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展 “임옥상 현재 활동을 보다”
MMCA,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展 “임옥상 현재 활동을 보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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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서울관, 내년 3.12까지
한국 현대미술 주요작가 임옥상 대규모 개인전
대규모 신작 설치작업 3점 및 회화 신작 등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현대미술 주요 작가로 손꼽히는 임옥상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임옥상의 대규모 신작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을 지난 21일 개막해 오는 2023년 3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선보인다. 서울관 내 6, 7전시실과 전시마당 등에서 임옥상의 대형 회화 및 신작 설치 작업 등 총 40여점의 작품, 130여점의 아카이브를 공개한다. 전시작 40여 점 중엔 대형 설치 신작 3점이 포함돼 있다.

▲흙 A23, 2018, 캔버스에 흙, 먹, 227x145cm. 개인 소장 ⓒ이의록 (사진=MMCA 제공)
▲흙 A23, 2018, 캔버스에 흙, 먹, 227x145cm. 개인 소장 ⓒ이의록 (사진=MMCA 제공)

이번 전시는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 대지미술, 환경미술로까지 자신의 작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임옥상의 지금 현재 활동과 작업을 살펴보는 기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되는, 장소특정적 조건과 상황을 활용해 선보이는 신작들을 최근 임옥상의 작업 특성과 보다 확장된 맥락에서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임옥상은 1950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04년, 2010년 베이징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들에 초대됐다. 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술관 밖’ 미술실천적 참여프로그램, 이벤트, 설치, 퍼포먼스 등을 다수 기획・진행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공공미술, 공공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통의 계기를 구체화했다.

근래에 임옥상은 파주 장단평야의 실제 논에서 ‘예술이 흙이 되는’ 형식을 빌려 일종의 환경미술 혹은 대지미술, 현장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작가의 오랜 인생관, 예술관이 복합적으로 엮여 펼쳐진 실천의 장이라 볼 수 있었다.

▲흙의 소리, 2022, 흙, 혼합재료, 390x480x300cm. (사진=MMCA 제공)

전시는 작가의 신작 중 하나인 높이 12m의 설치 작품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을 전시장 중심에 놓고 6전시실과 전시마당에는 설치 작품을, 7전시실에 평면 작품을 위치시켰다. 작가 초기회회와 최근작들을 “깍지 끼듯” 마주 이어 구성해 공간에 배치시키며, 그가 구축해오고 있는 작품의 근원은 어디이고, 어떻게 변화를 지향해나고 있는지 함께 찾아나가 본다.

6 전시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임옥상의 대형 설치 작품으로 <흙의 소리>(2022)가 있다. 마치 대지의 신 가이아(Gaia)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의 한쪽에는 입구가 마련돼 그 거대한 인간의 머릿속으로 관객을 걸어 들어가게 한다. 동굴과도 같이 다소 어두운 공간에서 가이아,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감각할 수 있다.

▲2. 여기, 일어서는 땅, 2022, 흙, 혼합재료, 200x200x10cm(36ea), 1200x1200x10cm(전체),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사진=MMCA 제공)

전시장 중앙에 배치되는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은 패널 36개를 짜 맞춘 세로 12m, 가로 12m의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임옥상은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 내 논에서 작업했다. 미술재료용으로 가공돼 정제된 흙이 아닌 ‘진짜’ 흙, 생존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땅 흙을 마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표면 위에 인식 가능한 형상들 외에 즉자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는 흙의 질감과 색이다. <여기, 일어서는 땅>은 재료나 의미에 있어 매우 근원적인 지점에 닿아 있다. 장단평야 논에서 떠온 흙은 추수 후 땅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고, 여전히 배어있는 땅 냄새, 숨 냄새 등이 관람객의 원초적인 무의식을 건드리는 듯하다.

임옥상이 처음 작가 활동을 시작할 즈음 그의 작품 소재로 물, 불, 흙, 철, 대기 등의 물질적 요소들이 자주 등장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들판 저 멀리 보였던 불의 형상을 잊을 수 없었고 청년 시절에는 들과 산으로 들어가 직접 자신의 신체로 자연과 접촉하고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불, 1979, 캔버스에 유채, 129x128.5cm, MMCA 소장, ⓒ임옥상 미술연구소 (사진=MMCA 제공) 

7 전시실은 작가가 세계를 받아들이는 인식과 방법을 저변에 깔고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임옥상의 제1회 개인전(1981)과 그 시기 회화 작품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관람객의 신체적 행위를 통해 ‘제1회 개인전(1981)과 그 시기 회화 작품들 사이’를 인지하고 의미를 채워나간다. 그리고 이 의미가 다 채워졌을 지점, 임옥상의 최근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0년대 작가는 캔버스 위에 흙을 덧발라 채우고 그 위에 유화물감, 먹물 등을 혼합해 흙산수를 그려냈다. 그 형상들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 자체를 반영하기도 하고, 상당히 구상적인 전통 산수(山水)풍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술관 내 중정(中庭)인 전시마당에 작가는 지름 4m가 넘는 웅덩이인 <검은 웅덩이>(2022)를 만들었다. 이 웅덩이 속에는 검은 물이 가득 차 있다. 작가는 이 웅덩이를 ‘숨구멍’이라 칭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생태, 문명, 혹은 문화, 사회 등 어떤 관점에서든 눈 앞의 웅덩이는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검은 웅덩이> 함께 배치된 작품은 <대지-어머니>(1993)로 철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마치 흙이 들려 일어나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어머니는 마치 검은 웅덩이를 오래 쳐다보는 듯한 형상을 구현하고 있다.

▲전시마당 전경
▲전시마당 전경 (사진=MMCA 제공)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 임옥상의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작가 작업에 대한 정형화된 이해를 벗어나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중진 작가들의 현재를 짚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