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한국의 탈춤, 세계인류무형유산종목 등재를 앞두고 생각해 봐야 할 것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한국의 탈춤, 세계인류무형유산종목 등재를 앞두고 생각해 봐야 할 것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2.11.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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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탈춤이 세계인류무형유산종목 등재에 온 국민이 즐거워할 때 탈춤 종사자들은 다시금 이 시대 우리 사회 탈춤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 온 것이다”

2020년 3월31일, 문화재청에서는 한국의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하였다. 그 결과가 오는 2022년 12월에 개최되는 제17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유네스코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탈춤’을 심사해 ‘등재권고’ 판정을 내린 것으로 보아 언론에서는 대표목록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탈을 쓰고 추는 탈춤은 대사가 있는 연극과 춤 동작, 반주 음악이 포함되어 있는 전통적 종합예술이다.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스이코천황(推古天皇, 554~628)때인 612년 음력 5월에 오(吳)나라에서 기악무를 익힌 백제사람 미마지(味摩之)가 일본으로 건너와 나라의 사쿠라이(櫻井)에서 소년들을 모아 가르쳤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탈춤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미마지의 기악무를 복원하기 위한 충청남도, 공주시, 부여군 등 백제관련 지자체의 여러 노력들이 있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탈과 같은 가면을 쓰고 연행하는 가면극이나 가면춤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탈을 쓰게 되면 나 자신을 숨기면서 하고 싶은 말이나 동작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는 연행장르가 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탈춤은 13개의 국가무형문화재와 5개의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탈춤은 지역별로 명칭을 다르게 부르는데 북한지역에서는 봉산탈춤, 은율탈춤, 강령탈춤 등 ‘탈춤’이라 하고 서울경기지역에서는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퇴계원산대놀이처럼 ‘산대놀이’라 한다. 경상남도지방에서는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가산오광대, 진주오광대, 김해오광대 등 ‘오광대’라 하고 부산에서는 수영야류, 동래야류 등 ‘야류’라고 한다.

호남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탈춤은 지역에서 이렇듯 다양하게 불리우며 전승되고 있다. 문화재청에서 한국의 탈춤을 등재 신청서 제출시 보도자료에 의하면 ‘탈춤은 주로 전근대의 사회, 계급, 도덕적인 모순을 역동적이면서 유쾌하게 풍자하여 그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화해의 춤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화해와 조화를 위한 전통유산이라는 가치도 지니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탈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걱정되면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조선시대 후반 권력층 중심,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각본과 대사가 만들어지다 보니 지금 우리 사회의 기준과 잣대로 보면 공감되지 못하는 내용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을 성적 유희의 대상, 구타의 대상으로 보고 공연화됨으로써 어른들도 민망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원형성의 유지가 국가나 지방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요소 중 하나이지만 시대성을 고려해야 대중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등재되면 더욱 많은 세계사람들이 관심있게 볼 것이다. 또한 자랑스런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 학교교육 자료로 청소년들에게 공연, 교육, 체험 등이 더욱 빈번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

예술은 시대와 사회상이 반영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항상 변화하면서 발전되기도 하고 정체되면서 사라지기도 한다. 탈춤이 세계인류무형유산종목 등재에 온 국민이 즐거워할 때 탈춤 종사자들은 다시금 이 시대 우리 사회 탈춤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 온 것이다.

탈춤의 예술성과 미학을 살려가면서 각본과 대사의 수정으로 청소년과 온 가족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세계의 자랑스런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