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SeMA, 2022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 《컷!》
[현장리뷰] SeMA, 2022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 《컷!》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22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eMA 북서울미술관, 2023.4.2.까지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세계 만나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미술작가이면서, 동시 영화감독인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의 타이틀 매치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이 북서울미술관에서 지난 17일 개막해 내년 4월 2일까지 선보이는 2022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컷!》 이다.

▲임흥순, 〈파도〉, 2022, 3채널 FHD 비디오, 컬러, 5.1채널 사운드, 48분 40초. 전시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올해로 9회를 맞는 SeMA의 연례 전시 ‘타이틀 매치’는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를 초청하면서, 미술과 영화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전시의 외연을 넓히고 강화한다. 또한, ‘타이틀 매치’ 최초로 해외 작가를 초청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틀을 깨고 변화를 시도하는 ‘타이틀 매치’ 의 전통을 계승한다.

이번 전시는 영상 작업이 주를 이루고, 뉴미디어 작업이 동반된다. 임흥순 작가는 7점의 작품을 출품하고, 오메르 파스트는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중에는 서울시립미술관과의 커미션 신작인 임흥순 <파도>, 오메르 파스트 <차고 세일>이 포함돼 있다. 출품된 13점의 영상 작업의 총 러닝타임은 6시간 정도이다.

전시를 기획한 송가현 학예사는 전시장을 여러 번 찾아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모든 작품을 완전하게 감상하지 않아도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정수와 같은 작품을 전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메르 파스트, 〈카를라〉, 2020, 홀로그래픽 프로젝션과,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34분 45초. Photo by Laura Leglise; The Gate, Pierdrei Hotel, Hamburg. 전시 전경
▲오메르 파스트, 〈카를라〉, 2020, 홀로그래픽 프로젝션과,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34분 45초. Photo by Laura Leglise; The Gate, Pierdrei Hotel, Hamburg. 전시 전경 ⓒ서울문화투데이

송 학예사는 “모든 작품을 감상하지 않아도 임흥순 작가 <내사랑 지하> 오메르 파스트 작가의 <캐스팅>은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보길 바란다. 현재 두 작가는 잘 정제된 다양한 영상언어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어떤 작품을 보고 가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들의 원천이 어디일까 궁금하다면 제안하고 싶은 두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주제를 서로 다른 언어와 문법으로 풀어내는 두 작가의 화면은 때로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는 전쟁과 테러, 역사와 국가, 초월적 존재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불가항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사유하며, 스크린에 비친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와 시대를 읽어낸다.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가 스크린 속 만든 화면들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지난 17일 열린 언론간담회, 임흥순 작가가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전시 개막일에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임흥순 작가는 이번 ‘타이틀 매치’를 통해 새롭게 제작한 신작 <파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임 작가는 “24년 동안 작업을 이어오면서, 어느 순간 계속 반복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고민이 있었다. 이번에 선보이게 된 <파도>는 이전에 한 번 중단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 완성한 작품이다. 여순항쟁의 역사학자, 베트남전쟁의 통역사, 세월호사건의 지무(영매)를 인터뷰한 영상인데, 세 분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했고,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고민을 미술 안에서 풀어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오메르 파스트, 〈캐스팅〉, 2007, 4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14분 10초. Photo by Lisa Wiegand and Nick Trikonis ⓒ오메르 파스트 (사진=SeMA 제공)

간담회에 참석한 오메르 파스트는 개막식 당일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설명했다. 전시 개막 당일 한 어린이가 오메르 파스트의 3D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카를라>라는 작업에 손가락을 넣어, 전시 기기가 망가지는 일이 일어났다. 오메르 파스트는 “아이가 전시 장치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행위는 굉장히 인간적인 갈망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본다. 아이의 행위는 굉장히 메타포적 행위였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이해하려는 욕망, 정말 이해불가능한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 이해하는 것이 금지되고 터부시 된 것을 이해하려는 욕망을 계속 표현하고자 했다. 아이가 망가뜨린 작품은 세계 최대 규모의 SNS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을 인터뷰한 작업인데, 이 작업은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게 허용되는지, 무엇을 볼 수 없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행위가 더욱 전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라며 작품과 자신의 주제의식을 설명했다.

▲임흥순, 〈내 사랑 지하〉, 2000, 단채널 6mm 비디오, 컬러, 사운드, 20분 9초. ⓒ임흥순 (사진=SeMA 제공)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 《컷!》은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두 작가의 핵심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전시는 지난 몇 년간의 ‘타이틀 매치’보다 좀 더 두 작가의 경쟁‧대결 구도를 명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두 작가의 결이 다른 발화법이 어쩌면, 동일한 곳을 향해 말하고 있는 듯한 묘한 감각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사전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