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우리음악은 언제부터 배우고 가르치면 좋을까요!?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우리음악은 언제부터 배우고 가르치면 좋을까요!?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2.10.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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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나는 사단법인 한국 공연예술원을 개원하였을 때 배우 교육을 위해 무엇부터 가르칠까 많이 고민했다. 1996년이었으니까 지금부터 한 25,6년 전이다. 그때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1991년과 1996년 두 번에 걸쳐 보고 온 몽골공화국의 교육과정을 보고 온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구 200만이 좀 넘는 몽골사람들은 그 드넓고 척박한 땅에 유목민으로 살면서도 너무나 큰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꽉 차 있었다.

나는 그게 너무도 놀랍고 신기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불편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몽골인이란 드높은 자긍심과 당당함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 일주일 머무는 동안 나는 그들의 자긍심이 온 서방세계, 유럽 끝까지를 정복하며 몽골인의 기개를 펼친 칭기즈칸의 후예임을 너무도 뚜렷이, 그리고 확실하게 깨닫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부심이 그들의 모든 고난을 이겨내는 자긍심의 바탕임을 깨달았다. 더 나아가 그들의 척박한 땅과 더불어 그들의 말과 야크 등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초목에 대한 애정에서 그들의 자긍심과 당당함이 우러나오고 있음을 보았다.

그들은 예술교육과정에도 그들의 떳떳하고 열린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공간의 배치도 한쪽 편 방에서는 서양음악 바이올린과 피아노, 풀릇교육이 진행되고 있었고, 반대편 방에서는 몽골 고유의 음악 흐미, 흐미의 발성과 마두금의 연주법이 진행되고 있었고 심지어는 한국의 가야금 교습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수업시간이 끝나 잠깐의 휴식시간이 되어 방문이 열리면 동서양의 음악 수업이 그대로 서로 교류하게되는 자연스러운 환경이 매우 인상적이며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때마침 그 학교 대학원생이 전국 음악콩쿨대회에서 새로운 심포니작품으로 우승을 하여 우승작을 전교생에게 들려주는 강당에 초청되었다. 매우 몽골의 초원을 연상케하는 드넓은 정서에 서양세계의 섬세하고 정제된듯한 고매함이 어우러져 몽골의 현대음악의 폭과 깊이를 담고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학교에는 유치원 과정과 초·중·고등학교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자리잡고있어 나는 자연스럽게 유치원 과정과 중학교 과정의 무용수업 시간도 살펴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무용수업에는 몽골유목민의 씨뿌리고 거두는 농민의 삶의 동작과 그에 따르는 그들 특유의 장단과 박에 맞추어 동작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들의 교육과정에는 그들이 몽골인이며 몽골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교육, 특히 내가 본 예술 교육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초·중학교에 우리고유 음악의 멋 알도록 교육과정 넣는다면 어떨까"

또다른 나의 예술교육 방관경험은 베트남 하노이 국립예술교육원의 교육커리큘럼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다. 만 2년에 걸친 악기교육과정에는 베트남 고유의 전통악기 7개의 연주를 마스터하고 나서야 자기고유의 악기를 고르고 그악기의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과정의 장치였다. 매우 긍정적인 교육방침과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예술교육 과정은 어떠한가. 새삼 되돌이보지 않을 수 없다. 1936년에 태어난 내가 받은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왜정치하의 교육을 받은 셈이다. 해방을 맞은 후 한국인의 뚜렷한 교육관이 세워지지 않은 채 동요와 율동, 유희를 배웠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서양음악과 우리 가곡을 몇가지 배웠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장단과 박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갔다.

70여 년 동안 한국의 교육은 많이 변신해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다. 여러분야의 결실을 보며 한국인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하여 새롭게 부각되는 무기판매 분야에서 어쩌면 한국이 세계 제5위권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K팝과 방탄 소년단을 통해 한국을 모르는 세계인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음악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서양음악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우리 초·중학교에 장구, 북, 꽹과리, 단소, 대금을 가르치고 우리고유의 장단속의 엇박자의 멋을 알도록 그 기초교육을. 가르치고 기본이 되는 몇가지의 춤사위를 교육과정에 넣는다면 어떨까. 한국인의 정서인 흥과 멋이 어우러져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휠씬 멋지고 여유로우며 마음넉넉한 세계인이 될턴데. 한국의 교육계는 왜 아직 그런생각에 인색한 것일까. 답답하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