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던 조선시대 두 관리 묘지석, 국내 기증돼
일본에 있던 조선시대 두 관리 묘지석, 국내 기증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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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청자‧백자철화 방식 묘지석…시대사 연구 중요한 유물
문화재청 “기증자의 선한 의지 감사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한국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사무총장 김계식, 이하 재단)과 함께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이 기증한 묘지(墓誌)석 2점 <백자청화김경온묘지(白磁靑畵金景溫墓誌)>와 <백자철화이성립묘지(白磁鐵畵李成立墓誌)>를 28일 공개했다.

▲<백자청화김경온묘지> (사진=문화재청 제공)

묘지(墓誌)는 고인의 생애와 성품, 가족관계 등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는 돌이나 도판(陶板)으로, 개인뿐 아니라 시대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물로 평가 된다. 이번에 기증된 두 점의 묘지는 각각 백자청화와 백자철화 방식으로 제작됐다.

<백자청화김경온묘지>는 1755년 제작된 단사(丹沙) 김경온(金景溫, 1692-1734)의 묘지다. 김경온은 영조2년(1726) 진사시에 1등으로 합격해 건원릉 참봉(參奉)으로 임용됐으나, 곧 사직하고 고향인 예안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전념한 인물이다.

김경온 묘지는 다섯 장의 구성이 완전하게 남아 있다. 백토로 만든 판 위에 청화 안료를 이용해 해서체로 정갈하게 묘지문이 작성돼 있다. 특히, 분원(分院/조선시대에 사옹원(司甕院, 음식에 대한 일을 맡던 관아)에서 쓰는 사기를 만들던 곳)에서 청화백자묘지를 사적으로 구워 만들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도 매우 높다.

<백자철화이성립묘지>는 조선시대 무관으로 활동하였던 이성립(李成立, 1595-1662)의 묘지다. 2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타 묘지에 비해 내용은 간결한 편이나, 17세기 후반 조선 변방 지역 무관들의 혼맥과 장례 등의 생활사를 살피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음각과 철화 기법이 사용됐고, 묘지가 분리되지 않게 두 장을 마주 포개어 묶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뚫려있는 점 등 제작 방식에서 희귀성과 특수성을 보여 가치가 높다.

▲<백자철화이성립묘지>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 기증은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재재재단으로 직접 연락해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두 묘지의 정확한 반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최근 일본 문화재 유통 시장에 나온 것을 소장자가 발견하면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기증자는 “당연히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유물로 생각한다”며 어떠한 보상이나 조건 없이 기증의사를 밝혔다.

이후 재단은 묘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원 소장처인 의성김씨 문중과 경주이씨 문중을 방문해, 묘지가 일본에서 확인된 사실과 소장자의 기증 의사, 한국에서의 활용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양측 문중은 소장자의 기증의사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환영하며, 묘지의 국내반입과 앞으로 국내에서의 보호, 활용과 관련해 유물 공개 및 기탁을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두 묘지의 기증은 소장자의 선의, 조상의 유품이자 가문의 보물을 기꺼이 기탁하기로 결정한 두 문중의 결심, 여기에 발맞춘 유관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력 하에 성사됐다는 점에 더욱 뜻 깊은 과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