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 예술가들에게 좌파냐, 우파냐를 묻지를 마라
[김승국의 광장문화] 예술가들에게 좌파냐, 우파냐를 묻지를 마라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2.11.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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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한 분들과 온라인 SNS로 소통할 때 가장 큰 부담스럽고 당혹스러운 질문은 ‘당신은 좌파인가?’ 아니면 ‘우파인가?’로 양분하여 직접 물어보거나,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우회적으로 간을 보는 경우이다. 나는 사람을 그런 이분법적 분류방식으로 구분하여 대하는 것이 너무 싫다. 게다가 자신을 스스로 그 틀 안에 가둬두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안쓰럽다.

국어사전식으로 정의해본다면 좌파는 정치적으로 급진적·혁신적 정파를 뜻하고, 우파는 정치적으로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좌파는 진보, 혁신 또는 사회주의적 사상이나 경향을 가진 인물이나 단체를, 우파는 보수, 자본주의적 사상이나 경향을 가진 인물이나 단체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다양한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이 어울려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끊임없는 토론과 실험을 통하여 최선을 추구해나가면 될 일이다.

이미 우리는 과거 정부에서 양쪽 이념을 자칭하는 정부를 경험한 바 있다.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 전두환 정부, 노태우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한쪽에 서 있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가 다른 한쪽에 서 있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부를 자칭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가끔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해서 대단히 미안한 말씀이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이 헷갈릴 때도 있다.

좌에 속해 있든, 우에 속해 있든 간에 역대 정권들이 저마다 노력한 점은 있었겠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집권 기간 진정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사회 전반에 쌓인 병폐에 대한 개혁에 힘썼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했다든가, 혹여 노력했다 하더라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는가? 그리고 구원(舊怨)의 보복과 이권(利權)의 교대를 위하여 대결 구도에 골몰하지 않았는가?

아마도 역대 그 어느 정부도 나의 이러한 질문에 완전 자유로운 정부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정부는 나의 질문의 내용을 음미하고 또 음미하여 이전 정부들의 잘못을 거듭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단번에 세상은 달라질 수는 없으나 진정성과 선의를 갖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 바라는 ‘정의롭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살다 보니 여든 야든 간에 많은 정치인을 알고 지낸다. 나는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중시하는 정치인들을 좋아한다. 내가 알고 있는 정치가 중에는 진정성 있게 예술인을 존중하고, 힘겹게 예술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고자 법과 제도를 개선해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 나는 다년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원실 주관으로 개최되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정책 세미나나 토론회에 발제자나 토론자, 가끔은 진행자로 활동했다. 행사가 시작되면 당연히 주관한 국회의원이 영향력 있는 동료의원들을 대동하고 참석하여 주관의원으로서 인사말을 하고 동원된 의원에게는 축사를 맡긴다.

그런데 행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의원들의 진정성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인사말이나 축사가 끝나면 바쁘다는 이유로 슬금슬금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래서는 정책 세미나나 토론회가 힘을 받기는 어렵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경우이긴 하나 몇몇 의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당일 논의한 내용이 법제화하여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참석한 관련 공무원들에게 다짐받는 등 꼼꼼히 챙겨주는 정치인도 있다.

올해 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북5도무형문화재연합회와 D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이북5도 무형문화재 전승 현실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의 취지는 이북5도무형문화재가 법에 따른 지원 대상인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전승지원금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어 안정적인 전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안을 보완하자는 의도였다.

발제자 외에 정부 관계자로 문화재청 담당 사무관과 행안부 담당 사무관이 배석하였다. 그런데 토론회를 주관한 D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토론회 막바지에는 배석한 정부 관련자들에게 법 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내는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나로서는 여야를 떠나서 아직도 이러한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북5도 무형문화재의 전승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전승자들이 안정된 기반 위에서 전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치가의 모습은 내가 진정 바라는 정치가의 모습이었다.

예술가들도 국민이니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의 예술을 사랑하는 수요자 중에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으므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당신은 좌파냐’, 혹은 ‘우파냐’ 하고 묻는다면 문화, 사회 부문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면을 갖고 있어 좌파라 할 수도 있고, 교육 및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보수적인 면을 갖고 있어서 우파라고도 할 수 있어, 그 어느 한쪽으로 분류되는 것이 싫다. 그러니 예술가들에게 좌파냐, 우파냐를 묻지를 마라.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해 존재한다. 예술가들은 자기의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해 내기 위하여 매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