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제 15회 해비치아트베스티벌: 교류협력 네트워킹》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 속, 문예회관은 공연예술계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상중계] 《제 15회 해비치아트베스티벌: 교류협력 네트워킹》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 속, 문예회관은 공연예술계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이은영ㆍ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22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타버스, NFT 등 신기술 활용 컨텐츠 공유
문예회관 현실 토대로 한 플로어의 다채로운 질의 이어져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 디지털 시대 변치 않는 가치 중요성 대두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이지완 기자] 급변하고 있는 기술 환경 속, 아날로그 방식이 익숙했던 문예회관들을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속도가 하나의 기술을 익히는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교류협력 네트워킹 마지막 섹션으로 문예회관의 미래, 변화하고 있는 공연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21일 열린 KoCACA교류협력 네트워킹 4섹션 질의 응답 현장, (좌측부터) 차민태 관악문화재단 대표, 류정식 고스트엘엑스 대표, 유민석 플러 DYC 대표, 유경희 논산문화관광재단 문화기획팀장 ⓒ서울문화투데이
▲21일 열린 KoCACA교류협력 네트워킹 4섹션 질의 응답 현장, (좌측부터) 차민태 관악문화재단 대표, 류정식 고스트엘엑스 대표, 유민석 플러 DYC 대표, 유경희 논산문화관광재단 문화기획팀장 ⓒ서울문화투데이

21일 오전 10시부터 해비치호텔&리조트 루비홀에서는 “공연예술계의 핫 이슈, 문예회관과 미래의 공연 환경”을 주제로 한 네트워킹 세션이 열렸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신기술의 전문가, 문예회관 현장에서 기술 적용 기획을 펼치고 있는 현직자의 발제 이후, 간단한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차민태 관악문화재단 대표의 사회 속에서 발제자들의 발표는 현재 문화예술 전시ㆍ공연 사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술 혁신, 신기술 도입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변화 방향성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은 NFT, 메타버스와 같은 개념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함께 이뤄져 참여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첫 번째 발제는 여러 문화예술단체의 기술 PM(product manager)을 맡아오고 있으며, 무대 공간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류정식 고스트엘엑스 대표가 맡았다. 류 대표는 ‘문화예술사업의 디지털ㆍ온라인 전환, 가능성과 한계’라는 주제로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예술과 기술 융합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혁신 방향성을 언급했다.

류 대표는 발제를 시작하면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VR기술은 이전부터 계속 언급됐다. 한 다섯 차례 정도 주목받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다지 반응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비대면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이 상황 속에서 VR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즉,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회의 요구가 없다면 기술은 발전ㆍ활용 가능성을 얻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앞서서 사회가 어떤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정식 고스트엘엑스 대표가 발제하는 모습
▲류정식 고스트엘엑스 대표가 발제하는 모습 (사진=KoCACA 제공)

류 대표는 앞으로 바뀔 문화예술조직 구조도 언급했다. 현재는 기술에 대한 지식이 보편적이지 않아, 기술PM의 역할이 큰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T베이스 형식의 아트 비즈니스 조직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는 조직의 상급자가 한 명이고, 부하 직원에게 다양한 과업을 지시하는 형식이라면 앞으로는 예를 들어서 한 명의 창작자가 음향, AI, 무용 등을 조금씩 아우르면서 작품을 창작하고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미 이런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로 스웨덴 안무가 프레드릭 리드만(Fredrik Rydman), 일본 안무가 카이지 모리야마(Kaiji Moriyama) 등이 있다. 이들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현재 변화의 방향을 알아가 보면 좋을 것”이라고 리서치 대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발제는 화가로 활동하며, NFT기반 사업도 운영하는 유민석 FLUR DYC 대표가 맡았다. ‘공연예술계의 핫 이슈, NFT 시장 확대’라는 주제로 시각예술ㆍ전시 분야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한 NFT에 대한 소개와 발전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유 대표는 현 사회에 NFT아트가 주목받기 시작하게 된 과정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2007년 당시 화가로 활동하면서 디지털상의 이미지가 앞으로 가치 있는 재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삼성과 현대백화점 등에 사업제안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누가 디지털 이미지를 돈을 주고 사겠느냐’라며 무시를 당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NFT 시장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가 계속 상승해 왔고,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의 주목도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유민석 FLUR DYC 대표가 발제하는 모습 ⓒ서울문화투데이

비트코인 열풍은 NFT 시장으로 이어졌고, 그라임스(엘론 머스크 전 연인)가 20분만에 NFT 작품을 65억 원치 판매하고,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NFT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785억 원에 낙찰되면서 NFT 시장에 대한 시대의 관심은 증폭됐다. 하지만, 유 대표는 NFT를 큰돈이 오가는 투자품이 아닌 새로운 ‘IP비즈니스’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NFT는 기존 문화예술 시장에서 많은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NFT는 작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구조이고, 누구나 창작하고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현재 MZ세대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고귀함이나 아우라에 만족을 느끼기보다, 자신들이 경험하고 소비하며 즐길 수 있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시대의 방향성이 NFT와 맞물려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라고 NFT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한 현장의 견해도 전했다.

