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허길량 개인전 《박달나무 다듬이목 동자되어》展
제 3회 허길량 개인전 《박달나무 다듬이목 동자되어》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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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 갤러리, 11.23~29
“박달다듬이목, 동자상으로 환생시키는 마음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박달나무’만을 소재로 한 목조각을 공개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 108호 목조각장으로 인정받았던 허길량 불모의 개인전 《박달나무 다듬이목 동자되어》다. 전시는 인사동 아리수 갤러리에서 11월 23일 시작해 29일까지 개최된다.

▲허길량, 53선재 동자‧동녀, 박달 다듬이목, 50cmX55cm (사진=허길량 제공)
▲허길량, 53선재 동자‧동녀, 박달 다듬이목, 50cmX55cm (사진=허길량 제공)

허길량 불모는 어린 시절 전통적 불교 목조각에 입문해 54여 년 간 목조각 만을 행하며 살아왔다. 서울 을지로 소재 서수연 선생으로부터 목조각의 기초 기능을 전수받고, 불교미술계의 대가 인도(引道) 이인호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해 불화 초본을 이수했다. 이 과정 속에서 허 장인은 1977년 불교미술대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이후 조선불교미술의 계보 약효 금호스님, 보응, 일섭, 우일스님의 제자로 5대째 이어 도상과 의식 불교미술을 체계적으로 전수받았다. 2001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 108호 목조각장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허 장인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2002년 첫 번째 개인전 《33관음 속으로》와 불교우주관의 체계로 하나인 도리천중 33천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개인전 《33비천, 소나무 비천되어》에 이은 전시다. 첫 번째 전시 《33관음 속으로》에서 허 장인은 은행나무 통목으로만 작품을 만들었고, 두 번째 전시 《33비천, 소나무 비천되어》에선 33비천상을 소나무로만 조각해 선보였다. 허 장인은 매 개인전마다 한국의 대표나무라 할 수 있는 은행나무, 소나무, 박달나무만을 선택해 주제를 갖고 펼쳐오고 있다.

▲허길량, 53선재 동자‧동녀, 박달 다듬이목  (사진=허길량 제공)

세 번째 개인전 《박달나무 다듬이목 동자되어》는 ‘박달나무’만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박달나무를 신성시해 「건국신화」에도 단군왕검이 박달나무 아래서 신시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단군(檀君)의 「단」도 박달나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네 삶과 긴밀하게 이어지는 ‘박달나무’에서 허 장인은 특별히 ‘다듬이 목(木)’으로 사용됐던 ‘박달나무’에 주목해본다.

허 장인은 “옛날부터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다툼이 있으면 뒷골방에서 다듬이 목에 박달방망이로 마구 두드리며 마음을 달랬다. 우리 어머니들이 사용하던 다듬이 목은 고부간의 맺힌 ‘한’을 풀어주는 힐링의 매개체가 됐고, 그분들의 한 많은 인생살이 사연,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라며 박달방망이가 가진 의미를 풀었다. 허 장인은 다듬이목으로 동자상을 환생시킨다는 마음으로 박달다듬이목을 깎았다고 말한다.

특히, 목조각 전시작품 중 동자상은 허길량 불모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법신불(法身佛)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 표현한 것이다. 순진무구한 동심을 갖고, 53선지식을 찾아 구도의 길을 택한 53선재 동자상의 작품에 허 장인만이 가진 내면이 담겨있다.

▲허길량, 53선재 동자‧동녀, 박달 다듬이목  (사진=허길량 제공)

극락왕생을 바라보는 연화와 연잎을 든 동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과일‧꽃 전병을 든 동자, 천상의 동물과 노니는 학‧호랑이‧사자‧봉황을 든 동자, 명부세계의 선악을 기록하는 붓‧벼루‧장부를 든 동자, 구도의 실천을 행하고 따르는 합장을 한 동자들은 모두 개별의 의미를 담아 염원을 전한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정병국 교수는 ‘박달나무’가 가진 높은 목질의 강도로 작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만, 허 장인의 조각은 그런 어려움을 뛰어넘어 정교하고 부드러운 동자의 얼굴상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또한, 박달나무의 질감과 전통 옻칠의 조화도 환상적이라고 표현한다.

예전에는 한 집안에 하나씩 모두, 다듬이목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그 박달나무를 허 장인은 ‘박달나무 다듬이목 동자승’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천진난만한 박달나무 동자들의 염원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닿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