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2 노원달빛산책》 개막, ‘은하수를 건너서’…코로나 이후 희망을 말하다
[현장스케치] 《2022 노원달빛산책》 개막, ‘은하수를 건너서’…코로나 이후 희망을 말하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18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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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당현천 구간, 오는 10월 30일까지
구민 참여 작품 등, 함께 하는 축제의 장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함께 시작했지만, 개방된 공간에서 걸어 다니면서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새롭게 개척한 《노원달빛산책》이 개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게 된 《2022 노원달빛산책》은 ‘은하수를 건너서’라는 주제로 축제를 선보인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현시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건너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희망을 담는다.

▲전영일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중원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제작했다 ⓒ서울문화투데이

《2022 노원달빛산책》은 지난 14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개최되며 노원구 당현천 2Km 구간인 상계역(수학문화관)부터 중계역(당현 3교)까지 열린다. 미디어아트, 빛조각, 오토마타, 설치미술, VR 콘텐츠 등 공공미술작품이 전시되며, 총 17작가(팀)의 35작품 110여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참여 작가(팀)는 성동훈, 이한수, 전승일, 박봉기, 전영일, 김이박, 뚜따꿉(권재현 서정배), 인송자, 박국진, 김리웅, 국근일, 김재성, 이기범, 백진현, 정영두, 유대영, 가제트 공방이다.

올해부터 축제는 감독제로 진행됐다. 축제의 총 예술감독은 전영일 작가가 맡았고, 전시감독은 이수 큐레이터, 기획감독은 손이상 문화비평가가 맡아서 축제 프로그램별 섬세한 계획을 추진했다.

축제 개막 이틀 전인 지난 14일에는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2022 노원달빛산책》 프레스 투어가 진행됐다. 이수 전시 감독의 가이드로 축제의 전반적인 의미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축제 기간동안 전시되는 작품 대부분이 설치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프레스 투어가 열려서, 정작 작품의 실물은 볼 수 없는 상황이여서 아쉬움이 있었다.

▲축제 투어 전, 전영일 예술 총 감독의 축제 설명이 있었다 ⓒ서울문화투데이

2020년 시작한 《노원달빛산책》은 ‘달빛’이라는 소재에서 발상을 시작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우주’, ‘행성’으로 표현하며 인간과 우주의 관계, 지구와 다른 행성 간의 관계를 축제 안으로 가져왔다. 지난해 개최된 《2021 노원달빛산책》은 ‘달, 지구를 보다’라는 주제로 준비됐었다.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보다 더 큰 존재인 ‘달’에서 볼 때면, 결국 언젠가는 지나갈 한 시점이라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다가올 긍정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꼭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의 희망을 전한 자리였다.

‘은하수를 건너서’라는 주제로 개막한 《2022 노원달빛산책》은 동요 <반달>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그루 토끼 한 마리 (중략)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중략)”라는 가사로부터 발상이 시작된다. 인간이 쉬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코로나19를 겪은 우리가 힘든 시기를 지나서 새로운 미래, 희망찬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위로, 응원, 에너지 등이 함께 담긴다.

▲이기범 <달 숲(Moon Forest)> ⓒ서울문화투데이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이전과 같은 서로의 가까움을 꿈꿀 수 있는 때에 《2022 노원달빛산책》은 구민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과 축제 관람 시 서로의 관계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을 주요 작품으로 선보인다.

《노원달빛산책》은 축제 개막 전부터 <달빛마중 프로그램>을 기획해 구민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총 6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인송자 <Signal of Earth Live>, 김이박X가제트공방 <그동안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전영일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가제트공방X유대영X전영일 <CosmoScope> 등의 작품이 완성됐다.

▲인송자 <Signal of Earth Live>, 상명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제작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인송자 <Signal of Earth Live>는 상명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인 작가는 초등학생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학생들이 더욱 자유롭게 작품에 대한 생각을 펼쳤고, 인 작가가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은 능숙하게 작품을 완성해나갔다고 한다.

