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김주홍과 노름마치 “일상에서 즐기는 ‘도시국악’을 꿈꾸며”
[Culture Interview]김주홍과 노름마치 “일상에서 즐기는 ‘도시국악’을 꿈꾸며”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9.28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음악, 국내 문화예술 장르 중 소비 수요 적어
지자체 축제 및 문예회관, 공연 유치 위한 적극적 예산 투입 필요
동시대 향유 가능한 전통 음악 만들어야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진보연 기자]노름마치.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이다. 고수 중의 고수가 노름마치인 것이다.

1993년도에 창단 된 ‘노름마치’ 예술단은 한국 음악의 전통적 틀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우리 시대에 부합하는 전통음악을 추구한다. 독창적인 음악어법과 환상적인 타악 연주, 안무 등 한국 전통음악이 주는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김주홍과 노름마치 ‘허튼소리’
▲김주홍과 노름마치 ‘허튼소리’

1996년부터 노름마치를 이끄는 김주홍은 해외 약 65개국 220여개의 도시의 축제와 무대에서 한국음악을 널리 알리며, 한국전통음악의 독창적인 음악어법(성음, 시김새, 호흡)을 통해 우리 시대에 부합하는 전통음악을 추구한다. 한국 음악의 전통적 틀을 유지하면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지향하며, ‘노름마치’만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신명과 열정의 무대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유럽 최대 뮤직마켓인 ‘월드뮤직엑스포(WOMEX)’를 통해 음악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현재 이들은 대중화와 산업화의 굴곡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음장단의 마음과 정신을 음악 DNA에 새겨 넣은 노름마치 스타일로 해석하고 무대화하는 여정에 있다.

전 세계를 누비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주홍과 노름마치가 지난 21일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국악계에서 이미 오랜 기간 활동하며 이름을 알려온 이들이 어떤 연유로, 전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 작품을 소개ㆍ교류하는 자리인 아트마켓 쇼케이스를 찾게 된 것일까? 사연이 궁금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노름마치 예술단을 이끄는 김주홍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EDM사운드와 전통음악의 만남을 통해 도시국악을 형상화하며, 도시의 삶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긴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음악에 담는 김주홍 대표를 만나봤다. 

▲노름마치 예술단을 이끄는 김주홍 대표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름마치 예술단을 이끄는 김주홍 대표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악계에서 ‘김주홍과 노름마치’라는 팀은 인지도가 높은데, 그럼에도 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쇼케이스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2014년, 세계 최대 월드뮤직 박람회 워맥스(WOMEX)에 ‘김주홍과 노름마치’가 공식 쇼케이스 팀으로 선정돼 공연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해외 많은 나라들을 다니며 노름마치의 음악을 선보이게 됐는데, 국내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내의 다양한 공연 시장을 모색하게 됐고 전국 문화예술 종사자 및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됐다. 

참여해 보니 어떠한가?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취지에 맞게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단, 한정된 예산으로 지역의 문화예술회관 및 단체들이 지역의 콘텐츠와 수도권의 콘텐츠를 모두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단체의 경우만 해도, 해외 아트마켓에선 굉장히 많은 관계자들이 줄을 서서 콘텐츠에 대해 논의하고 초청이 되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선 그렇게까지 활발한 논의가 없다. 여기엔 예산 문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국내에서 소비되는 문화예술 장르 가운데 전통예술의 수요는 클래식이나 발레, 댄스, 뮤지컬 등 타 장르에 비해 많지 않다. 노름마치의 경우 전통예술에서 한 발 나아간 컨템퍼러리 장르임에도 그러하다. 

▲지난 2014년 WOMEX에 참가한 김주홍과 노름마치 ⓒ예술경영지원센터
▲지난 2014년 WOMEX에 참가한 김주홍과 노름마치 ⓒ예술경영지원센터

쇼케이스를 통한 성과가 좀 있었나?

쇼케이스 직후 소속사와 몇 개 단체들이 컨택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쇼케이스 목적에 공연을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당장 공연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 외에 지역 문예회관의 다양한 사업과 연계하려는 중장기적 계획도 포함된다. 추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되면 예산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몇몇 지방 문예회관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농어촌 쪽은 대체로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 브라운관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야 관심을 가져주신다고 하더라.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팀이 나이가 좀 있지만 이제라도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봐야 하나 이런 얘기도 나눠봤다. 해외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여러 문제들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타악으로 음악 활동을 꽤 오래 해오다가, 지금은 그룹에서 소리를 하고 있다. 노름마치는 어떻게 만들어진 그룹인가?

