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문화예술 공공기관장 선임 행태, 한심하다
[김승국의 광장문화]문화예술 공공기관장 선임 행태, 한심하다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2.10.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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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임명부터 편향 인사의 불길한 신호탄이었다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장은 기관 운영의 공공성, 예술성, 수익성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하는 전문성과 노련한 경험을 요구하는 중책이다. 지난 정부에도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장 선임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정권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장 선임 행태는 기가 차다 못해 점입가경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던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인 박보균 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인사 망사의 불길한 신호탄이 되었다. 박보균 씨를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어서 지난 6월 예술의전당 사장에 피아니스트인 장형준(60) 서울대 음대 교수가 임명됐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피아니스트로서 연주 활동도 적은 데다 교육자로서 주로 학생 지도에 무게중심을 두어왔던 분이었기에 공연예술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극장경영에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했던 문화예술계는 의외의 인사에 적잖게 술렁였다.

얼마 전 9월 20일에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백현주(49) 교수가 국악방송 사정에 임명되었다. 백현주 신임 사장은 서울일보 정치, 문화부 기자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방송의 예능 프로에서 주로 활동하였으며 얼마 전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전문위원을 역임하였다. 백현주 신임 사장이 우리 국악과 전통예술을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설립된 국악방송 사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그렇다.”라고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마치 인사 망사 줄줄이 알사탕을 보는 것 같고, 정부가 국민을 참 우습게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국립극장장 인선 1년간 끌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국립극장장 선임 공모의 경우는 문체부가 지난해 9월 임기가 끝난 김철호 당시 국립극장장의 후임을 새롭게 뽑기로 하면서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6월 선발 공고를 내어 많은 사람이 지원했으나 두 차례의 공모가 무산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서 세 번째 공모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선임을 미루고 있다. 지금껏 공모가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 많은 뒷이야기가 있다. 공모 과정에서 국립극장장으로서 전통공연예술에 정통하고 충분한 극장 운영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탈락하는 등 코드 인사를 위한 ‘무늬만 공모다’라는 말도 무성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

국립극장은 전통에 기반을 둔 동시대적 공연예술 창작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극장으로서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3개의 전속단체를 보유하고 있다. 국립극장장은 전통공연예술에 정통하고 극장 운영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춤은 물론 세계화 시대에 우리 국립극장을 국제적인 대표 극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1년이라는 기간을 극장장을 공석으로 둔다는 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산하 문화기관장 공모 방식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극장장 공모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는 국립극장장 선임은 해외처럼 전문가들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역량 있는 분을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하여 문체부 장관은 추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복수로 올라온 최종 후보자 가운데 낙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선임 프로세스를 바꾸면 공정성과 투명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추천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 또한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쪼록 적임자로 국립극장장 인선이 마무리되기를 촉구한다.

*이번 달부터 매월 1회 ‘김승국의 광장문화’이 연재됩니다. 전통예술 분야를 비롯 문화예술분야에 오래 종사해 온 필자가 문화계의 어른을 자임하며, 작심하고 문화예술계에 죽비를 드는 글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