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전국 예술 공연 단체 창작력 돋보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레퍼토리 피칭》
[현장스케치] 전국 예술 공연 단체 창작력 돋보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레퍼토리 피칭》
  • 이은영·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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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공연, 창작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 선봬
단체별 QR코드, 유튜브 활용한 자료집 배포…열정 느껴져
자유 미팅 공간 마련됐으나, 기관과 실질적 미팅 없어 아쉬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이지완 기자] 공연예술단체와 전국 문예회관의 대규모 네트워킹 행사 《제 15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시작됐다. 19일 개막한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예술단체들의 레퍼토리 피칭으로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레퍼토리피칭을 하고 있는 그루잠 프로덕션 ⓒ서울문화투데이
▲레퍼토리피칭을 하고 있는 그루잠 프로덕션 ⓒ서울문화투데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루비홀, 사파이어홀에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열린 <아트마켓-레퍼토리 피칭>에는 총 35개 팀(루비홀 18개 팀/사파이어홀 17개 팀)이 참가했다. 행사 2일 차부터 열리는 아트마켓 전, 예술단체에서 준비해 온 공연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사파이어홀 레퍼토리피칭에는 다원예술, 전통예술, 연극, 뮤지컬, 음악, 무용 장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17개 단체가 참여했다. 공동제작/협업제안을 제안하는 2개 단체도 참여한 자리였다.

17개 참여 단체는 (발표순서대로) 그루잠 프로덕션(다원예술), 브라소닛(다원예술), 코리아트 ENT(다원예술), 다아트(공동제작/협업제안), 브러쉬씨어터 유한책임회사(공동제작/협업제안), 문화발전소 열터(전통예술), 아정컴퍼니(전통예술), 극단 에테르의꿈(연극), 창작집단 꼴(연극), ㈜하모니컴퍼니(뮤지컬), 아트컴퍼니 담다(뮤지컬), 한다프로덕션(뮤지컬), MEG컴퍼니(음악), 공연그룹 [새바](음악), 인피니티(음악), 공간 서커스살롱(무용), 본아트 컴퍼니(무용)다.

▲19일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레퍼토리 피칭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19일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레퍼토리 피칭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지역 맞춤형, 문예회관 특징 고려한 피칭 발표 돋보여

피칭에 참여한 예술공연단체들은 전국 문예회관 및 기관의 니즈를 고려한 듯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선보였다. 단체들은 출연진과 러닝타임, 요구되는 공연 장소 조건 등을 소개하며 문예회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했다.

지역사회와 근접한 문예회관의 특성을 고려해, 어린이와 노년층 관람객을 노린 작품 피칭도 돋보였다. 지난해 첫 공연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창작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의 제작사 ㈜다아트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제작을 지향하고 있는 단체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피칭을 맡은 ㈜다아트 정민경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중 온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은 거의 없다”라며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첫 공연 이후 평점 9.6을 받는 등 좋은 성과를 얻어냈고, 관객들의 나이대별 공감과 이와 어우러지는 판타지의 신비로움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는 평을 얻었다”라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전했다.

이어 정 대표는 ㈜다아트의 자체제작 컨텐츠를 소개하며 “㈜다아트의 컨텐츠는 교육프로그램으로서의 전환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뮤지컬을 접하기 어려운 중년, 노년층을 스토리로 공략하고 아동·청소년은 교육프로그램으로서 작품 활용을 언급하며, 공동제작 협업 제안 피칭을 마무리 했다.

▲레퍼토리피칭을 하고 있는 다아트 ⓒ서울문화투데이
▲레퍼토리피칭을 하고 있는 다아트 ⓒ서울문화투데이

이외에도 전통예술공연 「쾌도 난장」을 제작한 문화발전소 열터도 전 세대를 공략한 작품으로 차별화된 피칭을 선보였다. 문화발전소 열터는 자신들의 강점으로 저렴한 섭외비를 내세우기도 했다.

문화발전소 열터는 “16년된 사회적 기업으로 택견, 사자놀이, 탈춤, 버나 놀이, 판소리 등을 활용한 전통액션 연희극을 선보여오고 있으며, 우리 전통예술이 지닌 상생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우직하게 걸어왔다”라며 “열터는 보다 많은 관람객이 전통문화의 가치를 즐겼으면 하고 바라고 있기에 공연 섭외비를 1,000만 원 전후로 책정해오고 있다. 70분 공연에 20명의 출연진이 등장하고, 야외와 실내 어디서든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자신들의 강점을 어필하는 피칭을 보였다.

