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문예회관-예술단체” 다시 잇는 교류의 장, 해비치 아트마켓 활황
[현장스케치] “문예회관-예술단체” 다시 잇는 교류의 장, 해비치 아트마켓 활황
  • 이은영·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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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회관 부스 운영, “예술 단체 적극적 설명 들을 수 있어 긍정적”
쇼케이스 무대 마친 팀, 아트마켓 찾아 제작사 홍보 도와
문예회관 사이 네트워킹도 이뤄져, 공연예술계 전방위 소통의 장 마련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이지완 기자] 《제 15회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2일차 일정이 시작됐다. 2일차부터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그랜드볼룸 홀에서 전국 157개 문예회관, 문화재단 및 기관이 부스를 운영하는 아트마켓이 열렸다. 공연예술 단체와 문예회관의 실질적인 교류가 진행되는 아트마켓은 20일 오전 10시부터 21일 오후 4시까지 이틀간 운영된다.

이번 아트마켓에 참여하는 문예회관 및 문화재단, 기관은 총 157개다. 강원(7개), 경기(23개), 대구·경북(22개), 서울·인천(26개), 부산·울산·경남(25개), 대전·충청·세종(21개), 호남·제주(24개), 기관(9개) 부스가 공연예술 단체들을 만난다. 문예회관 부스에선 예약 미팅과 자유 미팅이 진행되며, 공연예술단체와 문예회관 단체들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아트마켓 현장을 찾은 ㈜메이크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공연팀 ⓒ서울문화투데이
▲아트마켓 현장을 찾은 ㈜메이크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공연팀 ⓒ서울문화투데이

문예회관 부스 운영, 만족도 높은 시스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KOCACA/코카카)는 2년 전부터 아트마켓 운영구조의 변화를 꾀했다. 전국 문예회관 및 재단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공연제작사에서 부스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아트마켓을 꾸렸다. 부스는 시·도별로 섹션이 나뉘어 배치돼 있다. 각각 시·도별로 부스 색상을 달리해 공연제작사들이 구분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

문예회관 부스에서는 팻말로 예약미팅, 자유미팅 알림을 표시했다. 공연예술단체들은 정해진 예약 미팅 사이사이 자유미팅 팻말이 놓인 부스를 찾아다니며 미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부스에선 공연예술단체들이 미팅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달라진 아트마켓 운영방식에 대한 현장 반응은 어떨까. 아트마켓에 참여한 기관과 공연예술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대부분 만족적인 반응을 전했다.

종로문화재단 김소희 주임은 “재단 측에서 부스를 준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 과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대체로 만족적인 운영방식”이라며 “예약미팅과 자유미팅이라는 어떤 미팅 절차가 생긴 것이 아트마켓에 안정감을 주고 있고, 굉장히 많은 예술단체에서 부스를 직접 찾아와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평소 느낄 수 없었던 다채로운 시각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이전에 예술단체 측에서 부스를 운영할 때는 장내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주임은 “예술단체들이 부스를 운영할 땐 홍보 열기가 과열돼 장내가 너무 소란스럽기도 했는데, 그에 비해 지금은 굉장히 안정된 것 같다”라며 “예술단체가 부스를 운영했을 땐 예술단체 이름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가 즉각적으로 연결이 안 돼 인식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상황 속에서 단체들의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라며 바뀐 운영 방식이 지닌 장점을 짚었다.

종로구에 자리한 아이들극장을 운영하는 종로문화재단은 다양한 콘텐츠를 지닌 예술단체들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표했다. 김 주임은 “‘우리 재단에서 원하는 것은 어린이극’이라고 밝히자 성인대상 컨텐츠를 소개하던 예술단체에서 즉각적으로 어린이극 콘텐츠를 선보였다”라며 “예술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컨텐츠들을 느껴볼 수 있었고, 얼마든지 콘텐츠의 변화를 추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아트마켓 서울,인천권 부스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아트마켓 서울,인천권 부스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강동문화재단 관계자도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강동문화재단은 “재단 측에서 부스를 지키는 것이 훨씬 좋은 방식인 것 같다”라며 “재단 뿐 만 아니라 기획사 측에도 이 방식이 더욱 좋다고 생각된다. 기획사들도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부스 비용도 들고, 재단을 막연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본인들이 가능성 있어 보이는 지역 등을 먼저 컨택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 방식이라고 본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공연예술단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전해졌다. 코리아트 ENT 허군열 연출가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는 2회차부터 참여해왔다. 아트마켓 운영방식에 대한 변화를 내가 먼저 제안했었고, 이렇게 변화된 점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럽다”라며 “해비치페스티벌 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긴 어렵지만, 매년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가면 굵직한 성과들이 있어서 매년 참여해오고 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극단 걸판 박기태 감독 역시 좋은 반응을 표했다. 극단 걸판은 2005년 경기도 안산에서 창단한 극 창작집단으로 연극·뮤지컬 작업 등을 이어오고 있다. 박 감독은 “공연예술단체들이 이렇게 대면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홍보할 기회가 많이 없다. 이런 아트마켓이 1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맙고, 직접 재단에 인사하며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업계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미팅을 하면서 업계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공연장에서 제안해주는 객석의 규모도 늘어나고, 공연 스케줄도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공연 스케줄이 드문드문 있었고, 갑자기 공연이 취소되기도 해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2년 간 공연계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앞으로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아트마켓 충청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부스 미팅 현장
▲아트마켓 충청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부스 미팅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코로나 이후 회복하는 공연계, 공연기획사 열정 느껴져

아트마켓에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좋은 작품들을 문예회관과 재단에 어필하고자하는 예술단체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아트마켓 곳곳에선 부스 배치도를 살피며 미팅 계획을 짜고 있는 예술 단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또한 150여개에 달하는 문화재단을 모두 만나보기 위해 팀별로 구역을 나누어 미팅에 나서는 예술단체들도 있었다.