30년 전 타악에 미쳐서 타악으로 주로 활동했지만, 대학에서는 판소리를 전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나의 은사님은 안숙선 선생님이시고, 장구 선생님은 김덕수 선생님이시다. 장구 치는 걸 그 전부터 워낙 좋아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선 소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리도 함께 배우게 됐다. 

노름마치는 꽹과리 명인이신 이광수 선생님의 후배와 제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팀이다. 그 팀 안에서 나는 성장했다. 그러다 1996년, 선배들이 다 떠나고 막내로 있던 내가 리더를 맡게 됐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노름마치와 함께하는 중이다. 처음엔 전통 악기만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일본ㆍ독일ㆍ터키ㆍ인도ㆍ몽골ㆍ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악기들을 함께 연주하고 있다. 노름마치의 음악은 전통음악의 범주에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섞이며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리고 이를 통해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전통뿐만 아니라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변모하는 모습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노름마치의 3집 앨범이 나왔다. 1집과 2집은 전통 음악 계승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면, 3집은 여기에 연주자적 해석을 더했다. 재즈엔 스켓이 있고, 드럼에는 비트 박스가 있듯 우리 전통 장단으로 구음을 표현했다. 즉흥성이 강한 장르적 특성을 살렸고, 음악 그대로 앨범 이름도 ‘허튼소리’라 붙이게 됐다. 우리 전통 음악 가운데 흩어진 가락을 ‘산조’라 부른다. 경계를 넘어선 흐트러짐을 표현하는 음악인데, 그 자체가 하나의 자유로움이며 자연적 표방이다. 우리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다만, ‘산조’라 명명하기엔 너무 전통에 한정되는 가둬진 느낌이 들어 이보다 자유분방하고 여러 변주가 가능한 ‘허튼소리’로 부르기로 했다. 

▲노름마치 예술단을 이끄는 김주홍 대표가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통 국악기만으로 연주했을 때와, 서양 악기를 섞어서 연주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통음악은 화성의 음악이 아닌 단선이다. 멜로디에 하나의 선율이 주제가 된다. 반면 서양 음악은 화성이라는 구조가 있다. 이는 주변과 배경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전통 음악과 서양 음악이 만나면 이러한 외부적 분위기와 핵심적 줄거리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 전체적인 핵심 DNA는 전통 음악이 가져가되, 대중과 보다 친숙한 서양 음악의 분위기를 아울러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쇼케이스에서 다른 팀들의 공연을 본 소감도 듣고 싶다.

자극과 영감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뮤지컬 무대를 보면서, 장르 자체가 참 아름다우면서도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질 때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 이야기 속에 음악과 움직임을 함께 가미된 콘텐츠가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는데, 해외 마케터들이 ‘김주홍과 노름마치’를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초기 해외 아트마켓은 제3세계 음악이라 해서, 에스닉 뮤직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월드 뮤직이라는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일본과 중국만 있었을 뿐, 한국 음악은 사실 월드 뮤직 장르에 속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4년에 노름마치가 워맥스 초청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해년마다 한국의 뮤지션들이 초청을 받으며 점차 우리 음악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노름마치는 타악이 특히 강한 팀이다. 타악의 강력한 파워, 기세, 기운, 에너지는 화성적 층위를 쌓아 가는 서양의 음악엔 없는 음악 스타일이다. 이것이 그들에게 강력하게 어필된 것 같다. 아울러, 한국 음악에서 사용되는 오음계 방식의 특수성에도 매력을 느낀 것 같다. 한국 음악은 세계 시장에서 점차 다양한 스타일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노름마치의 음악이 전통에 가까운 컨템포러리였다면, 현재 세계 시장에서 한국 뮤지션들은 컨템퍼러리 스타일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트레디셔널 뮤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비치페스티벌과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애로점이 많으실 거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각 지역의 모든 국민들이 문화예술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장르에 애정을 가지고 많은 예술인들을 초청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조금만 더 힘써주셨으면 한다. 

올해 공연 계획과 앞으로의 방향성?

우선 노름마치는 내년에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담은 4집 음반을 준비 중이다. 나아가 이제는 가수로서의 국악 인생을 한 번 살아보려 한다. 오는 11월 4일 남산국악당에서 개인 발표회를 갖게 됐다. 판소리, 민요 그리고 새로 작곡한 가요까지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나에게 전통 음악은 중요하지만 하나의 장르이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새로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전통음악이라 하면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상 가까이에 두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에 대해 고민하며, ‘도시국악’이라는 용어를 생각해보고 있다. ‘옛날엔 조상들이 이런 음악을 즐겼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국악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