전국 문예회관이 각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공연하고 있는 작품의 변형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팀들도 인상적이었다. 세종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공연 「좀비 동화 “따뜻한 시체들”」을 선보이고 있는 무용 예술 단체 본아트컴퍼니는 지역별 맞춤 공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 아트컴퍼니는 “공연 시 배경으로 사용되는 일러스트들은 실제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를 모델로 해 거의 실제와 가깝게 구현했다”라며 “어린이들이 보다 실감 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요소다. 만약에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면 그 지역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친화적인 작품으로 변형해 접근하려 하고 있다”라며 전국 문예회관을 공략하는 피칭을 이어나갔다.

▲레퍼토리피칭을 하고 있는 공간 서커스 살롱, 공연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 전 몸풀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레퍼토리피칭을 하고 있는 공간 서커스 살롱, 공연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 전 몸풀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 성과 공유 등 강점 내세워

3시간여 진행된 레퍼토리 피칭은 각 단체별로 10분의 발표 시간은 주고, 발표 시간을 정확하게 엄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정해진 발표 시간을 넘는 경우 사회자는 빠르게 발표를 마무리해달라는 안내를 전했다.

피칭에 참여한 예술단체들은 1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자신들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강력한 강점 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피칭을 운영했다. 문예회관의 니즈를 채우는 방식의 발표 이외에도, 각 단체들의 성과를 소개하는 발표도 이어졌다. 그중 최근 높아진 K-컬쳐를 강점으로 내세운 피칭이 눈에 띠었다.

제일 첫 번째 순서로 레퍼토리 피칭을 시작한 그루잠 프로덕션은 다원예술 마술공연 「SNAP」의 해외 공연 성과를 공유했다. “지팡이가 없어도 완벽한 마법사들”이라는 뉴욕타임즈의 보도를 언급하며, 지난해 러시아 체호프 국제연극제 참석 경험도 전했다.

그루잠 프로덕션은 “레퍼토리 피칭인 만큼 잘난척을 좀 하고 싶다. 「SNAP」은 「난타」 공연 이후 브로드웨이로 초청된 첫 공연이며, 태양의 서커스와도 협업을 하는 등 해외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았었다”라며 자신들의 작품이 얻은 성과들을 공유했다.

공동제작/협업 제안 피칭을 펼친 브러쉬씨어터 유한책임회사는 미국, 캐나다 등의 월드투어와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당시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 속 관람객은 “프린지 페스티벌 중 가장 즐거운 공연이었다”라고 말했고, 브러쉬씨어터 유한책임회사는 독자적인 콘텐츠 개발을 자신들의 강점으로 내세우며 피칭을 이어나갔다.

10분 내외의 짧은 피칭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피칭 참가사들은 공연영상을 선보이며, 작품의 퀼리티를 선보이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또한 극단 에르테르의 꿈, 한다 컴퍼니 등은 공연 영상 QR코드가 삽입된 자체 소개 책자를 준비해 제공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선보였다.

▲레퍼토리피칭 중 한산한 자유미팅공간 ⓒ서울문화투데이
▲레퍼토리피칭 중 한산한 자유미팅공간 ⓒ서울문화투데이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예술 단체가 피칭을 진행하다보니, 피칭 참가기관들과 질의 응답을 나눌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또한,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개최와 함께 시작된 행사로 페스티벌 참여자들의 여유로운 교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레퍼토리 피칭 시작 시간과 참가사들의 체크인 시작 시각이 겹쳐 행사 초반의 저조한 참여율도 아쉬웠다. 행사장 로비에서 체크인이 진행되면서, 레퍼토리 피칭이 시작됐음에도 피칭장소 사파이어홀은 많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10여 분 후가 되자 참석자들이 다수 자리를 채웠고, 행사 중반부까지는 많은 참석자가 함께했다. 하지만, 피칭이 진행될수록 많은 이들이 자리를 비웠고 1부 피칭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다시 공간이 한산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칭에 참가한 예술단체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채우고, 문화예술 재단 등 기관 관계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파이어홀 외부에는 예술단체와 문예회관의 네트워킹을 위한 자유미팅 장소가 마련됐지만, 실제 사용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피칭 행사장 내에서 공연단체 간의 소통 자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습은 긍정적인 지점이었다.

하지만, 2일 차부터 시작되는 문예회관 부스 운영 아트마켓에 앞서 전국 예술단체가 지닌 잠재력과 역량을 확인하기에는 효율적인 시간이었다고 여겨진다. 앞으로 시작되는 3일간의 페스티벌 기간동안 피칭을 마친 각 예술단체와 전국 문예회관의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