재즈를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알리는 공연을 펼치고 있는 보라아트뮤직은 단체티셔츠를 맞춰 입고, 아트마켓에 참여하는 등 기획사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라아트뮤직 배애령 이사는 “지난해에는 혼자 해비치 아트마켓에 참여했는데, 올해에는 동료들과 함께 마켓을 찾아서 미팅에 참가하고 있다”라며 “다른 기획사에서도 올해에는 좀 더 많은 사원과 함께 마켓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보다 더 활력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배 이사는 “현장에서는 원활한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문예회관과 얼마나 매칭될 지는 모르겠으나, 기대를 갖고 미팅에 나서고 있다”라며 “보라아트뮤직에선 재즈 장르의 확산을 위해 문학과 재즈, 여행과 재즈와 같은 주제를 가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아트마켓에서 다양한 공연장을 만나고 있기에 전국 지역 공연장과 소통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갖고 왔다”라고 아트마켓에 임하는 열정을 전했다.

▲아트마켓 부산,울산, 경남권 부스 전경
▲아트마켓 부산,울산, 경남권 부스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전국 문예 회관에 확실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기획사들의 독특한 준비도 눈길을 끌었다. 20일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쇼케이스 공연을 마친 ㈜메이크쇼 공연팀은 무대복장 그대로 아트마켓 현장을 찾아서 이목을 끌었다. 아트마켓에 참여한 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공연팀과 사진을 찍는 등 이색적인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메이크쇼 관계자는 “문예회관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방식은 직접 찾아가서 우리의 강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라며 “예술단체들이 움직일 수 있게끔 운영되는 이런 방식은 제작사들이 지금처럼 퍼포먼스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공연팀은 부스에서 미팅이 이뤄질 때, 직접 연기를 보여주는 등 독특한 홍보마케팅을 보였다.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해 선보이고 있는 음악퍼포먼스 기획사 원뮤직(ONE MUSIC)은 공연 영상을 담은 VR기기를 가져와 홍보활동을 펼쳤다. 부스 관계자들에게 직접 VR기기 착용을 도와주고, 공연 영상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원뮤직 조미원 대표는 “공연장 관계자분들에게 원뮤직이 가지고 있는 공연의 현장감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서 VR 현장을 구현해 선보이게 됐다”라며 “이번에 서귀포예술의전당 공연이 있어 제주도를 찾게 됐다. 올해 처음으로 해비치 아트마켓에 참여하게 됐는데, 다양한 현장 관계자분들을 직접 뵙고 소통할 수 있어서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트마켓 호남,제주권 부스 전경
▲아트마켓 호남,제주권 부스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창작자, 기획자, 문예회관 등 전방위 네트워킹 장 열려

아트마켓에선 문예회관과 예술단체의 네트워킹 이외에도 공연예술계 전방위 소통의 장이 열렸다. 공연예술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한 곳에 모이는 특별한 행사이기에 평소에는 쉽게 만날 수 없던 이들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트마켓 진행 내내 끊임없이 미팅을 이어간 충청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해비치 아트마켓이 예술단체 뿐만 아니라 다른 문예회관이 어떤 공연을 올리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자리여서 뜻깊다고 말했다. 충청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관계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많이 찾고 있었는데, 많은 예술 단체들이 청소년 대상 극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이번 아트마켓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됐다”라며 “아무래도 충청남도는 수도권이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적은편이다. 그런데 이번 아트마켓을 통해 공연 현장의 트렌드와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다른 기관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어가는 것 같다”라고 아트마켓 참여 소회를 전했다.

해비치 아트마켓은 전국 공연 예술계 관계자가 모인 만큼, 지금 공연예술계의 경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성동문화재단 임승주 주임은 이번 아트마켓을 통해 기획자로서 넓은 시각을 얻게 됐다며 보람을 표했다. 임 주임은 “이번 아트마켓을 통해서 공연장이 아닌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제작사 분들과 미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항상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고민했는데, 소규모 거리 버스킹 공연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돼 새로운 시각을 얻은 것 같다. 내년도에 함께 공연을 올리고 싶은 다양한 팀이 있어, 성과를 얻고 가게 됐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김미현 주무관 해비치 아트마켓이 문예회관 뿐 아니라, 창작자와 기획자들의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여러 해동안 해비치 페스티벌에 참여해왔는데, 올 때마다 다양한 측면으로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느낌”이라며 “공연예술계 관계자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드문데, 해비치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긍정적 반응을 전했다.

아트마켓은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공연예술계가 다시금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가 느껴지는 자리였다. 예술 단체들은 좀 더 많은 공연의 기회를 기대하고 있었고, 전국 문예회관은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공연장을 알리며 시야를 넓히고 있었다. 해비치 아트마켓이 다시금 활동하고 있는 공연예술계의 열기를 전국에 있는 관람객에게 닿게 할 기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