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이태원 참사 애도 이유로 공연 줄줄이 연기, 취소 안타깝다
[김승국의 광장문화]이태원 참사 애도 이유로 공연 줄줄이 연기, 취소 안타깝다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2.11.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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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청춘, 안타깝고 부끄럽다

이태원 참사로 청춘을 미처 다 누리지도 못하고 어처구니없이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의 명복을 빈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청춘,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이다.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님과 형제, 친지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을 11월 5일까지로 정하고 애도 기간에 지자체 주관의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당연히 이해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애도를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들이 11월과 12월 예정된 공연이나 축제 등 문화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것은 판단의 오류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 애도 기간 후에도 공연, 축제 등 줄줄이 취소 혹은 연기 

정부나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애도 기간이 끝난 이후 11월에 지자체가 주최하거나 주관하기로 한 모든 실내 공연이나 야외 공연을 일방적으로 연기 혹은 취소하고 있어 공연예술계는 초비상이다. 지자체들이 애도 기간이 끝난 후 예정된 실내 공연이나 야외 공연을 취소하게 된 배경에는 지자체가 애도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애도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러한 국가적 슬픔 속에서 공연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거나, 정부 주관으로 예정된 문화행사들이 줄줄이 취소 혹은 연기되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중 밀집 행사에 대한 안전조치 강화를 주문하는 긴급 공문을 배포하고 안전관리에 만반의 준비가 된 경우에 한해서만 일정대로 추진하고 안전 대책이 미흡할 경우 추가 조치 보완과 현장 점검을 통해 완벽한 조치가 이뤄진 다음 행사를 열도록 하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 것도 취소나 연기 결정에 한몫한 것 같다. 

취소가 아닌 연기 결정이 내린 공연이라 할지라도 12월은 공연 성수기라 공연장들이 일찌감치 대관을 마친 상태라, 올해 연말 공연은 하기 어렵다고 봐야 하므로 사실상 취소나 다름없다는 것이 공연 관계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공연은 유흥이나 유희의 도구라는 사회적 편견 버려야 

애도의 분위기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야외 공연이나 축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내 공연까지 취소 혹은 연기하는 것은 지나친 몸 사리기 행정이 아닐까? 관료들이나 정치지도자들이 공연예술을 예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흥이나 유희의 차원으로 보는 표피적 사고를 하고 있어서 이런 무지한 조처를 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이럼에도 일부 공연예술가들은 공연 취소만이 애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예정된 공연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작곡가 겸 가수 장원영이 국가 애도 기간으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되자,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만 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라는 글을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용기 있게 적었으며, 이에 공감하며 추모의 분위기에 동참하는 공연 콘셉을 재설정하여 공연을 강행하고자 하는 공연예술가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공연예술가들의 목소리에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이태원 참사, 그 후의 몇 가지 생각들’이라는 칼럼에서 “생각해보면 장례나 종교 행사에서 음악은 빠지지 않는다. 음악이 얼마든지 위로하고 추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콘서트와 공연을 취소한 것은 음악·예술을 단순히 유희나 흥을 위한 도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을 때는 홍보의 도구로 무한 활용하면서, 참사나 재해 때는 무조건 멈추라는 태도는 음악을 국가의 장식이나 놀이로만 생각하는 천박하고 상업적인 태도일 뿐이다.’라고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다. 
 
공연 취소만이 애도의 방법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 결정권자들은 공연예술이 오히려 이번 참사로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이나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애도의 분위기에 동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치유하고 희망의 빛을 되찾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되고 있는 공연에 망연자실하며 주변 지인들로부터 걸려 온 전화나 문자에는 공연예술인의 절망 섞인 절규가 짙게 깔려있다.

너무 힘이 드네요. 예술인이 직업인데 무조건하지 말라니 정말 답답합니다 / 공연 준비하느라 열심히 모여 연습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되었네요 / 누군가에게는 생계 수단이 이렇게 허무하게 없어지다니요. 공연 3건이 없어졌습니다. / 가뜩이나 어려운 공연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 야구와 농구는 되는데 왜 공연은 안 되나요 / 추모의 마음을 담아 예를 갖추는 공연이라면 더 권장할 수도 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 문화가 슬픔과 고통을 치유할 수는 없어도 위로는 할 수 있는데 무조건하지 말라니 답답합니다 / 야외 행사는 취소하거나 연기하더라도, 공연장 실내 문화예술 행사까지 무분별하게 묻지 마 취소는 오랜만에 회복되어 가는 문화예술계를 또 한 번 힘들게 하는 결과가 될 거예요. / 실내 공연의 경우 추모의 메시지를 기본적으로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허용하면 될 텐데 안타깝습니다. / 무조건하지 말라니요? 전형적인 무사안일, 복지부동 행정이지요. /

정부는 공연예술인의 처참한 현실에 대책을 세워야

길고 긴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조치로 거의 죽음 직전 까지, 갔다가 이제 겨우 회생 과정에 있는 공연예술계에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처사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공연예술로 오히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과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을 돌봐주셔야 할 문체부 관계 공무원분들께서는 공연예술인들의 망연자실한 현실을 알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알고 계신다면 무슨 조치라도 취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