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공진원 《제 1회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개막, ‘공공디자인’은 무엇일까?
[현장스케치] 공진원 《제 1회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개막, ‘공공디자인’은 무엇일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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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성수동 문화공간 등, 10.5~30
주제 전시 및 토론회 개최 등 공공디자인 논의 장 열어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 의미 있는 질문과 난해한 구성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디자인을 매개로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품격있는 삶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디자인’의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과 함께 지난 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문화역서울284와 성수동 문화공간 및 전국 80여 곳에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를 개최한다.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서로서로 놀이터], 서로 협력을 통해서 놀이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체험 공간 (사진=공진원 제공)

공진원은 지난 4일 문화역서울RTO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페스티벌에 대한 소개를 전했다. 공진원 류영미 디자인본부장은 현재까지 논의 돼 왔던 ‘공공디자인’을 둘러싼 인식과 올해 처음 개최되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에 대한 계획을 전했다. 이후 이번 페스티벌 주제 전시인 《길, 몸, 삶, 터-일상에서 누리는 널리 이로운 디자인》의 안병학 감독의 전시 소개가 이어졌다.

지난해 공진원은 기획전시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개최하며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공공디자인의 사례를 전시하고, 공공디자인의 대중성을 고찰한 바 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는 지난해 열린 기획 전시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면서 조금 더 확장된 물음을 던진다. 기관주도로 행해진 ‘공공디자인’을 개인의 일상과 실천 속으로 확장시키면서, ‘공공디자인’의 주체를 ‘기관’에서 ‘우리 모두’로 넓히고자 한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를 통해 앞으로의 ‘공공디자인’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열고, 민간 주도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해 도시재생을 일군 성수동 공공디자인 특구에서 우리 모두가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방향을 전한다. 전국 공공디자인 거점 80여 곳에서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수상작 등 민관이 정부와 지자체가 당면한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한 사례들을 공유한다.

▲전국 공공디자인 거점 80여 곳 중 경기 지역, <장수의자> 노인 보행 사고를 줄인 어느 경찰관의 아이디어 (사진=공진원 제공)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 종료, 앞으로의 ‘공공디자인’ 고찰

‘공공디자인’은 지난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10개 부처가 함께 발표한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으로 우리 삶 속에 인식되기 시작했다.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수립·시행 되는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에서 정하고 있는 ‘공공디자인’이란 “공공기관이 조성ㆍ제작ㆍ설치ㆍ운영 또는 관리하는 공공시설물등에 대해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인하는 행위 및 결과물”을 뜻하고 있다.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에 따라서 2019년부터 각 지자체와 국가기관들은 문화적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한 ‘공공디자인’을 진행해왔다. 지난 4년간 국민의 일상 속에는 디자인을 입은 공공시설물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속도로 유도선, 어린이보호구역의 ‘옐로우 카펫’, 여름철 횡단보도 그늘막, 겨울철 버스정류장 온열의자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전국 공공디자인 거점 80여 곳 중 서울 지역, <SAFE&SAVE 365 어린이 보행 안전 캠페인>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태그 (사진=공진원 제공)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은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공공디자인’을 주요계획으로 ▲범죄, 사고 예방을 위한 통합협력체계를 구성하는 ‘생활안전을 더하는 공공디자인’ ▲고령자, 장애인, 일반국민 등 모두가 이용하기 편리한 ‘모든 이를 위한 디자인’ ▲안내체계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생활편의를 더하는 공공디자인’ ▲생활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 ▲기초가 튼튼한 공공디자인을 5대 추진 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국민의 삶 속에 녹인 이러한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은 올해 2022년을 기점으로 종료된다. 이 시점에서 공진원은 앞으로의 ‘공공디자인’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어떻게 우리 모두의 삶과 가까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고찰을 담아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를 준비했다.

