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새로운 세계가 아닌, 다시 만난 세계. 메타버스
[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새로운 세계가 아닌, 다시 만난 세계. 메타버스
  • 예술도서관/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 전공 김채현
  • 승인 2022.10.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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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현장감이 중요한 공연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들을 개발하게 되었다. 덩달아 ‘온라인’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게 되며 ‘메타버스’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단어가 트렌드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가상’,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탄생이 아닌, 게임 속 공간이나 VR 체험 등 우리가 이미 접하고 있던 가상세계를 일컫는 용어이며, 1992년 미국의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이다. 소설에서는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주인공 피자 배달원이 영웅으로 활약하는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한 것이 메타버스의 시작이었다.

만남이 금지된 현시대에 서로 만나고, 소통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시금 주목받은 메타버스가 단순히 공연예술계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의 역할을 넘어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까?

<팬심은 시대와 공간을 뚫고> 과거 공연예술에 있어서 관객을 개발하기에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팬덤 문화’를 꼽을 수 있다. ‘광신자’라는 뜻의 ‘fanatic’과 ‘세력’이라는 뜻의 ‘dom’이 합쳐진 합성어인 팬덤은 특정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한다. 과거의 팬덤 문화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TV 프로그램, 라디오 등 촬영 현장에 직접 가서 아티스트를 상징하는 굿즈들을 이용해 아티스트를 응원하며 팬덤의 규모를 과시하기도 하는 다소 적극적인 오프라인 활동들이 주된 팬덤 활동이었고, 팬카페와 팬 블로그, 팬 페이지 등을 이용하기도 하며,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TV를 시청하는 등 온라인 활동들은 비교적 소극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 

팬덤 문화도 문화 예술과 시대의 발전에 따라 여러 단계를 지나왔는데, 80년대 조용필의 ‘오빠부대’가 팬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직접 팬 레터를 써서 보내고, 방송국을 무작정 찾아가 기다리다가 가수를 직접 만나는 등 현재에는 상상하기 힘든 굉장히 적극적인 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펼쳤다. 이후 90년대에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HOT, 젝스키스, 신화, god를 통해 팬덤 문화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는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되어 온라인 팬덤 활동 또한 함께 발전되기 시작했지만, 온라인 활동으로 인해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 친목활동을 더욱 활발히 하게 되어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깊게 만들어 ‘사생팬’이라는 문제점이 생기기도 했다. 2000년대를 지나오며 팬덤 활동은 여전히 오프라인 활동이 주를 이루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에 제약이 생기자 유튜브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며 ‘조회 수’가 곧 팬덤의 크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고, 오프라인 공연에서처럼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라이브 방송과 메타버스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최대한 가까이에서 무대를 관람하고, 팬심을 표현하는 활동들이 계속되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세상을 위해>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네이버에서 2018년 8월에 출시하고, 2021년 기준 2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제페토’가 있다. 제페토에서는 메타버스에서도 팬덤 문화를 이용해 성공적인 공연이 개최될 수 있다는 예시를 보여준 사례가 있다. 제페토에서 블랙핑크가 아바타 팬 사인회를 개최해 4,600만 명의 유저들이 참여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제페토 아바타를 활용한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1.2억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렇게 제페토를 통한 팬덤 활동이 늘어나자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JYP 등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들과 큰 규모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쓰이고 있고, 대표적으로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 크래프트’ 3개의 게임을 3대 메타버스 게임이라고 한다. 게임 속 가상 공간에서도 다양한 공연 예술 활동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게임 ‘포트나이트’의 소셜 공간 ‘파티로얄’에서 열렸던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는 총 45분간의 콘서트를 통해 얻은 수익이 약 2,000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유튜브와 같은 OTT 플랫폼에서도 손쉽게 콘서트 영상을 볼 수 있지만, 가상현실에서 열렸던 콘서트가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된 데에는 OTT 플랫폼에서와 달리 가상 현실 속 내가 직접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메타버스는 커뮤니티 기능을 이용해 서로 소통할 수 있고,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어 폭넓은 타겟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메타버스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장의 현장감을 그대로 생생하게 느끼기에는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시간을 갖춰가야하기 위해선> 미래 예술과 기술. 매우 다른 두 단어인 듯 보이지만,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천재적인 예술가이자 기술자, 과학자였던 것처럼, 예술과 기술은 항상 함께였고, 예술이 발전하는 데 있어 늘 당 시대의 가장 앞선 기술을 활용하였다. 첨단의 기술로 예술을 표현하고, 관객은 그렇게 표현된 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객체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적극적으로 예술 안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참여하는 주체성이 더욱 중요하다. 

다른 분야와 달리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이 중요한 예술을 시청각에만 주로 의존해서 즐겨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아쉬움 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뿐 아니라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메타버스의 새로움과 현장감 그리고 안락함을 넘어 낯설게 느껴지는 이것을 점진적인 시간으로 갖춰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