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비치: 문예회관인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 수상자 인터뷰] 최정우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 “오산 시민에게 폭 넓은 공연예술 장르 소개하고파”
[제주해비치: 문예회관인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 수상자 인터뷰] 최정우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 “오산 시민에게 폭 넓은 공연예술 장르 소개하고파”
  • 이은영 발행인ㆍ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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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계기로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존경받는 인물 돼 뿌듯
기술직 시작해 공연팀 총괄 업무로, 특이한 이력 소유
현장 경험 살려 지역 내 문화시설에서 재능기부 펼쳐
오산시 문화시설 대상, 음향‧조명‧무대시스템 전반 점검 및 사용법 교육 실행
‘교육도시‧문화도시’ 지향하는 오산시의 니즈 파악 콘텐츠 유치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이지완 기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좁혀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이 필요하다. 기관과 문화예술인, 문화예술인과 시민들 그 사이의 역할을 행하고 있는 문예회관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문화예술의 힘이 더욱 중요시되는 이 시점에서 행정인이면서 예술인과의 원만한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존재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폐막한 《제15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는 문예회관에서 맡은 바 역량을 충실히 다하며,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한 이들에게 포상이 시행됐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정우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 ⓒ서울문화투데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정우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 ⓒ서울문화투데이 

최정우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은 문예회관 운영활성화, 지역문화발전 도모, 오산문화재단 인지도 상승에 큰 역할을 해 《제15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문예회관인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을 수상했다. 최 팀장은 ‘교육도시’, ‘젊은도시’를 표방하는 오산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공연 컨텐츠를 유치하며 재단 기획공연 브랜드 향상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경기문화재단의 다양한 지원사업 유치로 시민들에게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전문 공연장 이미지 격상에도 일조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20일 수상자 인터뷰를 위해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최 팀장은 문화예술현장 직무 경험을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최 팀장은 공연 일을 맡기 전 무대기술 총괄 업무를 하며,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장과 행정의 경계를 넘어, 오산문화재단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최 팀장의 무기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태도였다. 코로나19 상황 속 침체된 지역 공연 예술계의 시간을 자신의 현장 경험을 살린 ‘재능기부 프로젝트’로 채워, 새로운 출발의 기반을 만들었다.

1978년 생으로 올해 45세인 최 팀장은 지금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뛸 수 있는 나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오산시에 더욱 다양한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와 포부를 들어봤다.

‘문예회관인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 싶다.

18년 동안 문화예술인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을 처음 받게 됐다.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문화예술 관련 업종에 임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가족에게 느껴지는 감정이다.

결혼을 일찍 해서, 나는 자녀가 둘이 있다. 큰 아이는 군대를 제대했고, 둘째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다. 큰 아들은 소방안전학과에 재학 중이고, 둘째 아들은 공연계통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시상식에 오기 전 아이들에게 ‘아빠가 이 직종에서 오래있다 보니까, 이런 상도 받게 됐다’고 얘기하니, 굉장히 좋아했다. 아빠 직업에 대한 존경심도 있다고 항상 말하는 아이들이었는데, 이번 수상이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된 것이 뿌듯한 마음이다.

이번 ‘문예회관인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 수상 요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공연팀 일을 하기 전에, 원래 무대기술 총괄일을 했다. 현장 스텝으로, 무대 감독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2021년 3월 1일자로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을 맡게 됐다. 팀장이 돼서 가장 열심히 노력을 기울인 것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오산’에 어울리는 공연콘텐츠를 많이 가져오는 일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재단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실질적으로 한문연 방방곡곡 지원사업에 많이 선정되기도 했다. 아마 이 과정 속에서 오산 지역 시민들에 질 좋은 공연을 많이 선보인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특히 ‘어린이 콘텐츠 공연’을 유치하는 데에 많은 힘을 쏟았다. 이러한 시도 덕분에 오산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이 다양한 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우리한테 맞는 좋은 공연을 많이 유치했고, 지역시민들에게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다. 무대기술로 일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공연팀을 이끌고 있다. 색다른 경험의 지점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근간에는 무대 기술 인력이 공연기획 쪽으로도 많이 넘어오는 추세인 것 같다. 지금 많이들 시도하는 듯 하다. 나는 올해 나이가 마흔 다섯 살인데, 현장에서는 한참 일할 나이다. 현재는 재단 내에서 공연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이력을 살려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있다.

