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7] 오백원 하는 고무줄 하나 사기 위해 단골집 찾는 할매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7] 오백원 하는 고무줄 하나 사기 위해 단골집 찾는 할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2.10.1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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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7)
2012 함안 칠원장 ​Ⓒ정영신
2012 함안 칠원장 ​Ⓒ정영신

 

어렸을 적 장터에 가면, 약장사와 엿장수 좌판은 동무들 놀이터였다.

원숭이 재롱을 보며, 엿장수 가위질 소리에 고무줄놀이까지 했다.

어느장날엔 삼식이가 돼지새끼가 도망갈까 봐 붙들고 있는 것을 보았고,

털이 숭숭 달린 복숭아를 광주리에 담아온 순덕이도 보았고,

소금물에 우린 감을 이고 나온 주근깨투성이의 깨순이도 봤었다.

장터에 가면 어렸을 적, 동무 얼굴이 살아있는 시간으로 걸어온다.

 

1986 경기 강화풍물장 ​Ⓒ정영신
1986 경기 강화풍물장 ​Ⓒ정영신

어렸을 적 장날은 축제 날이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짚으로 깨끗이 닦아 토방위에 올려놓은

하얀 고무신을 신고 동구 밖을 나서면 동네 어르신들 뒤로

검정고무신을 신은 꼬맹이들이 뒤따라가다가 신작로가 보이면 되돌아왔다.

 

2011 충북 괴산장 ​Ⓒ정영신
2011 충북 괴산장 ​Ⓒ정영신

시골장터를 이용하는 할매들은 마트보다 시골장이 편하다고 한다.

마트에 가면 이것저것 구경하기 어렵다며 오일장만 고집한다.

순천 승주장에서 만난 조씨할매는 고무줄 하나 살 때도 단골집을 찾는다.

단골집이 편하다는 할매가 사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정()이다.

 

2011 경기 양평장 ​Ⓒ정영신
2011 경기 양평장 ​Ⓒ정영신

오십여년 넘게 만물상 좌판을 열어온 박씨가 그러신다.

오백원 허는 고무줄도 단골집 찾아오는디, 장이 없어지면 안되지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