공공디자인정책팀 류경아 선임은 “‘제 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이 올해로 끝나고, 이제는 또 다른 논의가 시작돼야할 때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정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공공디자인은 무엇인지 다시금 질문을 던지고 국민 모두가 함께 공공디자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이번 페스티벌이 가진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아카이브] 전경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아카이브] 전경 (사진=공진원 제공)

‘공공디자인’은 ‘좋은 사회’와 동의어인가? 물음만 남긴 주제 전시

기존 5년 간 진행돼 왔던 ‘공공디자인’에 대한 고민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자하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는 “무한상상, ○○디자인(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일상 속에서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의 중심점이 되는 주제전시 《길, 몸, 삶, 터-일상에서 누리는 널리 이로운 디자인》은 놀이터와 시장, 정류장, 이웃, 도시 등 우리 주변의 공공영역을 ‘길, 몸, 삶, 터’로 구분해 공공영역에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 사례를 선보이며, 동시에 현재는 실행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실행될 수 있는 ‘공공디자인’ 영역의 가능성을 담는다.

안병학 전시 감독은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언어에 가려져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없었나 고민하게 됐다. 지난 몇 년간 ‘공공디자인’은 고유명사가 돼서 어떤 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이고, 어떤 것은 공공디자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된 것 같다”라며 “‘공공디자인’이라는 뚜렷한 굴레에서 조금 벗어나서, 디자인이 가지고 있던 공적가치 지향성을 물어보며,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 삶을 우리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자 했다”라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끝으로 안 감독은 “어떻게 보면, 영어로 해야지 좀 더 멋있을 것 같은 전시 제목을 꼭 우리말로 표현하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맥락과 콘텐츠를 지닌 디자인을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길, 몸, 삶, 터》라는 전시 제목에 담긴 특별한 의도를 전했다.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익숙하고 낯선] 전시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고속도로 유도선 표현 (사진=공진원 제공)

안 감독은 전시 소개글을 통해 “다양성이 중요한 지금 사회에서 공은 사와 뚜렷하게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교집합을 이루며 보완적으로 역할한다. 사적가치가 모여 작은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모여 더 큰집단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중략)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한 디자인은 ‘생명처럼 스스로 자라고’, ‘숨결처럼 쉬이 스미며’, ‘나무처럼 깊게 뿌리 내리고’, ‘빛처럼 함께 누리는’ 행위라는 생각을 담았다”라며 이번 주제 전시가 지향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전시 《길, 몸, 삶, 터》가 주목하고 있는 가치는 ‘지속가능성’이다. 이 가치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것으로 실현되기도 하고, 개인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존재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로도 실현될 수 있다. 전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공디자인’의 시도와 방향성들을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든다. 식물과의 공생, 곤충들의 위한 공간 마련,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들, 우리의 삶 속 배재돼 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의 소재를 다양한 전시품과 예술 작품으로 소개한다. 또한, 실제 기업의 사례들을 소개해 민간 단위의 ‘공공디자인’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들도 선보인다.

‘태도’를 의미하는 ‘길’, ‘지각’을 의미하는 ‘몸’, ‘실천’을 의미하는 ‘삶’, ‘디자인과 공공성의 만남’을 담은 ‘터’라는 소주제 하에 꾸려진 전시장은 전시 《길, 몸, 삶, 터》가 바탕으로 삼고 있는 ‘과연 지금 이 시대의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하는 좋은 사회는 무엇일까?’라는 거대한 질문을 인식할 수 없다면, 얼핏 굉장히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는 현재 우리 일상 속 ‘공공디자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공공디자인’이 지향할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논의의 장을 펼친다. 결국 전시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좋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주제 전시 《길, 몸, 삶, 터》-[익숙하고 낯선] 광장에서 시작해 전시장으로 이어져 행사의 시작을 알림 (사진=공진원 제공)

‘공공디자인’으로부터 확장된 시각들은 현재 기후재난을 눈앞에서 경험하고 있고 수많은 사회 갈등을 마주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트렌디’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확장된 시각과 주제들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여와야만 했는가 의문이 든다.

전시에서 전하고 있는 고민과 시도들은 모두 다 의미가 있고, 특별하다. 하지만 좀 더 대중적인 방법과 명료한 제안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디자인’을 매개로 우리가 모두 함께 즐기길 바랐다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서 ‘공공디자인’과 ‘즐김’의 연결고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공공디자인’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현재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 속에 있다. 올해 처음 개최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 역시 그 과정 속에서 이뤄진 시도다. 평범한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없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확장하는데 있어서 이번 페스티벌은 의미를 갖는다. 또한, ‘공공디자인’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우리 모두가 ‘좋은 사회’를 지향하겠다는 가치 공유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그 표현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