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기고만장(奇故滿場)
[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기고만장(奇故滿場)
  • 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 승인 2022.11.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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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었다.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택시와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에도 동시다발적인 장애가 일어나 전국에서 주말 내내 혼선과 불편이 잇따랐다. 저녁 무렵이면 해결될 거라던 것이 며칠을 더 끌었다.

오후 3시 33분쯤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가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전기가 나간 것이다. 이 사고는 데이터의 안전한 보호와 관리를 위하여 전문 업체인 에스케이 씨앤씨(SK C&C)의 판교 데이터 센터에 맡겼다가 일어난 것이다. 카카오의 입장에서 보자면 치료받으러 간 병원에서 감염되고 다친 격이다.

기고(GIGO; garbage in garbage out)란 말을 들어보았는가요?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컴퓨터를 설명하는 데 쓰였던 말이다. 요즘에는 그런 말이 사라졌지만 입력-처리-출력으로 이루어지는 컴퓨터 업무처리 과정에서 입력되는 데이터의 정확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바르지 않은 데이터를 입력시켰는데 그 결과가 어찌 정확하겠는가 하는 말이다. 입력을 투입이라고 하고 출력을 산출이라고 바꾸어 보자. 기업이나 사회에서는 투입을 적게 하고도 더 많은 산출을 하려고 한다.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효과나 효율을 챙긴다. 기업은 이에 더하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한다. 비용이라는 것에 재료비와 인건비, 그리고 관리운영비가 있는데 어느 것을 어찌 줄이겠는가? 싼 재료와 저임금은 안 되는 것 아닌가? 낭비와 불량을 줄이고 업무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비용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업무의 편이성과 신속 정확한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컴퓨터와 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거의 무료인 인터넷을 이용하니 부수적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고 편리하고 만족스러워졌다. 문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중단 없이 업무를 지원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업무가 중단되면 이로 인한 손실은 엄청나다. 돈을 받고 남의 일을 지원하는 카카오의 경우, 업무의 중단으로 일어난 피해를 보상해야 할 것이다. 그 피해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법정에서 다툴 일이 많을 것이다. 보상하다보면 망할 수도 있는 일이다.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해킹과 바이러스의 위험이 있다. 정보시스템을 다루는 사람이 일으키는 오류와 부정이 있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문제가 생길 곳은 너무나 많다. 유선이건 무선이건 간에 연결이 끊어지면 안 되는 것이고 모든 통신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몸의 혈관이나 신경망 하나도 탈이 나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런 기계와 장비들은 무얼 먹고 움직이는가? 밥도 물도 아닌 전기다. 엄청난 일을 끊임없이 시키면서 전기를 먹이지 않으면 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조직은 내부통제를 하고 있다. 정보자산을 보호하고,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또, 오류와 부정, 비효율을 제거하고 중단 없이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을 내부통제라고 한다.

카카오와 SK C&C, 서로 미루고 “네 탓이다” 해서는 안 돼

내부통제는 일반적인 통제와 응용프로그램 통제로 나눈다. 일반적인 통제는 다시 소프트웨어 통제, 물리적 하드웨어 통제, 데이터 보안 통제, 컴퓨터 운영 통제 등으로 나누는데 승인받은 사람만 컴퓨터나 프로그램 또는 데이터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자원을 보호하고 중단 없이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하고 백업(back-up)을 하는 것이다. 백업이란 데이터를 복사해서 보관하고 서버를 이중화하는 것이다. 물리적 보안은 주로 천재지변에 대비하는 것인데 지진이나 홍수, 화재 등의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재난시의 복구를 위하여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별도로 저장해 두는 것이다.

랜섬웨어(ransom ware)라는 해킹에 당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해커가 침입해 우리 데이터를 못 쓰게 변경시키고는 돈을 받고서야 원본을 돌려주는 것인데 우리가 안전하게 백업을 해 두었다면 돈을 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은 메모리 용량이 크고 가격이 싼데다 통신 속도까지 빨라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백업을 하기 쉽다. 그런데 이걸 안 했다니 어쩌란 말인가? 갑작스런 정전에 대비해서 무정전전원공급장치인 UPS를 달아놓아야 하고 장시간의 정전을 염려한다면 비상 발전기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 센터에 불이나자 전원을 차단했다니 어이가 없다. 화재가 옆방으로 번지지 않게 막는 것이 방화벽 아니던가?

이런 위험에 대비하려면 많은 설비와 인력이 든다. 만일에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에 대비하여 기업이 자체적으로 이런 내부통제를 강화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소홀히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대안으로 생겨난 것이 통제와 보안이 강화된 전문 데이터 센터에 관리를 맡기는 것이다. 통신이 발달하여 실시간으로 빠르게 이송할 수 있기에 전문 데이터 센터가 생긴 것이다. 이를 IDC(Internet Data Center)라고 한다. 많은 고객이 있는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엄청나게 늘어나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하여 어마어마한 서버와 저장장치가 계속 추가 되어야 한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대기업은 여러 곳에다 자체적으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다. 그러니 사고로 설 일은 없다. 그러니 믿음이 가는 것이다. 도서관은 수천만권의 책을 진열할 서고를 지어놓고 책이 들어오는 대로 분류하여 진열할 것이다. 서고는 책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고 습기 차서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화재 등의 재난에도 안전하게 소화 장치와 방화벽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 센터는 책 대신에 서버를 진열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데이터 센터는 주택이나 상가 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하면 좋다. 지형적으로 풍수해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물과 전기의 공급이 충분한 곳에 요새화하는 군사시설처럼 생각하면 된다.

큰 댐이 무너지는 것은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엄청나게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열이 발생하는 데이터 센터에 화재를 막는 수단이 변변치 못했다하니 기가 막힌다. 하나의 서버가 죽어도 수많은 다른 서버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병열로 연결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불이 나서 전원을 차단했고 서버 이중화(백업)를 안 해서 먹통이 되었다니 무슨 말을 할까? 내부통제나 재난복구대책이 꽝이다. 거대한 카카오 플랫폼을 믿고 사업하던 사람들이 입은 불편과 피해를 어찌할 것인지. 카카오와 SK C&C는 서로 미루고 네탓이다를 해서는 안 된다. 믿은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별일을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