무대기술 감독 출신이다 보니, 조명이나 음향 등 무대 전반 시설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풍부한 현장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태였다. 이점을 활용해서 오산 내 문화 시설 관리자들에게 재능기부를 진행했다. 당시 오산 지역 신문에도 보도가 되고 꽤 이목을 끌었던 프로젝트였다.

오산 지역에는 낙후된 문화 시설이나 공연장이 참 많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 공연장이 모두 휴관에 들어가면서 각 시설들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연이 없으니까 기술 감독들이 단순히 시설 점검만 하는 상황이었고, 이런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때 우리 팀은 오산 전 지역에 공문을 뿌리고, 재단 소속의 무대기술 감독들이 문화 시설을 찾아가서 재능 기부를 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이후로 각 시설에 문화재단 소속 음향‧조명 감독님들이 재능기부로 시설‧장비의 관리, 활용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각 시설 기술 담당자님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기존에는 콘솔이나 음향 장비를 다룰 때면 전문가들을 불러서 교육을 받았어야 했는데, 재단 측에서 먼저 전문가를 제안해줬다는 점에서 굉장한 호응이 있었다.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 이후에는 찾아가는 재능기부를 준비해서 선보였다. 오산 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문화시설을 점검하고 기초 교육을 전했는데, 기관 담당자들이 정말 좋아했다.

▲인터뷰를 마친 최정우 오산문화재단 공연팀장 ⓒ서울문화투데이 

무대 기술 감독에서 공연팀을 총괄하게 됐다. 이전과 다른 시각이나 생각을 가지게 됐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는가.

공연을 보는 눈이 이전과 달리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오산에는 다목적 공연장이 많다. 이 공연장에서 대중문화 공연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오산시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공연들을 유치하고 주위에 홍보도 많이 했다. 시민들의 니즈를 생각해서 클래식, 연극, 뮤지컬 등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했고, 지역의 정서가 맞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에 심혈을 쏟았다.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지역 내에서 오산문화재단 고객의 충성고객도 생기게 됐다.

무대 기술 감독으로 있을 때는 확실히 무대 현장에만 많은 관심이 있었고, 그쪽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연을 기획하고 유치하는 전반의 과정에 많은 고민을 거듭하게 됐다. 같은 공연예술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공연팀장으로 일하면서 이해의 폭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 스탭으로 일할 때는 ‘티켓도 안 팔리는 저런 공연을 왜 무대에 올리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공연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연의 장르가 다 다르고, 팀장 입장에서는 그런 취향을 맞춰가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티켓이 잘 팔린다고 해서, 대중공연만 무대에 올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문화예술인들은 굉장히 다양한 장르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잘 되는 뮤지컬이나 대중공연만 무대에 올리면 장기적으로는 공연예술계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문화재단, 공연팀장의 역량은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가교 역할에서 나오는 것 같다. 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문화예술인이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공연예술계나 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암흑기를 보냈다. 기관에 속한 문화예술계 종사자로서도 많은 암담함을 느꼈다. 아마 문화예술인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겪었을 것 같다. 먼저 그런 시기를 우리 모두 잘 견뎌냈다는 것에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현장에서 근무하다보니, 문화예술계 종사자들뿐 만 아니라 시민들도 굉장히 문화예술 경험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공연,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기다린 시민 분들이 많다. 그 갈증을 이제 문화예술계가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의지를 전하고 싶다.

특히, 오산문화재단에서는 내년부터 더더욱 다양한 공연을 유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몇 년간 해외공연은 아예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내년부터는 시도할 예정이다. 실제로 유치 계획이 지금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오산시가 지방에 속한 수도권이긴 하지만, 서울 못지않은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지금 우리 팀원들도 오산시를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

수상 이후 새롭게 생긴 각오가 있다면.

초심을 잃지 말고, 내가 맡은 직분에 맞게 더 좋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내 초심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연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공연팀장이 되면서, 현장무대 스텝들과 한 얘기가 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티켓이 잘 팔리는 공연만을 올리지 말고 정말 다양한 공연 장르를 시민들에게 선보이자는 포부였다.

오산 시민들에게 대중 공연뿐만 아니라, 순수예슬 장르의 공연을 소개하면서 공연예술계의 다양한 폭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시민들이 여러 공연들을 만나고, 어떤 것에선 만족감을 느끼고 어떤 것에서는 맞지 않음을 느끼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오산문화재단은 다양한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건강한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도 바라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많은 시민들이 풍부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확장하는 것이 재단의 기획자로서 나의 꿈이었다. 앞으로 이 목표를 더 열심히 달성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