절 서양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19세 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적도 있고, 천경자 작가와 함께 미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런 그의 이력만큼 그의 사진은 사건 속의 사람을 유심히 살피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풍경을 미학적으로 고려해 사진에 담아낸다. 전시 제목인 ‘역사가 된 찰나’ 역시 이경모의 작품들이 사건 안에서 잊히기 쉬운 개개인의 역사가 담긴 찰나를 사진으로 건져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이경모 작가가 사진가로서 소신 있게 삶과 역사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했던 한편, 그의 사진에는 ‘예술가적 시선’이 담겨있다. 이런 부분을 관람객분들이 즐겨주시면 좋겠다”라며 전시에서 주목할 점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