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년 기념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展, 10년의 연구 성과 공개
[현장스케치]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년 기념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展, 10년의 연구 성과 공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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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특별전시실, 11.1~2023.3.19.
조선 왕조 정통성‧품격 지킨 ‘예(禮)’ 담아
의궤 귀한 힘쓴 고故박병선 박사 기려, 11.21~27 무료 관람 진행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2011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에 약탈당한 조선왕조 외규장각 의궤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환됐다. 2022년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10년이 지났다. 10년 사이 우리는 ‘외규장각 의궤’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게 됐을까.

▲ '친영례親迎禮' 관련 의궤 전시물 ⓒ서울문화투데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년을 기념하며,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11월 1일부터 내년 3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 간 축적된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국민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전시 개막 전 10월 31일에는 언론공개회가 진행됐다. 공개회는 지난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의 말로 시작됐다. 인사말을 전한 윤성용 관장은 참담한 사건에 대해 깊은 조의를 표하며,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관장은 이번 전시가 1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297권의 의궤를 모두 공개하는 자리라는 것을 강조하며 전시를 소개했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는 임금만이 볼 수 있는 어람용이었고, 조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으로 귀환될 수 있게, 노력을 쏟은 고故박병선 박사(1923~2011.11.23.)를 기억하는 자리이기도하다. 고故박병선 박사는 ‘외규장각 의궤’ 귀환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온 해에 세상을 떠났다. 박물관은 고故박병선 박사를 기억하고자,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는 무료 관람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문화투데이

전시는 ‘외규장각 의궤’를 외적인 측면, 내적인 측면에서 모두 살펴볼 수 있는 구성으로 기획됐다. 의궤는 ‘의식의 궤범軌範’으로 조선시대 중요 국가 행사의 전체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그중 ‘외규장각 의궤’ 오직 왕만을 위해 만든 귀한 책에 해당한다. 279권 중 5권을 제외하고 모두 어람용이다.

왕이 열람하는 책 ‘어람용’과 여러 곳에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분상용’ 의궤에는 외형적인 차이가 있다. 어람용 의궤의 표지는 대부분 초록색 비단으로 만들어지고, 비단에는 아름다운 문양도 새겨져 있었다. 보급용은 붉은색 삼베로 만들어졌다. 다른 형태를 가진 의궤의 외형들은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외형적 측면과 더불어 전시는 의궤가 담고 있는 ‘예법’을 책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선보인다. ‘외규장각 의궤’는 왕조의 정통을 세우고 백성을 아우르는 품격의 통치, 질서와 예가 잘 어우러진 국가‧사회를 위한 지향성이 담겨 있다.

▲'2부. 예禮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에서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의궤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왕이 보던 어람용 의궤가 가진 고품격의 가치를 조명한다. <2부. 예禮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에서는 의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의례儀禮로 구현한 조선의 ‘예치禮治‘가 담고 있는 품격의 통치철학을 살펴본다. 마지막 구성인 <3부. 질서 속의 조화>는 각자가 역할에 맞는 예를 갖춤으로써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조선이 추구한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전시를 기획하고 언론공개회를 진행한 임혜경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외규장각 의궤’가 계속 전하고 있는 ‘예(禮)’가 지향하고 있는 지점이 어디이고, 무엇일지 많은 고민을 하고 연구를 했다. 그 고민의 끝이 ‘진찬’이라는 행사였다. 예를 모두 갖추고 질서로서 만든, 조선시대가 추구한 세계는 ‘진찬’의 형태라고 봤다. 그래서 전시의 끝을 1809년 혜경궁에게 올린 진표리와 진찬 두 행사를 기록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를 복제해 선보이고, 너비 10m의 대형 화면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변신한 기사년의 <진찬의 3D 영상>을 상영한다”라고 말했다.

▲'3부. 질서 속의 조화' 『기사진표리진찬의궤』 디지털 콘텐츠 <진찬의 3D 영상> ⓒ서울문화투데이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현재 영국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본래 외규장각에 봉안돼 있었으나, 병인양요丙寅洋擾(1866년) 때 프랑스로 건너갔고, 1891년에 파리에서 영국국립도서관이 구입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 전시품은 영국국립도서관의 협조로 박물관이 복제한 것이다.

전시는 에필로그 <조선왕조의궤, 그 이후>, <이제 다시 의궤로>라는 두 개 전시 구성으로 끝맺어진다. <조선왕조의궤, 그 이후>는 1897년 대한제국大韓帝國 수립이 선포되면서 또 다른 형태를 지니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고, <이제 다시 의궤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난 10년의 연구 성과의 의의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더 깊은 연구를 위한 다짐을 담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외규장각 의궤’에 담긴 기록에 따라, 현재에 복원한 여령(女伶/전문 예인藝人으로 의례 중에 행사의 진행을 돕던 사람)의 복식도 볼 수 있다. 임 학예사는 여령 복식 전시품에 대해 “‘외규장각 의궤’의 기록이 현재에도 구현이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복원을 진행한 결과물”이라며 “여러 지점을 감수하긴 했지만 ‘외규장각 의궤’가 가진 기록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외규장각 의궤’에 따라 복원한 여령(女伶) 복식을 설명하는 임혜경 학예연구사 ⓒ서울문화투데이 

조선이 가지고 있던 ‘예(禮)’와 그 ‘예(禮)’를 기반으로 한 국가 통치의 방향성을 모두 아울러서 이해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다. 의궤 전시 뿐 아니라, 외규장각이 보관돼 있던 공간을 구현하고 당시 시대의 느낌을 만들어낸 것도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학술적’ 연구 및 그 ‘가치’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느껴볼 수 있다.

전시 투어를 끝내며, 임 학예사는 ‘외규장각 의궤’를 연구한 10년은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지속해나가야 할 시간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나갈 것이고, 그 내용과 가치를 보다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한편, 국중박은 지난 10년 동안 외규장각 의궤를 연구하고 그 성과를 계속 공개해왔다. 외규장각 의궤 297책의 해제와 원문, 반차도, 도설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외규장각의궤 DB를 구축했고, 외규장각 의궤 학술총서 총 6권을 발간한 바 있다. 외규장각의궤 DB(https://www.museum.go.kr/uigwe/), 외규장각의궤 학술총서 열람 및 다운로드(https://www.museum.go.kr/site/main/archive/report/category/category_116)를 통해,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