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돈 초대전 緣 - 인연 세상과의 소통 展 개최
이희돈 초대전 緣 - 인연 세상과의 소통 展 개최
  • 오형석 기자
  • 승인 2022.10.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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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연구와 실험, 재료 발명 특허까지
'삶과 예술 속 반복적 수행 행위를 통해 만들어 나가는 조형언어'
포스트 단색화 이희돈의 겹겹이 쌓아 올리는 '인연' 시리즈
성곡미술관 11일~20일까지
이희돈 작가 작품 인연 (사진제공_성곡미술관)

[서울문화투데이 오형석 기자] 단색화 2세대로 활동하며 단색화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이희돈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11일(화) ~ 20일(목)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2관 2전시실에서 열린다. 포스트 단색화의 선두주자 이희돈 작가는 닥나무 한지 섬유와 물감을 조합하여 본인만의 독자적이고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반 응고된 형태인 물감은 주체적으로 다른 물감과 얽혀, 다양한 형상으로 캔버스 위에 나타난다. 이 과정 속에서 나타난 무수히 얽힌 물감들의 형상은, 인간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緣)‘ 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물질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맺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작가는 40여년 같은 주제로 작업을 이어간다.

인연(緣), 145x91cm, Mixed medium, 2022

캔버스나 박스 위에 구멍을 뚫는 타공 기법과 특허까지 받은 닥나무를 빻아 아크릴 물감과 혼합한 독자적 재료를 정신 수양에 가까운 반복적 행위로 쌓으며 화면을 구성한다. 수십여 번 수평적, 수직적으로 쌓아가며, 빠르게, 또는 천천히 수행하듯 이어가는 작업에서 이희돈 작가 특유의 입체적 형상이 나타난다. 재료의 연구와 실험정신으로 * 재료.발명특허 제 10-1487418호 취득하고 단색화 열풍 속에서 꾸준히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의 근래 작업에서는 또 한 차례 조형의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작업은 캔버스의 가장자리에서 선이 출발한 데 비해, 새로운 작업은 선이 화면 중심에 나타난다. 그리고 크기는 작고 길이는 짧다. 여전히 선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나 길이가 짧아 선으로서의 이미지가 미약해 보인다. 그러나 짧고 작은 이미지의 선임에도 그 존재감은 작지 않다. 시각적으로, 즉 물리적으로는 크지 않을지언정 미적인 요소로서의 이미지는, 힘차고 길게 내달리는 듯싶은 이전의 형태보다 되레 크게 느껴진다. 

인연(緣), Mixed medium, 2022

여기에서 점의 모양에 가까워 보이는 작은 선은 운동성에서도 이전의 굵고 힘차며 기다란 선과 다른 성향이다. 길이와 호흡이 짧아졌으나, 선의 동선은 질료를 긁어 올리는 듯싶은 모양새가 된다. 즉 파도의 모양처럼 짧은 길이와 호흡으로 진행되는데 완곡한 곡선이 형성된다. 다시 말해 질료가 파이는 지점에서 질료가 밀려나며 덩어리를 이루는 곳까지 완만한 곡선이 형성된다. 이처럼 짧고 작은 형태의 선에는 운동성과 힘 그리고 곡선이 합쳐짐으로써 심미적인 요건이 갖추어진다. 

다시 말해 이전의 굵고 힘찬 선이 시각적인 자극을 유도했다면, 화면 중간에 놓이는 작은 선은 심미적인 접근을 유도한다. 단색조의 질료 위에 떨어지는 작고 짧은 크기의 선은 화면 전체와의 비례에 따라 다양한 심미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관점의 미학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선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상대적인 공간은 커지고 심도가 깊은 사유의 그늘이 생긴다. 선의 크기가 커지면 시각적인 압박은 커질지라도 사유의 여지는 좁아진다. 물론 공간적인 심도 또한 얕아지게 마련이다. 

인연(緣), Mixed medium, 2022

이렇게 화면에 들어오기 시작한 작은 형태의 선은 다양한 구성으로 조형의 변주를 도모한다. 하나의 선이 화면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같은 크기의 선 세 개가 나란히 자리하기도 한다. 선을 어디에 어떤 크기로 놓는가에 따라 그 인상과 심미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는 구성이라는 조형의 기본적인 틀을 이용하는 지극히 단순한 방법이지만 조형의 변주라는 점에서 보면 그 응용성은 무한하다. 바둑판에서 돌 하나가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 전체적인 세가 결정되듯이 작은 선이 어떤 방식으로 놓이느냐에 따라 천변만화의 변주가 가능하다.

이희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