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공연시장을 누가 황폐하게 했나, 그 대안은?
[김승국의 광장문화]공연시장을 누가 황폐하게 했나, 그 대안은?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2.11.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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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공연시장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난 8월 발표한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연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인한 시장 침체‧위축기로부터 회복세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세‘로 진입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또 어떠한 위기가 갑자기 불어 닥쳐 모처럼의 회복세가 꺾일지 아무도 모른다.

상반기 공연시장은 공연 건수, 티켓판매 수, 티켓 판매액 모두 지속 증가 추세이며, ’20년 대비 ‘21년 증가율에 비해, ’21년 대비 ‘22년 증가율에서 큰 폭의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 공연 비수기인 5월, 6월이 각각 티켓 판매액 1, 2위의 실적을 보이며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공연시장의 활성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장르별 상황을 알아보면 ’22년 상반기 공연 건수의 경우 클래식 장르가 가장 많았고, 티켓판매 수와 티켓 판매액의 경우 뮤지컬 장르에서 가장 높았으며, 평균 공연 회차의 경우 장르별 시장 속성에 따라 연극·뮤지컬 분야가 높게 나타났다. 뮤지컬 장르 이외에도 클래식 및 국악 장르는 각각 다양한 대중 장르 및 미디어와 결합한 콘텐츠에 대한 호응, 방송 등의 영향으로 관객 저변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악의 경우를 예를 든다면 전통예술 계승뿐만 아니라 매체와 결합하여 새로운 형식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창작자들의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공연시장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여전히 많아

또한 뮤지컬 장르의 비중은 전체의 약 79%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였으나,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년 상반기 대비로는 약 8%p 하락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증가할수록 뮤지컬 장르 점유율이 올라간다는 기존 KOPIS 분석 결과를 증명하였다. 성과가 확실한 대형 작품만이 상연되었던 `20~21년과 달리 올해는 다양한 작품들이 개막되어 볼거리가 많아져 공연생태계가 건강을 되찾아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

’22년 상반기 뮤지컬 시장 규모는 1,826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높은 이러한 경향은 모든 장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5~6월은 비성수기임에도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성과도 크게 향상되면서 뮤지컬 시장 조성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맞이하였다.

한편, ‘22년 상반기 무용 시장은 상당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며, 연극시장 역시 괄목할만한 큰 약진은 보이지는 않았다.

지역별, 공연장 규모별, 기타 시장 특성을 살펴보면 지역별 추이의 경우, `22년 상반기에도 공급과 수요 모두 서울편중 현상이 꾸준히 나타났으며, 이 같은 현상은 수요 측면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공연 건수 및 티켓판매 수와 판매액 순위는 다소간 상이하나 가장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상위 4개 지역은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지역이다.

공연장 규모별 추이의 경우, 500~1,000석 미만의 중극장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이뤄졌고, 티켓판매 실적은 1,000석 이상의 대극장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상반기 전체와 달리, 1~5월까지 월별 공연장 규모별 공연 건수는 100~300석 규모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바 있다.

‘22년 상반기 공연시장은 팬데믹의 회복을 넘어 그 이상의 성장세로 진입하였으며, 이러한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하반기 추이를 지속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공연 및 축제 증가가 지속된다면 이 같은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는 한편, 코로나19 재확산 세 및 경제불황의 장기화 등으로 오픈런이나 내한 공연에 타격이 있다면 성장 추이에 심각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공연시장을 왜곡한 주범 공공극장, 출연료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공연시장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공연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해가고 있다. 공연시장 고유의 특성인 승자독식 구조(대규모 공연, 대중적 프로그램과 출연자 중심 수요 쏠림 현상)는 여전하다. 인지도 높은 출연자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런 현상을 만든 주범은 누구일까?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극장들이 바로 범인이다. 건강한 공연시장을 형성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공공극장이 오랫동안 공연시장을 왜곡시키고 황폐하게 했다. 

공공극장들은 기획공연이라는 명분으로 인지도 높은 소수 출연자에게 터무니없는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공연을 유치하고 그것을 실적이라고 자랑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극장은 공공성을 내세워 수익성에 큰 부담을 갖지 않으므로 거액을 지불하고 인지도 높은 출연자를 초청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공연시장을 왜곡시키고 망쳐 놓았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에 출연하는 예술인들에 대한 표준 출연료를 만들도록 할 수도 없기에, 유럽 공공극장에서 스타급 개인 출연료의 상한선을 2만 유로(2천7백6십만 원)로 정해 놓았듯이 우리나라 공공극장도 개인 출연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축제나 행사에 초청하는 예술인의 출연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공공극장의 기획공연에서도 반드시 장르별로 안배하도록 하고, 기획공연 건수의 50%는 젊은 예술가에게 출연 기회를 주는 기획공연과 모든 예술가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기획공연을 적절히 안배하도록 법제화하여 공공극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건강한 공연시장을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