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프리뷰]“마녀로 표현되는 맥베스의 내면”…연극 <맥베스 레퀴엠>
[현장 프리뷰]“마녀로 표현되는 맥베스의 내면”…연극 <맥베스 레퀴엠>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1.15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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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정한, 23년 만에 연극 무대로
12.1~31, 국립정동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배우 류정한이 국립정동극장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맥베스>를 현대적 시작으로 재해석한 <맥베스 레퀴엠>을 선보인다.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맥베스 레퀴엠>은 1920년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스코틀랜드 국경 인근의 한 재즈바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 직후의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느와르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현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 전반에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국립정동극장 2022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 단체사진
▲국립정동극장 2022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 단체사진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연극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정성숙 대표이사, 이수현 총괄 프로듀서, 박선희 연출을 비롯해 배우 류정한, 안유진, 정원조, 김도완, 박동욱, 이상홍, 이찬렬, 정다예, 홍철희 등이 참석했다.

이수현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2020년부터 준비해온 연극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맥베스 레퀴엠>이 드디어 막을 올리게 됐다. 이 작품은 류정한 배우와 오랜 논의를 거쳐 만든 작품이다. 2022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극장에서도 가장 주목하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박선희 연출은 “류정한 배우, 김한솔 작가와 ‘맥베스를 어떻게 하면 고통 받는 이 시대의 사람으로 그릴 수 있을까’ 함께 고민했다. 극 중 맥베스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죽기 때문에, 이것이 일종의 레퀴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제목만으로 알 수 없는 한 가지는, 여기 나오는 캐릭터 대부분이 맥베스와 같은 삶을 걷는다. <맥베스 레퀴엠>의 궁극적 목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 더 동정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려보고 싶었다. 아주 무섭고 광기어린 모습의 한 남자라기 보단 스스로를 파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맥베스 역을 맡은 배우 류정한은 “송승환 대표님에 이어 두 번째 ‘연극 시리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 (나보다) 훌륭한 배우들이 훨씬 많은데 운 좋게 먼저 기회를 얻게 됐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류정한은 2000년 연극 ‘세 자매’ 이후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그는 “연극에 대한 막연한 공경이 있었다. 과거 연극 무대는, 데뷔 초부터 연기를 못 한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던 차에 오기로 아무 생각 없이 도전했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함을 너무 많이 깨달았고 슬럼프도 겪었다. 이후로도 연극 작품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겁이 났다”라며 “다시 연극 무대에 서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을 이어오던 차에 정동극장에서 제안을 받았다. 이번에도 용기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연극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큰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국립정동극장 2022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 단체사진

원작에서 맥베스의 주변 인물들이 맥베스를 위해 존재한다면, <맥베스 레퀴엠>에서는 모든 사건을 주변인들이 만든다. 박선희 연출은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모두가 맥베스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 캐릭터들이다. 극 중 나오는 모든 사건이 맥베스의 ‘하룻밤의 꿈’일 수도, 상상일 수도 있다. 어쩌면 맥베스는 처음부터 죽어있을 수도, 끝까지 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결정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한 후 각자 생각해보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고전 작품인 <맥베스>의 ‘맥베스’라는 캐릭터가 동시대 관객들에게 좀 더 공감을 받기 위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며 연기적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류정한은 “맥베스는 잠을 잘 수 없다”라는 극 중 대사를 인용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맥베스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며 연기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공허, 결핍, 욕망 등 여러 감정들을 겪다 보니 우리 누구나 맥베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누구나 맥베스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표현하려 한다. 아마 역대 맥베스 가운데 좋게 말하면 인간적인, 가장 찌질한 맥베스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맥베스 레퀴엠>에서는 올리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캐릭터가 전부 마녀가 된다는 것도 원작과의 차이점이다. 박선희 연출은 “셰익스피어가 작품에 마녀를 등장시킨 이유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스스로 욕망하는 일을 직접 하지 못했을 때 누군가 대신 해주길 바라고, 그게 내가 아닌 다른 존재라면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그 존재가 마녀”라고 말했다.

한편, <맥베스 레퀴엠>은 연극이지만 12개가 넘는 넘버가 등장할 예정이다. 박 연출은 “많은 마녀들이 한 사람의 속 얘기를 해주는 데 음악만큼 좋은 요소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극이지만 마녀들이 노래도 한다. 하지만 마녀들 중 뮤지컬 배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화음이나 높은 음정의 넘버는 없을 것”이라며 “맥베스와 올리비아가 정말 노래를 할지 하지 않을지는 공연을 통해 확인해 달라”라고 전했다.

‘맥베스 레퀴엠’은 내달 1일부터 31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