마지막 발제는 기술 변화 시대에 문예회관은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구성됐다. 유경희 논산문화관광재단 문화기획팀장‘문예회관과 미래의 공연 및 전시 환경’이라는 주제로 현장 친화적인 기술 적용 사례들을 소개했다.

유 팀장은 발제하기 전, 앞선 전문가들의 발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술 전문가분들의 사례를 보면서 놀라움을 느꼈다. 하지만 문예회관 종사자의 입장에서 ‘과연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공연ㆍ전시가 문예회관의 예산으로 가능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문화재단 입장에서 많은 고민이 생겨났다”라고 말했다.

▲유경희 논산문화관광재단 문화기획 팀장이 발제하는 모습 ⓒ서울문화투데이

전주, 청주 문화재단의 근무 이후 현재 논산문화관광재단에 소속돼 근무하고 있는 유 팀장은 문예회관 단위에서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는 공연예술 변화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현재 문예회관이 기획하고 있는 미래 공연과 전시는 ▲온라인 공연ㆍ전시 ▲4차 산업 신기술 융합 공연ㆍ전시 ▲이머시브(Immersive) 공연ㆍ전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ㆍ전시 ▲새로운 형태의 극장ㆍ전시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고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ㆍ전시’와 한정된 공연장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극장ㆍ전시장’을 활용하는 공연에 대해서 강조했다. 제주도에서 진행된 연극 <해녀 춘옥에게>라는 사례를 소개하며, 공연장이 아닌 버려진 어판장을 연극무대로 활용하고, 관객과 배우가 소통하는 방식의 공연 운영을 새로운 미래 공연의 방향성으로 제안했다.

유 팀장은 빠르게 변화해가는 기술 발달 속에서 문예회관의 깊어지고 있는 고민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자신이 믿고 있는 ‘아날로그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공연 환경이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공연장을 찾고 있고,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는 힘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세계가 빠르게 디지털화돼도, 사람, 지역, 예술이 함께하는 문예회관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발제 이후에는 사회자, 3명의 발제자가 함께하는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뤄졌다. 사회를 맡았던 차민태 대표는 토론을 시작하기 전 자신이 왜 이번 세션의 사회를 맡게 됐는지 의문이 풀리는 시간이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차 대표는 “왜 문화재단 대표인 내게 신기술을 주제로 한 세션을 맡겼는지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라며 “발제를 들으면서 과거에 예술위원회 재직 당시 ‘기술 입은 예술교육’ 시행을 위해 해외 아티스트와 석학을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그 때 해외 아티스트나 교수들이 ‘한국은 우리보다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왜 되레 우리한테 자문을 구하냐’라고 얘기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잘 활용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술의 무한함을 알게 됐고, 또 이를 받아들이는 문예회관의 현실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교류협력네트워킹 현장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교류협력네트워킹 현장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선 ‘예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문화예술의 디지털 전환을 문예회관 단위에서 시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주제로 많은 질문들이 귀결됐다. 차 대표는 실질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예산 규모가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질문으로 질의 응답 시간을 이끌었다.

류 대표는 “소개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서 많은 분이 놀라신 것 같은데, 사실 예산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그 이후에 예산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예산은 어떻게든 맞출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몇 억이 투자되는 프로젝트도 있고, 1000만 원 이하의 프로젝트도 존재한다”라고 답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변화 속, 디지털 전환 압박이 문예회관에 닥치고 있는데 문예회관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종로문화재단과 프로젝트 경험이 있던 류 대표는 어떤 시도를 하기보다, 예술가와 기술자의 만남을 주도하는 것이 문예회관의 역할일 수도 있다라는 답을 전했다. 또한, 현재 문예회관 단위에선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준이 없어 더욱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도 전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도 공간을 디자인할 때 무조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진 않는다. 자체적인 타당성 기준을 설정하고,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 때 시도를 한다. 그런 기준들이 문예회관 단위에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논산문화관광재단 유 팀장은 문화재단이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지역사회 전체에 더 가깝게 다가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디지털 전환 이외의 미래 문예회관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온라인 공연의 활성, 디지털 전환은 닥쳐오고 있는 방향이지만 신기술만으로 현재의 아날로그적 문화예술 경험을 모두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라며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문예회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한정된 공연장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대중을 만나고 혁신을 꾀하는 것이 앞으로 문예회관이 시도할 역할이라고 본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는 변화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공연예술계의 핫 이슈, 문예회관과 미래의 공연 환경” 네트워킹 세션은 혼란 속 시대의 방향키를 제안하는 자리였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문예회관 자체에서 주도할 수 없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방향성 교육 등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해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지금 가장 필요한 논의가 이뤄진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