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1년 반 째 구인난”…국립극장장 네 번째 재공모
[Hot Issue]“1년 반 째 구인난”…국립극장장 네 번째 재공모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1.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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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공모, 내년 1월 면접 예정
“충분한 해명 없는 무책임한 재공모” 비판 목소리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예술감독도 이미 임기 만료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극장장의 오랜 공석이 여전히 주인을 만나지 못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달 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극장장 공개모집 일정을 밝혔다. 지난해 9월 20일 김철호 전 극장장이 퇴임한 이후 벌써 네 번째 모집 공고다. 면접시험 예상일이 1월 중이니, 신임 극장장은 일러도 내년 초에나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객석 내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객석 내부

지난해 7월 1일 인사혁신처가 선발 공고를 낸 후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고, 그 중 여러 인물들이 최종 후보 하마평에 올랐으나 최종 인선을 위한 채용 절차는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임용후보자로 선정된 2인은 문체부 장관에게 추천되며, 역량평가와 ‘고위공무원임용심사위원회’의 인사심사를 거쳐 최종 1명이 극장장으로 임용된다. 

3차 공모 당시 최종 임용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알려진 전해웅 전 프랑스 주재 한국문화원장이 신임 국립극장장에 내정됐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이 마저도 무산됐다.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극장장의 갑작스러운 사임도 아니고 예정된 임기를 마친 상태에서 발생한 공백이기에 문화예술계의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사혁신처가 네 차례나 후보를 다시 공모하는 동안, 문체부에서는 후보자를 반려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표 예술 기관인 국립극장의 수장 자리가 오랜 기간 공석임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문체부는 후보자 재추천, 재선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가 듣고 싶어 수차례 문체부 관련 담당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전직 문화예술기관장을 지낸 한 문화예술행정가는 “지난해부터 벌써 네 차례 국립극장장 후보 공모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공석인 적도, 여러 번 재공모가 이뤄진 적도 없었다. 심지어 바로 직전 공모 최종 후보자가 위촉 직전 단계까지 갔는데, 충분한 해명도 없이 새로운 인물을 찾는 공모가 올라온 상황이다”라며 “이는 특정인을 자리에 앉히기 위한 형식적 재공모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1년 반에 걸친 수차례의 공모를 거치며, 문화예술계에서 뜻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원했을 것이다. 국가에서 자격이 안 된다고 떨어뜨린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과연 어떤 인물이 새로운 수장이 될 것인가. 자격을 갖춘 사람의 상당수가 지원했음에도 여전히 공석이라면 그 자리는 아직 지원하지 않은, 문화예술과 관련성이 적은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본다”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극장장 자리가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표류하는 동안 한 차례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국립극장 직원들과 간부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국립창극단 ‘나무, 달, 물고기’ 공연 장면
▲국립창극단 ‘나무, 달, 물고기’ 공연 장면

국립극장장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전속 단체 예술감독의 임기도 끝이 났다. 예술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극장장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되어 있다. 

국립창극단의 예술감독은 유수정 예술감독 임기 만료 후 지난 4월 1일부터 허종열 단원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2019년 4월 1일 임명된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과 11월 1일 임명된 국립무용단 손인영 예술감독은 주어진 3년의 임기를 마친 상태이나, 국립극장 수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후임자 임명일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극장은 전속단체운영규정을 통해,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1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무용계 인사는 차기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의 리더로서 ‘한국 춤 문화유산을 매개로 더 풍요로운 대중의 일상과 국가를 이루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술 행정 및 안무 연출 등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성공적 경험은 감독의 필수적 자질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 문화계 기관장은 “국립극장장은 기본적으로 전통에 대한 확고한 뿌리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극장 운영에 임해야 한다”라며 “국립창극단은 우리 소리에 대한 이해가 깊고 실력 있는 예술가 가운데 실무능력을 갖춘, 창의성과 혁신성을 고루 갖춘 사람이길 바란다. 더불어 국립무용단은 최근 너무 현대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는 경향이 보이는데, 전통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재창작 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오랜 기간 국립 국악 예술기관에서 근무한 또다른 전문가는 “K-컬처가 그 어느 때보다 널리 알려진 시기에, 우리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국가 기관인 국립극장의 수장을 이토록 오랜 시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는 기관의 임무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라며 “수차례 번복된 만큼, 더욱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예술과 경영의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문화 정책의 변화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는 국립극장 전속 단체 예술감독 역시 마찬가지이다”라고 강조했다.

세상에 오래 비워도 괜찮은 자리는 없다. 문화예술기관장의 장기간 공백은 업무 부실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의 미션, 즉 존재 이유에 부합하는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적 공연예술의 창작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예술 공간의 수장이 이제는 정말 나타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