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음악(성악) 수상자]김옥아트센터 김옥 관장 “순수한 열정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며 전진”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음악(성악) 수상자]김옥아트센터 김옥 관장 “순수한 열정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며 전진”
  • 이은영 발행인‧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0.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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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 아트홀’ 이어 두 번째 공연장, 밀양 ‘김옥 아트센터’ 개관
“보존에 무게 실린 지역 문화, 창작 더해져야 할 때”
시 차원의 문화예술 투자ㆍ지원, 도시 전체 발전 기여할 것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진보연 기자]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조사」(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지자체에 등록된 공연장은 1,000여 개다. 등록되지 않은 공연장까지 합하면 1,200가 넘는다. 공연장이라 하면 대개 도심에 있는 큰 시설을 떠올리지만, 그 수는 소극장이 훨씬 많다. 하지만 많은 공연장들이 시설과 예산 부족으로 운영난을 겪는다. 

소공연장은 예술가들에게는 작은 규모의 공연을 기획할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클래식과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비해 예술 기반 시설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더욱 그 필요성이 강조된다. 

▲김옥아트센터 외부 및 야간 전경
▲김옥아트센터 외부 및 야간 전경

소프라노이자 ‘김옥 아트센터’ 관장인 김옥은 10년 전인 2012년 부산에 11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 ‘수 아트홀’을 처음 선보였다. 수도권 외 문화예술 환경이 지자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수 아트홀’의 개관은 새롭고도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이후 세계 내로라하는 연주자, 성악가들 외에도 예술의 길을 가려는 학생들과 신진 음악인들이 ‘수 아트홀’이 마련한 무대에 오르며, 지역 예술인들에게 열린 무대를 제공했다.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김옥 관장이 외래 교수로 있는 동부산대와 연계 ‘수아트홀 기획 인재양성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예비 음악인들에게 무대에서의 경험을 미리 하게 해 현장감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다. 아울러 그는 ‘영아티스트들의 발굴’에도 관심이 많다. 신진 음악인들이 많이 배출돼야 클래식의 저변이 넓혀지고, 선배 음악인들의 설 자리도 많아져 다시 대중의 관심이 커진다는 생각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영 아티스트 초대전’으로 구체화됐다.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마련하고, 일상과 가까운 예술 활동 장려를 통해 클래식 저변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는 김옥 관장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제 13회 문화대상 음악(성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관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고향인 밀양에 ‘김옥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외형적으로 덩치가 큰 공연장이 대세를 이루는 시기에, ‘김옥 아트센터’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열린 대관과 신선한 기획력을 주요 운영 방안으로 내세웠다. 

김옥 관장은 부산대, 계명대 예술대학원을 거친 뒤 이탈리아 로엥 카발로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마그니토고르스크 글린카 국립음악원 연주박사 과정을 밟았다. 만학도였던 그는 누구보다 음악과 공연에 대한 갈망이 깊었고, 그 열정은 아직도 유효하다.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1길 18-9. 한적한 골목을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채운 김옥 관장을 만나 그가 이곳에서 음악을, 예술을 전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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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김옥 아트센터’ 김옥 관장

제13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한다. 시상식 당시 전하지 못한 수상소감과 수상 이후 근황이 궁금하다.

생각지도 못 한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얼떨떨했다. 나이가 들고 나선 처음 받아보는 상이었다. 내가 해야 될 일을 하는 건데 거기에 대해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봐주고, 격려해준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함을 느꼈다. 이전까지 무언가를 바라며 일을 해온 건 아니었지만, 막상 받으니 상을 받았다는 자체로 설레었다.

아울러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은 기존에 해오던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2019년부터 밀양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무료로 가곡 교실을 운영하며, 아트센터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상을 받으니 더욱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가 하고자 했던 일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음악에 대한 나의 순수한 열정으로 다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 

수상 당시 “도시와 지방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어 아트홀을 개관했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목표를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

그간에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지금은 밀양이 문화적으로도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곳 밀양에서 나고 자라오면서 예술적 토대의 빈곤함을 항상 느꼈다. 물론 지금은 밀양이 문화도시로 선정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수도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내가 사랑하는 이 지역에서 내가 사랑하는 문화예술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클래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감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을 전해주고 싶다. 이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며 느낀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너무 가난해서 피아노도 한 대 없이 자라면서도 음악을 꿈꿨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으며, 마음 한 편에는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예술을 꿈꾸는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함께 키워왔던 것 같다. 

