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 케이스 ④
제15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 케이스 ④
  • 김남식 객원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8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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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상통프로젝트/다원[싸운드 써커스]
14) 원초적음악집단 이드/전통 [Bon Voyage!]
15) 윤아트/다원 [가곡드라마 “소나기”]
16) 극단 청자/연극 [춤이 보이는 연극 ‘곰스크로 가는 기차’]

13. 유상통프로젝트/다원<싸운드 써커스>
키치 스러움의 무거움

▲다원<싸운드 써커스> 무대 스케치 (사진=김남식 제공)

-유튜브에서 기록적인 뷰를 달성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는 숨겨진 코드가 있다. 그것은 전혀 진중하거나 깊이를 강요하지 않고 가벼움의 미학으로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뮤지션들이 감정에 호소하고 깊이의 강요를 무장한 뮤직 비디오 시장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역발상의 컨셉으로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였고 그 숨겨진 코드들 때문에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 코드는 일테면 많이 든 제작비를 적게 든 것처럼 오히려 조잡하게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제작비와 노동력이 들어갔기에 관찰자에게 너무도 쉽게 해석 되었다는 것이었다. 국내 1호 환경 퍼포먼스그룹 유상통 프로젝트는 환경문제를 예술적인 접근으로 풀어낸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이다. 그들은 등장부터가 이미 대중과 긴밀한 호흡으로 환경의 문제를 풀어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가벼움 속에 그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결론은 너무도 심각하고 심오한 것들이다 .일상에서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그것으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여 그들의 주장을 전하는 방식은 오히려 신선했다.

현재 경기도 파주에 상주한 단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공간 안에서 발생하고있는 환경 문제를 유쾌하고 상쾌하게 그리고 통쾌하게 해결 하려는 의도로 이 작품을 완성 했다고 한다. 가벼움으로 무장하여 심각한 환경의 문제를 진중하게 풀어내는 이 단체는 3가지 버전의 작품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예술 표현에 있어서 가볍거나 무거움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고민해야할 심각한 문제에 대해 너무도 쉽게 풀어낸 작품이기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야 할 작품이다.

 

14.원초적음악집단 이드/전통 <Bon Voyage!>
미쳐야 사는 음악집단

▲전통 <Bon Voyage!> 무대 스케치 (사진=김남식 제공)

-태평소, 피리, 장구, 꽹과리, 징으로 만들어내는 한국적 리듬은 우리 귀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 악기로서의 한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악기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통하여 인간 감정의 다양함을 폭발시키는 음악적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가 ‘이드’이다. 그들은 심지어 목탁까지도 한국의 전통 악기가 되어 서양의 기타와 키보드 등과 협업을 한다. 무대 위에서 두명의 연주가가 연주하는 태평소 소리는 이미 서양 악기와 맞물려서 서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어서 목탁과 키보드가 다시 태평소와 드럼이 묻고 답하듯 감정선을 최고치로 올리고 그들은 이미 미쳐있었다. 한국의 전통 악기를 이용하여 이처럼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어 동시대인들의 공감대를 확장시키고 있다.

객석의 관객들이 감동을 하는 순간은 퍼포머들이 단순하게 기량을 앞세워서 공연을 할 때보다 오히려 그들 퍼포머가 자신 안에 미쳐있는 모습을 보일 때 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5명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낸 좋은 여행 Bon Voyage는 우리가 한국음악과 한국의 악기로 만들어 내는 음악적 한계를 벗어나 비로소 세계적인 음악을 양산 할 수 있음을 확인한 무대였다.


15. 윤아트/다원<가곡드라마 “소나기”>
소년과 소녀의 그 후 이야기

▲다원<가곡드라마 “소나기”> 무대 스케치 (사진=김남식 제공)

-매체의 혼합이 대세인 것 같다. 모든 예술장르가 혼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표현방법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단순하게 각각의 장르의 혼합으로만 멈출 때가 있다. 윤아트 단체가 완성한 가곡드라마 ‘소나기’는 소설, 음악, 무용, 연극의 혼합을 통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라는 찬란한 감정의 여운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음악은 배우와 뮤지션들의 호흡이 좋았으나 갑자기 흐름을 깨는 나레이션은 다소 아쉬웠다. 영상의 전환 또한 둔탁하게 이어졌고 전체 드라마의 서사를 따라 가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내 마음 흰 구름이 되어’ 부분에서는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기교는 좋았으나 작품 전체에 연결되는 동작적 특징과 무용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소나기 원작의 흐름과 노년의 현재가 이중적으로 오버랩 되듯 4명의 배우가 부르는 노래는 찬란한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를 적절하게 보여주었다. 과거의 회상 장면과 현재의 시점을 설명하는 레인스틱의 활용 또한 인상적이었고 그 해 여름으로부터의 노래와 분위기는 원작의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온 듯 울림이 있다. 다매체적 특성을 갖고 있는 윤아트가 제작한 가곡드라마 ‘소나기’는 두고두고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작품이다.


16. 극단 청자/연극 <춤이 보이는 연극 ‘곰스크로 가는 기차’>
춤이 언어가 될 때

▲연극 <춤이 보이는 연극 ‘곰스크로 가는 기차’> 무대 스케치 (사진=김남식 제공)

-독일 부퍼탈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가였던 피나 바우쉬Pina Baush는 연극과 무용을 혼합한 형태의 탄츠 떼아터 양식의 예술 표현을 완성하였다. 그녀는 춤에서 금기시되었던 대사를 적절하고 탁월하게 사용하여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그녀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완성하게 된 게기는 지극히 영향을 받은 당시 표현주의 연극 연출가들과의 교류에서였다. 연극과 무용이 가깝고도 긴밀한 형태로 발전되어 온 것은 강조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2017년 전남 강진에서 창단된 극단 청자는 춤이 보이는 연극을 지향한 작품으로 쇼 케이스에 참가했다. 연출자가 의도한 움직임 언어로 대사를 넘어선 표현을 의도했고 극중 중간 중간 두 명의 무용수가 등장하여 주요한 내용의 전개을 암시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춤이 무거웠다. 그 이유는 작품의 서사와는 다르게 남 여 무용수들의 춤이 익숙한 형태의 무브먼트로 무대를 맴돈 것이다. 익숙하다는 표현은 오로지 이 작품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위해서 안무된 것이 아닌 이전의 무용공연 또는 무용수 자신들의 학습된 2인무를 통째로 이 작품에 삽입한 인상이었다.

남녀 무용수의 호흡은 더디고 긴밀한 느낌이 부족했다. 그러나 무용수들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여 연출자의 의도를 살려 내려는 시도와 그 결과물인 이 작품을 응원한다. 춤이 언어가 되기까지는 안무자 개인의 철학과 연출자의 철저한 의도가 만나서 서로가 만들어낸 표현이 정제된 후 비로소 언어가 된다. 향후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무용수와 안무자와의 교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해야만 춤이 보이는 극단 청자만의 예술적인 언어가 만들어 질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글/사진=아츠앤컬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