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클래식·오페라·발레 등 순수예술 공연 확대할 것”
[현장리뷰]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클래식·오페라·발레 등 순수예술 공연 확대할 것”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9.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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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준 사장, 취임 100일 맞아 첫 기자간담회
세계 초연 창작 1편 포함 2025년까지 오페라 3편 자체 제작 추진
현대음악, 젊은 연주자 등 주목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지난 6월 새롭게 취임한 예술의잔당 장형준 사장이 2025년까지 순수예술 장르 공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9일 오전 장형준 사장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감담회를 열고 클래식·오페라·발레 등 순수예술 장르에 중점을 둔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장 사장이 밝힌 예술의전당 운영방향 목표는 ▲순수예술 장르별 전문성 강화 ▲미래 예술 세대 성장 지원 ▲문화예술 향유 플랫폼 선도 등 세 가지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향후 예술의전당 운영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예술의전당)

이날 장 사장은 “극장 본연의 목적에 따라 오페라극장에서는 장기대관보다는 오페라와 발레 등 순수예술 작품을 우선 공연할 것”이라며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은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수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부터는 뮤지컬 장기공연을 주로 대관했던 오페라극장의 여름·겨울 시즌(매년 1~2월, 7~8월)에도 뮤지컬 대신 오페라, 발레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기획하고 유치한다. 2016년 이후 만들어지지 않았던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오페라 3편을 공연하고, 오페라 갈라 행사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의 보컬 리사이틀 등을 연다.

오는 10월 21~23일 열리는 ‘SAC 오페라 갈라’ 행사를 시작으로 내년 10월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35주년 기념으로 주세페 베르디으 오페라 ‘노르마’를 무대에 올린다. 2024년에는 7월 연광철, 사무엘 윤 등 유명 성악가의 리사이틀을, 8월에는 세계적 테너 이용훈의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가 될 ‘오텔로’를 공연한다. 2025년 초 신작 창작 오페라도 올릴 계획으로, 세계적 작곡가에게 작업을 의뢰한 상태다.

장 사장은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은 신작 오페라를 제작할 것”이라며 “예술의전당 초연 이후 전 세계 극장에서도 선보인다. 구체적 일정은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배출한 ‘음악영재아카데미’의 커리큘럼도 개선된다. 올해로 24년째 운영 중인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린 학생들을 경쟁에 노출하기보다 재능을 다지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질 예정이다. 

더불어, 비인기 장르인 현대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미래 음악 시리즈’를 신설해,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에 나선다.

이날 현장에서는, 통영국제음악제(TIMF) 외에 국내에서 현대음악을 다루는 큰 규모의 기획이나 축제, 공연이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예술의전당의 ‘미래 음악 시리즈’가 꽤 과감한 시도로 보인다는 기자의 평가도 있었다. 이에 장 사장은 “많은 관객이 동원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 음악 팬들 역시 예술의전당에서 현대음악을 듣고 싶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자세한 라인업은 11월 쯤 공개될 예정이다.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만한 무대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향후 예술의전당 운영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예술의전당)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향후 예술의전당 운영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공연 영상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2013년부터 추진해온 영상화 사업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은 유니텔 오페라 등 해외 유명 클래식 미디어와의 협업을 통해 자체 제작한 공연 영상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앞장선다. 또한 예술의전당은 지난 5월 공연 촬영, 편집, 송출이 가능한 공연영상스튜디오 실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예술의전당 내 6개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도 실시간 송출이 가능하다”라며 “제작한 공연 영상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클래식 미디어 채널과도 협업을 추진해 수익화 및 K-클래식 전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 편의성을 위한 스마트 씨어터 플랫폼 SAC PASS를 론칭해 모바일 티켓, 주차권, 할인 쿠폰 등을 어플 하나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중장기 적으로는 한가람미술관을 비롯한 전시 공간 리모델링 및 콘서트홀 무대바닥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장 사장은 “팬데믹 발생 이후 잠시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재 공연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며 “정부, 국회 모두 순수예술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 국고보조금도 증액될 예정이다. 대기업 후원 등 다른 방면으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오페라단, 발레단 등 국립예술단체들이 예술의전당 대관에서 밀리는 경우가 발생했던 문제를 점검하고 보완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장 사장은 ”국립 단체들의 대관이 차질없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오페라 부문 강화와 관련하여 “국립오페라단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페라 단체들의 공연을 소개하며, 여러 컬러를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좋은 오페라를 만들기 위한,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의 주최로 이뤄지고 있는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 대한 관심도 지속해 국내 오페라 시장 활성화를 돕겠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장 사장이 6월 취임 후 약 3개월만에 처음 언론에 모습을 보인 자리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서의 활동 외 대외활동이 적었던 탓에, 그의 임명이 의외라는 문화예술계의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장 사장은 “예술의전당과 음악대학은 예술이라는 큰 둘레 안에서 큰 차이가 없다”라며 “대외적인 노출은 많이 안 됐지만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음악대학에서도 경영을 위한 페스티벌 등의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의전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