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창간 14주년, 무용평론가가 쓰는 ‘서울문화투데이’ 신문 리뷰
[이근수의 무용평론]창간 14주년, 무용평론가가 쓰는 ‘서울문화투데이’ 신문 리뷰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11.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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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2008년 10월 1일 ‘문화강국’의 꿈을 외치며 고고성을 울린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14주년을 맞았다. 지령 324호, 코로나로 인해 예술시장이 붕괴하였던 코로나로 인해 지난 1~2년간 종종 합본호가 발행된 일은 있지만 산술적으로는 월 2회꼴로 신문이 발행되어왔다는 증거다. 신문과 독자의 관계는 무용공연과 관객의 관계와 다를 바 없다. 무용평론가가 객석에 앉아 본 공연을 리뷰하듯 오늘은 이 신문을 리뷰하는 날이다.

‘서울문화투데이(Seoul Culture Today)’는 오늘(today)의 문화(culture)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문화란 광범한 개념 속에서 예술에 관한 정보에 집중하고 음악, 미술, 무용, 연극, 클래식 등 공연예술과 전시예술, 각종 퍼포먼스와 이벤트 등에 관한 소식을 골고루 전달한다. 이 신문은 “문화는 삶의 형식이고 예술은 바로 그 삶의 형식 속에서 꽃피우는 것이므로 거기엔 더 우월하거나 진보된 문화나 예술이란 개념은 있을 수 없다.”고 설파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을 떠올리게 한다. 음식이 몸을 채우듯 예술은 마음을 채우고 그 아름다움으로 삶을 위로해준다. 예술이 갖는 고귀한 가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24,000개 정기간행물 중 어느 한두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예술 분야를 차별 없이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유일한 신문이 ‘서울문화투데이’다. 이 신문이 소중한 이유는 더 있다.           

‘서울문화투데이’엔 광고가 적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성을 지닌 몇 개를 제외하고는 지면에서 상업광고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신문이나 잡지가 광고 수입에 목을 매고 지면의 절반 가까이 후원자의 얼굴과 광고로 도배하는 간행물도 흔한 출판계에서 특이한 현상이다. 신문사에 광고 수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영업사원을 두지 않는 것은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신문을 만들겠다는 발행인(이은영)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00여 명 평생 독자들의 후원금과 정기독자들의 구독료로 운영되는 빠듯하지만 정의로운 신문, ‘서울문화투데이’를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이근수의 무용평론’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가 집필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 단 한 번도 발행인의 간섭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하나의 증좌일 것이다. 

지면 구성이 다양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 신문의 장점이고 특성이다. 예술 각 장르를 포괄하는 12개의 오피니언이 3개 면을 구성하고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된 3명의 인물이 또 세 면을 차지한다. 각종 공연과 전시회, 문화행사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지면이 10~11개 면이고 나머지 3면 정도는 기획 기사와 현장 스케치, 문화정책에 대한 제안이나 심포지움 기사 등으로 채워진다. 통상적으로 20면이 발행되는 신문의 지면 구성이다.

신문을 받은 나는 19면 우측 상단에 고정적으로 배치되는 무용평론 리뷰를 훑어보고는 1면의 ‘Hot Issue’기사를 가장 먼저 읽는다. 1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면이다. 한국의 예술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논조가 종종 관련기관 들과 갈등을 빚어 더러 그 기관이나 단체의 광고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발행인에게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신문의 매력 포인트기도 하다.

오늘의 이슈 외에 ‘시인이 읽어 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한 편, 사진 한 장이 곁들여진 ‘천호선의 포토에세이’가 1면을 구성한다. 이번 호로 102회째가 되는 포토에세이는 이 신문 중 유일하게 넘버링이 되어 있는데 그동안 이 신문에 150회에 가까운 글을 써온 필자는 이것이 가장 부럽다. 10면과 11면을 통째로 차지하며 태극권의 ‘백학양시(白鶴亮翅)’ 품새처럼 좌우로 펼쳐진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면은 이 신문의 트레이드마크다. ’컬처가이드‘와 ’페스티벌가이드‘로 나눠지는 두 면을 이지완 기자와 진보연 기자가 나누어 맡고 있다. 

오피니언 란이 다양하고 풍부한 것은 ’서울문화투데이‘의 특색이고 강점이다. 그러나 음악, 무용, 미술, 클래식 등 장르별로 구분된 비평칼럼이 최근 공연과 전시작품을 대상으로 전문성 있는 평론을 싣는 외에는 전반적으로 시사성이 약하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신문인만치 일반 잡지들에 흔히 실리는 문화산책이나 교양강좌와는 차별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사성 있는 이슈를 찾아내고 선택된 이슈 중심으로 전문지식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집필된다면 칼럼의 가독성이 한결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순수예술을 다루고 있는 기존 칼럼 외에 ’영화비평’을 새로운 장르로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영화와 드라마는 이제 한류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고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다. 대중예술로서 영화를 도외시하기엔 좋은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예술적 요소들을 무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좋은 공연과 전시를 관상하듯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고급 영화도 이곳에서 발견하고 싶은 바람을 여기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