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유근택: 대화》 개최
제22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유근택: 대화》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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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11.8~23.1.15
대표작 50여 점 및 신작 공개, 30여 년 작업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동양화를 기반으로 현대적 일상을 독창적인 작가적 언어로 표현해내고 있는 유근택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대구미술관에서 11월 8일 시작해 내년 1월 15일까지 개최되는 제22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유근택: 대화》다.

▲유근택, 어떤 풍경, 2022, 한지에 수묵채색, 184x206cm
▲유근택, 어떤 풍경, 2022, 한지에 수묵채색, 184x206c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2000년에 제정된 이인성미술상은 매해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이듬해 개인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인성미술상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개진하고 있는 작가에 주목한다.

지난해 제22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유근택 작가는 “동양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현해 자연과 인간, 환경, 사회 등을 주제로 실험적인 재료와 화면을 실천하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어떤 도서관, 2022, 한지에 수묵채색, 200x212cm
▲어떤 도서관, 2022, 한지에 수묵채색, 200x212c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유근택은 충남 아산 출신으로 홍익대 동양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1991년 개인전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동양화를 기반으로 동시대 현상과 일상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회화로 그려내고 있다. 초기작에서 민족의 뿌리와 정신, 그리고 역사적인 시각을 화면에 담아왔다면 점차 작가의 시선은 일상으로 옮겨왔다. ‘지금, 여기’의 존재와 시간을 일상의 관찰과 사유를 통해 일상을 예술로 탈바꿈한다. 동시에 사회문화적 층위를 녹여내고, 다채로운 상상력과 작가만의 감성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유근택: 대화》는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6개 소주제로 구성돼 있다. 2전시실에서 전시는 유근택의 초기작을 보여주는 “역사와 할머니(1986~1995)” 주제를 시작으로, 일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장면을 포착하는 언어(1999-2004)”, 일상과 환상이 교차하는 “만유사생(2004~2014)” 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어떤 풍경과 시간(2016-2022)” 주제 공간에서는 신작을 만나 볼 수 있다.

▲또 다른 오늘, 2021-2022, 한지에 수묵채색, 35x69cm
▲또 다른 오늘, 2021-2022, 한지에 수묵채색, 35x69c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3전시실에서는 “또 다른 오늘(2021~2022)”이라는 주제로 최근 작품들을 선보이고 2,3전시실 중앙에 마련된 선큰가든에서는 “분수(2022)”를 선보여 작가의 다양한 작업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동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는 유근택 작가의 시대별 대표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이인성상 수상을 계기로 지난 1년간 작업한 신작 등 시간에 따른 작품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라며 “‘존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서사적 질문’을 일관된 주제로 다뤄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대중에게 새롭게 각인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작 <어떤 풍경>(2022)은 신문지가 타고 있는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202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레지던시에서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신문지를 태우며 시작된 작품이다. 오늘의 일들이 인쇄된 신문이지만 하루만 지나도 지난 일이 되어버리는 시간의 속성을 보여주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유근택: 대화》 전시 전경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40미터(m) 대작 <유적-토카타(질주)>(1991)도 31년 만에 전시된다. 할머니의 인생과 한국 근현대사를 병치해 그린 이 작품은 유근택 작품세계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대작이다.

3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또 다른 오늘>(2021-2022)은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의 면회가 금지됐을 때, 오직 보는 것만이 기능한 아버지에게 보내드렸던 매일매일의 편지-그림을 모은 작품이다. 2021년 8월 6일부터 2022년 5월 23일까지 한 장씩 보냈던 아버지와의 대화 200점과 영상 2점을 소개된다.

유근택 작가는 지난해 본지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일상’은 내가 호흡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세계를 받아들일 때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계속 관찰하는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그런 일상을 비집고 가끔씩 들어오는 낯선 지점들의 연결로 이어지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일상’을 단순하게 반복되는 구조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세계라고 표현한 유근택 작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