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일반의 관심없던 경관조명 가치 환기시켜 준 서울문화투데이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일반의 관심없던 경관조명 가치 환기시켜 준 서울문화투데이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2.1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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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보행,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귀가길, 아름다운 밤거리, 사는 곳 가치 높여줄 야간경관 기대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에 경관조명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어두운 서울 밤거리를 밝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한강다리와 동대문, 남대문 등의 문화재, 그리고 랜드마크 건축물을 대상으로 조명을 설치했었다. 그 당시 조명기술은 푸른 빛을 띠는 수은등, 나트륨등 정도의 수준이라 건축물을 아름답게 강조하기 보다는 밝게 비추는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경관조명, 야간경관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비록 올림픽 이후 에너지 관리 이슈로 활성화되지는 못하였어도 의미가 없엇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웃 일본에서 요코하마 베이브릿지에 설치된 경관조명이 낮과는 다른 가치의 밤풍경을 만들어 보이면서 경관조명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요코하마시 도시 전체에 빛의 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된 점을 생각하면 잃어버린 20년이 아쉽기도 하다.

서울의 경관조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계기는 2002년 월드컵이다. 2000년대 초 월드컵을비롯하여 크고 작은 국제 행사들을 서울에 유치하면서 관광 한국, 국제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서울시는 경관조명에 대한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숭례문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의 조명을 보강하였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는 서울시 주도 하에 공공, 민간건축물 약 150개소에 경관조명이 설치되었고 - 주로 인천공항에서 상암경기장까지 구간의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변의 공공건축물 - 도심대로에 접한 문화재와 한강교량이 그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20년, 도시조명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급속한 도시화로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는 팽창했다. 공동주택을 포함한 각종 건축물, 공원, 도로 등 모여드는 도시 사람들을 위한 인프라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하고 또 촘촘하다.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도시에 모여든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사는 지역의 가치를 평가할 때 야간경관, 경관조명을 삶의 필수 요소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안전한 보행,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귀가길, 아름다운 밤거리, 내가 사는 곳의 가치를 높여줄 야간경관을 기대한다.

경관조명은 도시의 가치를 부각하고 기억하게 한다. 어떤 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이 현대의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바로 떠나지 않고 여러 날을 머무는 이유는 그 도시의 밤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경제효과 창출을 위한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마다 야간경관사업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명기술은 사람이나 도시의 어떠한 기대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하였다. 색연출과 밝기, 에너지 효율. 인터렉티비티, IoT와의 접목 등등 모든 면에서 바라기만 하면 실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저마다의 요구대로, 기대한 대로 밝혀진 빛들이 도시에 가득차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경관조명의 혜택과 더불어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빛 고유의 성질을 간과하면서 생긴다.

빛은 주변 밝기와의 조화, 대비를 통해 규정지어지기 때문에 어둠이 필요하고, 주변의 빛환경을 고려하는 공공성이 매우 중요하다. 내 것 혹은 우리 것만 살펴서는 그 것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또한, 잘못된 사용은 빛공해를 일으켜 사람 뿐 아니라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에 피해를 주며, 지나친 사용은 에너지 고갈과 같은 환경적 피해를 초래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빛은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요소로 어떤 방식으로도 숨겨지지 않는다. 내가 켠 하나의 촛불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배운 바 있다. 도시의 조명도 사적인 영역의 빛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실내에 켜지는 빛일지라도 공공성을 염두에 두어 내가 켠 빛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고민하며 계획되고 밝혀져야 한다.

서울문화투데이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 2017년, 벌써 다섯 해가 흘렀다. 그동안 도시조명이야기를 통해서 건축물이나 공원 그리고 가로 조명과 같이 사회 인프라 시설로서 삶 속에 닿아있는 빛을 넘어 조명예술품, 미디어 아트를 담은 미디어 설치물 그리고 조명기술을 이용한 빛축제에 이르기까지 소개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좋게 혹은 나쁘게 영향을 미쳤던 도시의 조명을 다루고자 했다. 밤이 되면서 사라지는 주경의 복잡함, 그리고 드러나는 야경의 신비를 선사하는 경관조명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누리기 위하여 어떤 사명감과 공공성을 가져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면을 할애해 준 서울문화투데이의 창간14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을 기대한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조성을 마친 광화문 광장에 빛이벤트를 준비 중이고, 한강변에는 ‘그레이트 썬셋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다. 도시의 빛은 모두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성장하고 오, 남용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속에서 성숙해 짐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