김옥 아트센터를 개관하게 된 소회가 궁금하다.

예술가로서, 어릴 적 궁핍했던 문화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다. 예술 분야, 특히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가까이서 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아울러 이번 개관 연주회에, 꿈과 희망인 미리벌 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해줘 더욱 행복했다.

부산의 ‘수 아트홀’과 밀양의 ‘김옥 아트센터’, 두 공연장 운영에 차이점이 있다면?

‘수 아트홀’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인데, 그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놨다고 생각한다. 현재 (‘수 아트홀’은) 음악감독을 따로 두고 있는데, 그분이 각종 지원 사업과 대관 및 운영을 맡아주고 하고 계시다. 대신 나는 그 에너지를 밀양에 전부 쏟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달 클래식 연주회가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약간의 변동은 있겠지만, 개관 연주를 기점으로 11월부터 매달 셋째 주에 콘서트가 진행된다. 현재 1년 치 계획이 다 나와 있는 상태이다. 

지난 20일, ‘김옥 아트센터’ 개관을 축하하는 연주회가 있었다.

지휘자 이동신, 시노두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리톤 이종훈, 오보에 류재환, 테너 이현, 트럼펫 D.로카렌코프, 소프라노 김유섬 등이 참여했다.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하겠다는 아트센터 개관 취지에 맞게 경남권의 음악가들을 초청하게 됐다. 

앞으로의 1년은 친근감 있는 구성으로 지역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성악, 플루트, 바이올린, 피아노 등 익숙한 악기들로 동요부터 가곡까지 다양한 무대를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독주회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연주와 전시가 함께 있는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지난 20일 개최된 ‘김옥 아트센터’ 개관 연주회 무대

공연장을 운영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공연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질 텐데, 이에 대한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가?

개인적으로 후원자를 찾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새로 시작하는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상업적이지 않은 공연에 후원해줄 사람이 과연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차적으로 완성된 플랜에는 아무래도 사비가 많이 들어갔다. 더불어, 연주자들 가운데 지인이 많다 보니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 

이후 공연은 티켓 판매를 통해 일정 부분이라도 운영에 도움을 받아보려 한다. 처음엔 커피를 팔아서 그 수익으로 공연을 올릴까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꿔 티켓을 판매하고 커피를 서비스로 제공하기로 했다. 사실 이걸로 시설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수익이 날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당분간은 사비를 털어 운영하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처음엔 조금 어렵겠지만, 좋은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다 보면 빛을 발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밀양 ‘김옥 아트센터’ 김옥 관장
▲밀양 ‘김옥 아트센터’ 김옥 관장

‘김옥 아트센터’를 밀양에 세운 만큼, 지역 예술인들과 밀양의 특성을 살린 예술 공연들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의 문화는 창작보다 보존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개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여기에 창작을 더하고 싶은 것이다. 예술가로서 새로움을 더해, 머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깨워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밀양’ 하면 아리랑부터 해서 전통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것들이 많은데, 대부분 설화 속으로 파묻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옛날이야기로 끝나지 않도록, 발굴해서 그 귀중한 가치를 이어가고 싶다. 아는 사람만 아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 이를 알릴 수 있는 내 매개체는 음악이기에, 이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밀양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하고 싶다.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등 그 표현 방식은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하여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새로운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문화 예술 콘텐츠의 개발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를 통한 구체적인 활동 영역 제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역량 있는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등 지역 간, 국가 간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소프라노 김옥이 지난 2019년 밀양 ‘김옥 가곡교실’에서 동심초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소프라노 김옥이 지난 2019년 밀양 ‘김옥 가곡교실’에서 동심초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앞으로의 목표?

말보다는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에 고향에서 전공을 살려 지역민들에게 가곡을 알려주는 일을 하는 동안, 내가 봉사를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1년 동안 끊임없이 묻던 분이 계셨다. 아마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선거철이 지나고도 늘 그 자리에서 봉사를 하니, 그제야 나의 진심을 읽어주시더라. 

사실 나는 당장의 목표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내가 사랑하는 고향과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이곳에서 시작된 아주 작은 움직임이 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 밀양시의 문화예술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다. 밀양은 ‘시’이지만 합창단도 없고, 오케스트라도 없다. 많은 인원을 움직이는 단체는 개인이 운영하기 쉽지 않기에,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도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