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만에 고국 돌아온 류성룡의 「대통력」, 류성룡 일상·이순신 기록 담겨
400년 만에 고국 돌아온 류성룡의 「대통력」, 류성룡 일상·이순신 기록 담겨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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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재 유물, 지난 9월 환수
국내 현전하지 않던 경자년(1600년) 대통력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일본에 있었던 류성룡의 달력,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지난 24일 환수한 문화재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를 언론에 공개하고 환수 사실을 밝혔다.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 언론 공개 현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 언론 공개 현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대통력은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책력(冊曆)으로 농사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지침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에 환수한 유물은 경자년(1600년)의 대통력이다. 김문경 교토대학 명예교수의 제보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으며,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의 면밀한 조사를 거쳐 지난 9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소장자는 대게 책력에 자신의 일정이나 감상을 적어두는데, 이번 유물도 그 여백에 묵서(墨書/먹물로 쓴 글씨)와 주서(朱書/붉은 색 글씨)로 그날의 날씨, 일정, 약속, 병세와 처방 등이 기록 돼 있다. 기재된 필적과 주로 언급되는 인물, 사건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소장자를 추측해 본 결과 서애 류성룡의 수택본(手澤本/소장자가 가까이 놓고 자주 이용하여 손때가 묻은 책)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서애 류성룡(柳成龍, 1542~1607)의 문집인 「서애집」 중 류성룡의 연대기가 기록된 「서애선생연보(西厓先生年譜)」와 비슷한 내용을 지니고 있었다.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 표지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 표지 (사진=문화재청 제공)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기 군사 전략가로서 활약했다. 이번에 환수된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은 「서애선생연보」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을 포함한 기록이라는 가치 외에도, 국내 현전하지 않는 경자년(1600년) 대통력이라는 점, 임진왜란 시 포로가 돼 일본에 압송됐던 강항(姜杭, 1567~1618)의 귀국 등 경자년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다.

특히 가철(假綴/책의 원표지가 없어 종이 등을 사용해 임시로 매어둔 형태)된 표지에는 임진왜란기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이 부하 장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출전해 전쟁을 독려하다가 탄환을 맞고 전사한 상황을 묘사한 기록도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료적 가치를 더한다.

▲경자년의 24절기 일시를 표기한 부분(우측면)과 연신방위지도 부분(좌측면)
▲경자년의 24절기 일시를 표기한 부분(우측면)과 연신방위지도 부분(좌측면)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 환수는 류성룡 선생의 종손가 소장 자료들인 보물 「유성룡 종가 문적」에도 빠져있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찾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환수과정이었다. 향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전하게 보존관리하면서 조선시대 과학문화재들과 함께 류성룡 관련 원천 자료로서 연구·전시 등에 폭넓게 활용할 예정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