전시 투어를 맡은 이수 전시 감독은 “인 작가님이 프로젝트 준비 당시에 고민이 참 많았는데, 실제 학생들을 만나보고 남다른 보람과 놀라움을 전했다”라며 “초등학생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음에도 높은 수준의 완성도가 있는 작품으로, 등불이 들어오지 않는 낮과 등불이 들어온 밤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원형으로 된 판에 실을 엮어 특별한 신호를 담고 있는 듯한 면을 만들어냈다. 마치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는 신호와도 같은 모양새다.

▲ 전영일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에 있는 학생들의 문구 ⓒ서울문화투데이

중원중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전영일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는 마스크 등불 조형물이다. 학생들이 함께 제작하고, 이 작품에 코로나19를 지난 학생들의 기록을 담았다. “마스크 덕분에 공주님, 왕자님으로 살 수 있었다”, “2년이라도 마기꾼으로 살아서 충분했다”라는 유쾌한 기록과 함께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게 된 요즘, 친구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기도 힘들고 손을 잡기도 어려운데 하루라도 빨리 당연한 것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길”이라는 소망도 담겨 있었다.

당시 중원중학교 수업에 함께 참여했다던 손이상 기획 감독은 “마스크 조형물 위쪽에 보면 ‘청각장애인분들 입모양 읽어 대화 편해지시길!’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문구였다”라며 수업 당시의 특별하고 유쾌했던 경험에 대해서 얘기했다. 손 기획 감독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몇 번 진행했는데, 어느 날 수업 후반부쯤에 한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에게 고백을 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의 활발함과 다시 시작되는 관계성같은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일화였다”라고 현장의 경험을 전했다.

▲인송자 작가 <음, 어, 아> ⓒ서울문화투데이

‘함께 했을 때, 우리는 더욱 빛날 수 있다’라는 관계의 중요성을 작품을 관람하면서 느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전영일 작가와 하쿠나마타타 청소년 커뮤니티가 함께 제작한 <은하수 여행자의 쉼터>, 전영이 <불멍>은 함께해야만 하는 ‘우리’에 대해서 얘기한다.

<은하수 여행자의 쉼터>와 <불멍>에는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있는데, 한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자신의 자리가 아닌 자신이 앉은 앞 좌석에 불빛이 들어온다. 즉, 내가 앉은 좌석에 불빛이 들어오게 하려면, 내 앞에 다른 사람이 앉아야 한다. 그래서 모든 이가 함께 자리에 둘러앉았을 때야 비로소 작품이 환하게 빛을 발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 함께하는 우리에 대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들이다.

▲김재성 <Made in Universe> ⓒ서울문화투데이

이외에도 《2022 노원달빛산책》에는 ‘은하수를 건너서’라는 축제 제목처럼 ‘우주’와 ‘은하수’를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이기범 <달 숲(Moon Forest)>, 정영두 <Starlight Festival>, 김재성 <Made in Universe> 등이다. 또한, 전승일 <해신달신>은 오토마타 작품으로 축제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해신과 달신 조형물을 움직여볼 수 있는 재미를 담았다.

《2022 노원달빛산책》의 마지막 작품은 인송자 작가의 <음, 어, 아>라는 작품이다. 느낌표 형상을 한 빛 조각으로, 코로나가 끝나가는 이 시점 우리 모두가 겪는 복합적이고 놀란 듯한 감정을 담는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팬데믹의 끝을 상징하는 느낌표, 팬데믹 끝에서 즐거움을 표시하는 느낌표 등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은유하며 축제의 마지막을 빛낸다.

▲전영일 <큰고래자리> ⓒ서울문화투데이

3년 동안 달빛, 달과 지구, 은하수, 우주 등으로 축제를 이끌어 온 《노원달빛산책》 측은 내년에도 연결된 서사로 축제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수 전시 감독은 “내년 축제는 이제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로 돌아와 현실 속 ‘우리’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라며 내년 축제에 대한 계획도 전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축제의 방식을 선보인 《노원달빛산책》은 점점 더 구민과 함께 하는 축제를 지향해나가고 있다. 축제 기획 측의 일관성은 주제의 맥락을 꾸준히 잘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성을 지니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계통의 작품이 구현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달빛산책’이라는 축제의 브랜드 성을 공고히 하는 데에는 큰 효과가 있는 지점이라고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