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Shaping the Extraordinary 영원한 아름다움》展…‘프리츠한센’ 150년 역사, 가구 미학 다뤄
[현장스케치] 《Shaping the Extraordinary 영원한 아름다움》展…‘프리츠한센’ 150년 역사, 가구 미학 다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15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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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11.12~12.11
가구브랜드 ‘프린츠한센’ 150주년 기념 전시
한국 전시 기념 ‘코리아프로젝트’ 선봬…장인 협업
취재진 “외국브랜드 기념전, 공기관이 꼭 해야했는가” 질의
고가의 가구 전시 같다는 지적…기획 측 “브랜드 역사와 미학 담아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1872년 덴마크에서 설립돼 15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리빙브랜드 프리츠한센의 기념 전시회가 개최된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는 12월 11일까지 열리는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 전시 – Shaping the Extraordinary 영원한 아름다움》이다.

▲1,2등 대합실 공간 <코리아프로젝트> 전시 섹션 (사진=공진원 제공)

프리츠한센은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며 일본과 덴마크에서 전시를 개최했고, 이어서 한국에서도 브랜드의 역사와 가구의 미학을 전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프리츠한센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이 협력해 준비됐다. 주최는 프리츠한센,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고, 주관은 프리츠한센 코리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284가 맡았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는 이번 전시 기획 감독을 맡은 차정욱 감독의 전시 소개 및 의의, 작품 소개 발표가 있었다. 이어진 취재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프리츠한센’브랜드와 한국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문화역서울284’의 공간적 연관성과 특별히 염두한 의미가 있는지 질의가 나왔다.

차 감독은 “문체부와 공진원이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 전시》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함께 하진 않았고, 문화역서울284 공간도 염두해둔 곳은 아니었다”라며 “하지만 프리츠한센 측에서 전시 기획 중 한국 소비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한국 장인과의 협업을 제안했고, 공진원 측에 의뢰해서 지금의 전시가 완성될 수 있었다”라고 답을 전했다.

▲프리츠한센의 150년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 섹션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프리츠한센’의 역사를 전달하며, ‘프로덕트 문화’에 대한 교육적 측면도 함께 담겨 있다. 또한, 한국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것을 기념해 4명의 무형문화재 공예 장인과 3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하는 <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됐다. 정관채, 정수화, 서신정, 최정인 무형문화재 공예 장인과 르동일, 이석우, 최형문 디자이너가 프린츠 한센과 협업했다.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 에디션을 상징하는 전시 ‘영원한 아름다움’, 프리츠한센 히스토리, 프리츠한센 컨템포러리 컬렉션, 코리아 프로젝트 ‘장인’, 코리아 프로젝트 ‘디자이너’, 프리츠한센 다큐멘터리가 섹션 별로 각각 공개된다.

프리츠한센은 1872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가구, 조명 및 액세서리 디자인 및 가구 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다. 품질 및 장인 정신에 대한 열정으로, 현대적인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디자인으로는 시리즈7(SERIES 7™) 체어가 있다. 전세계에 100만 점 이상 판매됐고, 카피가 가장 많은 제품이기도 하다.

▲시리즈7(SERIES 7™) 체어 전시 전경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는 기존에 프리츠한센 제품만으로 선보였던 기념전에서 나아가,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공공디자인 진흥을 담당하는 공진원이 공동 주관하면서 프리츠한센의 주요 컬렉션과 더불어 한국의 공예·디자인을 함께 선보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차 감독은 “이번 전시는 하나의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아카데믹한 지점이 존재하고, 프리츠한센에서 한 제품 완성되는 절차와 그 과정을 가능케한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와 시간적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라며 전시에 담고자 한 의의를 전했다.

▲전시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차정욱 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덴마크 가구 브랜드 150주년 기념전, ‘문화역서울284’에서 할 필요가 있었나

문화역서울284는 서울의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손꼽히는 구 서울역사(경성역)를 복원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고풍스러운 느낌과 르네상스식 외관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2011년부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해오고 있다.

아름다운 내부공간과 담백한 느낌을 지닌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의 프리츠 한센 가구는 매우 잘 어우러졌다. 한국 공예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은 묘한 부드러움을 풍기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체적으로 잘 완성된 쇼룸과 같은 느낌의 전시이며, 관람객들이 전시의 내용과 작품을 받아들이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이 전시를 굳이 ‘문화역서울284’ 공간에서 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전시 투어 중 한 취재진은 “지금 이 전시는 ‘전시’입니까? 산업 박람회입니까?”라는 날선 질문을 던졌다. 전시를 통해 ‘프리츠한센’이라는 브랜드의 1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전시를 국가 기관까지 나서서 진행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국가 기관에선 외국 브랜드가 아닌, 국내 가구 브랜드를 주목하는 데에 더 힘을 써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최정인 자수장 협업한 SWAN™ (사진=공진원 제공)

또한 <코리아 프로젝트>라는 명명 하에 한국 디자이너와 장인들의 협업이 있긴 했지만, 프리츠한센이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에 옻칠을 하고, 염색장이 염색한 천을 사용하는 등의 단순 협업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질의까지 나왔다.

