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작품 ‘윤석열차’로 비롯된 ‘표현의 자유’ 논란…문체부 향한 만화계 들끓는 비판
고교생 작품 ‘윤석열차’로 비롯된 ‘표현의 자유’ 논란…문체부 향한 만화계 들끓는 비판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10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한국만화가협회 등 만화계 잇달아 성명서 발표
“청소년 공모 작품에 입장 표명할 것 아니라, 만화계 문제해결에 집중하라”
여당서 제기한 표절문제, 원작자 나서 “표절 아니야, 풍자 비판한 정부 더 문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작품 <윤석열차>가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에 선정되고, 이를 전시했다는 이유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만화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설명 자료를 발표하며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작품 <윤석열차>는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지난 3일까지 개최됐던 《제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시됐다. 해당 만화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 얼굴을 한 기차에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이 조정석에 타고 있고,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차’ 객실에는 4명의 검사가 칼을 들고 타고 있다. 달려가는 열차 앞에는 4명의 인물이 혼비백산 놀라 뛰어가는 모습도 표현됐다.

해당 작품은 《제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문체부는 해당 논란을 마주하고, 공모전 주최 측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가 공개한 성명서 (사진=전국시사만화협회 제공)

(사)한국만화가협회는 지난 7일 <표현의 자유 성명서-한국 만화가 선배들이 지키고 싸워온 표현의 자유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를 발표하고, 현재 문체부 입장에 대해 “2022년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를 지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인가 믿기지 않았다”라는 강한 비판의 어조를 드러냈다.

성명서에서 (사)한국만화가협회, (사)한국웹툰 작가협회는 “현재 한국만화는 가장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략)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를 지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 공모 작품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 아니라 시급한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사)한국만화가협회, (사)한국웹툰 작가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엄중 경고’를 ‘엄중 경고’한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고와 행정조치 예고를 즉각 철회하라. 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 침해로 모욕받은 만화인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셋.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어른들의 정쟁에 피해자가 된 해당 학생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라며 세 가지의 대처 또한 요구했다.

(사)한국만화가협회 뿐만 아니라, (사)우리만화연대, (사)웹툰협회, (사)한국카툰협회, (사)한국웹툰산업협회, (사)한국출판만화가협회, (사)한국만화웹툰학회, 지역만화웹툰협단체 대표자 모임도 <만화공모전 수상 학생과 기관에 가해진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예총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하며 문체부 장관 사퇴 촉구의사를 표했다.

특히, 전국 시사만화협회는 명확한 규탄의 문장이 담긴 성명서 대신 ‘자유!’라는 표현을 33번 실은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이번 제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의 ‘자유’를 언급한 것을 비꼬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 SNS 내용 갈무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 기자 SNS 내용 갈무리

한편, 국민의힘 등 여당에선 <윤석열차>가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에 실린 영국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풍자 만평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영국의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라파엘 라시드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해당 고등학생의 작품은 절대 표절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학생”이라고 여당과 전혀 다른 입장을 전해 이슈가 되고 있다.

브라이트는 표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며 “(이번 사건에 대해) 더 큰 문제는 만화에 대한 분명한 재능이 있는 칭찬 받아야 할 학생이, 정부를 풍자(poke)했다고 비난받는 것이라고 본다. 이 나라(영국)에선 풍자가 허용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되고 있으며, 풍자만화가 없었을 경우 ‘만평가’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견해 또한 밝였다. 이하 (사)한국만화가협회와 (사)한국웹툰 작가협회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만화가협회 표현의 자유 성명서>

“한국 만화가 선배들이 지키고 싸워온 표현의 자유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1909년 <대한민보>에 이도영 선생의 시사풍자만화가 연재되면 시작된 한국만화 역사는 표현의 자유와 가치를 지켜온 소중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부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와 관련해 공모전은 진행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명하고 엄중 경고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사)한국만화가협회, (사)한국웹툰 작가협회는 2022년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를 지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인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라고 밝혔습니다. 카툰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입장의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는 매체입니다. 정치적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고 어떤 방향의 정치적 입장 표명이라고 존중 받아야 됩니다. 표현의 자유는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의 가장 기본 조건입니다. 표현의 자유 없는 문화국가는 있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밑바탕에도 선배 창작자들이 일궈놓은 표현의 자유가 있음은 물론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분 금상 수상작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엄중 경고’에 대해 다시 ‘엄중 경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면, 만화 생태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만화는 가장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화의 다양성, 불공정 계약, 작가의 건강문제 등에 대해서 우리 협회를 비롯해 많은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세계일류 문화매력국가’를 지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 공모 작품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 아니라 시급한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한국만화가협회, (사)한국웹툰 작가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엄중 경고’를 '엄중 경고'하며, 다음과 같은 대처를 요구합니다. ▲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고와 행정조치 예고를 즉각 철회하라. ▲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 침해로 모욕받은 만화인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셋.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어른들의 정쟁에 피해자가 된 해당 학생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2022년 10월 7일

(사)한국만화가협회‧(사)한국웹툰 작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