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정갑균 예술감독ㆍ최승한 지휘자 “대구오페라축제 정체성, <심청>으로 증명”
[Culture Interview]정갑균 예술감독ㆍ최승한 지휘자 “대구오페라축제 정체성, <심청>으로 증명”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1.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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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살려 독일어 공연, 한국어ㆍ영어 자막 더해
불가리아ㆍ헝가리ㆍ이탈리아(2024), 독일(2026) 공연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동ㆍ서양 음악의 중개자로 세계 현대 음악사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이 20여 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오페라 <심청> 개막 한 주 전인 지난 10일,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과 최승한 연세대 명예교수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오페라 ‘심청’ 연습 지도 중인 정갑균 예술감독
▲오페라 ‘심청’ 연습 지도 중인 정갑균 예술감독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심청 설화’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대본은 독일의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판소리 ‘심청가’에서 영감을 받아 독일어로 작성했다. 당시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의 주제는 ‘인류의 화합’이었으며, 처음부터 <심청>은 동서양 문화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합창단을 포함해 200여명 가까운 인원이 필요한 방대한 작품인데다 연주가 어려운 탓인지 초연 이후 국외에서 공연된 적은 없다. 국내에선 윤이상의 정치 색깔과 이력 시비로 1999년에야 초연이 이뤄졌다. 

정갑균 예술감독은 <심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 감독은 “세계 유수의 오페라 축제를 보면 모차르트와 바그너 같은 작곡가의 유산을 갖고 있다. 이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심청>은 그럴 만한 저력이 있는 작품이다”라며 “외국 극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작곡가 윤이상 그리고 오페라 <심청>을 잘 알고 있다. 작품의 난해함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해외 극장과 작품 교류 협상을 할 때 이 작품을 제안하면 5분 이내에 타결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은 국내에선 묻혀 있던 이 작품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원작을 살려 독일어로 공연하되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제공해, 해외 무대에서도 무리 없이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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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에서 심 봉사 역을 맡은 바리톤 제상철과 심청 역의 소프라노 김정아가 리허설 진행 중이다.

1999년 국내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심청>의 지휘봉을 잡은 최승한 지휘자는 KBS 교향악단과 서울시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인천시향, 노스캐롤라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다페스트 필하모닉 등 유수 연주단체들과의 작품 활동으로 명성이 높다. 그는 “<심청>의 음악적 뿌리는 한국음악에 있다”라며 “노래는 시조창을 기반으로 하고 한국 악기의 떨림(농염)들을 서양악기인 오케스트라 주법으로 풀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음악 기법들로 이 작품을 어렵게 느기는 관객들에게 최승한 지휘자는 그림을 감상하듯 접근하라는 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피카소 작품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더 난해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윤이상의 <심청>도 피카소의 작품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라며 “그림도 부분만 보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개별음이 아니라 전체 음의 덩어리를 느껴본다면 보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획 단계부터 공연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자체 제작한 이번 <심청> 프로덕션은 향후 해외극장 간 공연 교류에 적극 활용된다. 2024년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2026년에는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