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 부산 행위예술 약사(略史) Ⅲ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부산 행위예술 약사(略史) Ⅲ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승인 2022.10.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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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미술평론가

(지난호에 이어서)

가장 최근에는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의 국민들을 돕기 위한 [Save Myanmar 부산예술행동](2021.8.14)이 열렸다. 그 외에도 [바다미술제]를 비롯하여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 등등 다양한 행사에서 퍼포먼스 작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타지역 퍼포먼스 작가들과의 잦은 교류는 대규모 문화탐사 프로젝트를 실현시켰다. 한국 행위예술사에서 매우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기록된 이 프로젝트의 공식명칭은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철의 실크로드 문화교류 프로젝트 ‘동방으로부터’]이다. 2015년 10월 3일부터 11월 20일까지 장장 50일간에 걸쳐 행해진 이 무빙 퍼포먼스에는 김방진, 김석환, 김선태, 방그레, 심인, 심홍재, 오광해(이상 전체 여정단), 링천, 성백, 유지환, 장영지, 조성진(이상 파리합류단)이 참가하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분단된 조국 통일의 길을 순수 문화예술을 통해 찾으려”하는 목적을 지닌 이 유목 프로젝트는 시베리야를 횡단해서 유럽에 당도하는 것이 골자였다. 부산역을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바이칼 호수, 모스크바, 프라하, 베를린,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마드리드, 리스본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작가들은 머무르는 장소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행했으며 그것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았다.

부산의 예술가들이 모여 성사시킨 또 하나의 무빙 퍼포먼스는 2019년에 행한 [아트버스 월드투어 프로젝트 부산 출발 유라시아 횡단](2019.10.14.-11.25)이다. 성백(기획단장)을 필두로 이광혁(원정대장), 박현정, 이정민, 최형석, 서수연, 언덕(이상 원정대원)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밟은 길을 한 대의 버스를 타고 따라가는 것이 컨셉이었다. 즉 DMZ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와 바이칼호를 지나 베를린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세계 평화를 주제로 공연과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퍼포먼스에서부터 인디음악, 타악, 국악, 바디 퍼포먼스, 라이브 페인팅에 이르기까지 전공이 다양했으므로 가는 곳마다 놀이마당을 펼쳐 현지인들과의 교감을 꾀했다. 이 행사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을 한국의 예술가들이 세계에 알린다는 점에서 탁월한 컨셉의 ‘예술대장정’이었다.

살펴본 것처럼 부산의 행위예술은 처음에는 미미하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하여 점차 활력에 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연유로 현재는 전국 그 어느 도시의 행위예술계에 뒤지지 않는 조직력과 기획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되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한가지 첨언하고 싶은 것은 부산의 퍼포먼스 행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국제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퍼포먼스계가 누리고 있는 오늘의 활력 뒤에는 부산 퍼포먼스의 향상을 위해 열정을 불사른 인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