김태훈 공진원 원장은 ‘한국 공예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과 디자이너들의 의미 있는 작업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계기’로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가구브랜드의 역사를 많은 이와 함께 즐기고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원장은 “공진원과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한국 공예작가들을 주목하는 이미 진행한 바 있다. 이런 전시도 있고, 저런 전시도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라며 “국내 가구브랜드에 대한 주목 필요성에 대해서는, 문화라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결이 부딪히면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본다. 외국 브랜드를 소개하고 이해하는 전시도 필요하다고 본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디자이너 최형문 'Courtyard' 전시 공간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프리츠한센과 한국 공예장인들의 협업이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질의에는 차 감독이 답을 전했다. 차 감독은 “한국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하는 일은 새로운 형태를 조형하거나, 디자인하는 것의 일이 아니다. 본인들이 지켜온 기술을 반복하고 그 정신성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디자이너와 프리츠한센의 협업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제안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차 감독은 “현재 프리츠한센에는 일본 출신 디자이너들도 함께하고 있다. 아직 한국 디자이너의 영입은 없어서 이번 계기로 제안을 했고, 단기간이었지만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 취재진은 전시의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구’를 소재로 한 전시에서, 굳이 고가의 가구 브랜드를 소개할 필요가 있었는지, 소개하는 것이 긍정적이었는 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프리츠한센에서 잘 알려진 시리즈7(SERIES 7™) 체어는 10만 원대부터 40만 원대 제품까지 구성돼 있고, 더 고가의 제품도 많이 있다.

차 감독은 “고가의 의자만을 전시하지 않았고, 10만 원대정도 저가의 제품도 전시한다. 국내에서는 아직은 조금 낯선 프로덕트(디자인 가구) 문화를 소개하는 의미도 갖는다”라고 답을 했다. 하지만 질의를 한 취재진은 “일반인 수준에 10만 원대 의자가 저가의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지 궁금하다”라며 차 감독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를 표했다.

▲<코리아프로젝트> 전시 공간 중 한국 공예품 전시 공간, 관람객들은 프리츠한센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공예인들의 다양한 확장성 가능케 해

문화역서울 284 1,2등 대합실, 부인대합실에는 한국 무형문화재 공예인들의 작품을 프리츠한센 의자에 앉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어 공예장인들의 제작 기술로 마감한 프리츠한센 제품을 선보인다.

차 감독은 “한국은 서양과는 달리 좌식문화를 갖고 있다. 한국 공예 장인들과의 협업 작품을 선보이기 전에, 조금 낮은 시선으로 한국 공예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도 프리츠한센과의 연결성을 만들어 보고자 프리츠한센 제품 중 낮은 높이의 의자를 전시대 앞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의자에 앉아 전시를 관람하는 구성을 연출했다”라고 말했다.

프리츠한센 의자에 앉아, 조금 낮은 시야로 한국 공예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은 ‘한국적 정서’라는 모호한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고요하면서도, 절제된 수려함이 돋보인다.

▲전시투어에 참석한 국가무형문화재 정관채 장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공예장인들과 프리츠한센의 협업이 너무 단편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 속에서 실제 협업에 참여한 공예 장인들의 감회는 어땠을까. 이번 전시 협업에 참여한 정관채 국가무형문화재 염색장은 한국 장인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고, 한국공예가 어떻게 다른 분야와 협업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로 의의를 갖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장인은 한국의 쪽으로 염색한 짙은 쪽빛 무명으로 아르네 야콥센 작품인 EGG™ 의자를 감쌌다. 정 장인은 “‘쪽빛’이라는 색은 어떤 염료를 통해서는 절대 낼 수 없는 색으로 천연 재료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 특유의 기품도 존재한다”라며 “염색이라는 분야는 제품을 처음부터 제작할 순 없는 분야이고, 어떤 작품이나 제품에 덧 입혀지는 형식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 장인은 “사실 공예분야가 굉장히 어렵고, 장인들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분들도 있다”라며 “이렇게 다른 산업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좀 더 공예 분야의 문화가 다양한 시도가 많이 시작됐으면 좋겠고, 이런 자리도 더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라며 전시 협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Shaping the Extraordinary 영원한 아름다움》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프리츠한센’이라는 브랜드의 역사와 새로운 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섹션 별로 각각의 디자이너와 장인들의 협업 작품을 단독으로 보여줘, 공간별 색다른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 다만, 디자인 가구를 보여주고 공간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전시에서 전하고자 했던 의미가 잘 드러났는지에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