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햇살 같은 기도문…이창분 작가 개인전 ‘REFLECTION’ 개최
한 줄기 햇살 같은 기도문…이창분 작가 개인전 ‘REFLECTION’ 개최
  • 오형석 객원기자
  • 승인 2022.10.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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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오형석 객원기자] 초이스아트컴퍼니는 오는 5일부터 11월 5일까지 이창분 작가의 개인전 <REFLECTI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년이 넘게 이어온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과 그 작품 세계를 보다 심도있게 다룰 수 있는 자리이다.

이창분 작가는 자연에서 얻은 빛의 생명력을 작가만의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붓질로 오롯이 화폭에 담아내며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풍경, 그리고 그 풍경 속의 꽃과 잎들 같은 자연의 조각을 캔버스에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화폭에 담은 최초의 색채들을 빛으로 덮어 나가듯 화이트로 겹겹이 칠해 나가며, 남은 형상들로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연에서 얻은 찰나의 순간들이 그 형태를 갖춰 작가의 작품이 되었음을 기억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에 반영된 영혼의 빛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이창분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과 파리, 도쿄 등에서 20회 이상의 개인전과 화랑미술제,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싱가폴 아트페어, 아시아 현대 미술제 등 국내외 단체전에 다수 참여하였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주 터키 한국 대사관, 주 싱가폴 한국 대사관, 강남 세브란스 병원 등에 소장되어있다.

□ 평론 (김종근 미술평론가)

이창분 화폭의 어디를 보아도 한 부분 군더더기가 없었기 때문이며, 모티브는 더욱 간결하고 색채도 투명하고 정갈하다. 마치 조각가 브랑쿠지의 조각을 보는 듯 단순미의 아우라가 화면을 감싸고 있다. 과거 이창분 작가는 비구상으로 출발했지만, 간헐적으로 구상적인 형태를 담아내면서 10년 단위로 조금씩 자신의 언어를 쉬지 않고 다듬어 왔다. 그리하여 이제 아주 분명하고 확신에 찬 자신의 말투와 화법으로 선언하고 있다.

특히 화면 전체에서 발견되는 단순미의 극치를 보는 듯한 혁신적인 변화가 그 차별성과 품격을 더하고 있었다. 화면 그 어느 구석에도 억지스러움은 없었고, 불편한 뒤엉킴이나 걸려 넘어지는 부분도 없이 너무나도 거침없이 평안했다. 그래서 마치 우리가 그녀의 작품 앞에 선다는 것은 색채로 빚어놓은 저녁 만찬에 아름다운 영혼으로 세팅한 축제에 초대받는 일이며, 그녀의 삶에 격하게 포옹하며 동행하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결론은 그녀의 작업이란 혼탁한 이 세상에 마치 한 줄기 빛, 영롱한 아침 햇살 같은 것이기에 주석이 따로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다. 그녀의 작품은 오히려 삭막하고 궁핍한 현실에 지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갈한 새벽 기도문 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그림 속에서 피워낸 이름 모를 꽃들, 작업 공간에 펼쳐진 붉은색 양귀비꽃, 개망초꽃, 보랏빛 제비꽃, 블루 달개비, 그 꽃들이 건네준 색채로 한 글자씩 물들인 기도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다만 꽃들이 색채를 품고 있을 뿐, 이 모든 색채를 작가는 무엇이라 지칭하거나 지명하지도 않고 있다. 작가의 가슴속에 새겨진 사물이나 풍경을 붓들이 색을 담아 화폭에 옮겨다 놓았을 뿐이다.

“색채에 대한 기억은 사물과 함께 온다” 혹은 그 “사물에 쏟아져 내리는 빛이나 어둠의 깊이로부터 살아나기도 한다”, “나는 poppy 때문에 빨간색을 좋아하게 됐다”라는 작가의 메모가 그의 그림을 대변한다. 이것만으로 보아도 이창분의 작품은 가슴속의 진주 같은 눈물이 펼쳐놓은 맑은 침묵의 추상화라고 명명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당연히 그 추상화의 생김새는 과감한 생략과 절제된 감성으로 추상화 화법으로는 단연 최고의 수준과 격조를 보이고 있다.

그의 회화 속에 심어놓은 시한폭탄들은 너무나 심플하며 단아하고 꽃향기처럼 유혹적이고 중독적 파편들이어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창분 작가

□ 작가노트

빛과 생명의 반영

내 그림의 모티브는 자연으로 부터 온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풍경이나 풍경 속의 꽃과 잎들에 깃들어 있는 생명력은 늘 소리없는 언어로 내게 말을 건네곤 한다. 그리고 나는 빛을 반영하는 자연의 색채와 형상의 편린들을 불러와 그들의 생명력을 화폭에 반영한다. 자연 속의 색채와 형태가 태양의 빛에 의한 반영이라면 내 그림 속의 색채와 형태는 영혼의 빛에 의한 생명력의 반영인 것이다.

때로는 화폭에 담은 최초의 색채들을 빛으로 덮어나가듯 겹겹이 칠해나가다 보면 단순한 형상들이 소중한 기억처럼 남겨지기도 한다.

작은 꽃잎이나 나뭇잎 한 장에도 하늘과 태양과 바람이 깃들어 있음을 본다. 무한으로 부터 흘러나오는 그 생명력의 기원을 헤아리며 나는 오늘도 사랑을 가득 담아 색채를 고르고 형상을 다듬는다. 꽃이나 나뭇잎을 닮은 형상이나 단순화된 풍경들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오마쥬이며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꽃과 잎들이 온 힘을 다해 생명을 피어 올리듯 나도 그렇게 빛과 생명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