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청자실’ 개편…몰입형 감상공간 ‘고려비색’ 돋보여
국중박, ‘청자실’ 개편…몰입형 감상공간 ‘고려비색’ 돋보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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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독자적 아름다움 알려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 엄선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청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름다운 빛깔에 주목한 새로운 전시 공간이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지난 23일 새롭게 단장한 ‘청자실’을 공개했다. 이번에 개편한 청자실은 지난 해 2월 개관한 분청사기,백자실의 후속이자 상설전시관 3층 도자공예실의 완결로서 의미를 갖는다.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상형청자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상형청자 (사진=국중박 제공)

고려(918~1392)가 10세기 무렵 당시 최첨단 제품인 자기 제작에 성공한 것은 생활 문화 전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 혁신적인 계기가 됐다. 거기서 더 나아가, 고려인은 불과 150여 년 만에 자기 제작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고려청자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실 개편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재인 고려청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함에 목적을 둔다.

청자실은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와 <청자 참외모양 병>(국보) 등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2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개편의 특징은 고려청자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비롯해 제작기법과 실제 쓰임새, 그리고 자기 제작의 시작과 완성이라는 문화사적 의의도 주목해본다. 또한, 그동안 청자실에 전시되지 않았던 초기 가마터를 비롯한 중요 가마터 출토 청자 조각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해 고려청자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 청자 어룡모양 주자(국보)
▲ 청자 어룡모양 주자(국보) (사진=국중박 제공)

국중박은 이번 청자실 개편에 있어서 고려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몰입형 감상공간 ‘고려비색’ 공간에 심혈을 기울였다. 몰입형 감상공간인 ‘고려비색’에는 비색청자 중에서도 비색과 조형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을 엄선해 공개한다.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 18점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박물관은 ‘고려비색’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각적 요소를 절제해 관람객이 전시품 감상에 몰입하도록 한다. 공간에 들어서면,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나직이 펼쳐진다. 이 곡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 오마 스페이스 팀원,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동기획자)이 작곡한 곡이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국보)
▲청자 사자모양 향로(국보) (사진=국중박 제공)

비색翡色청자란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를 말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1091~1153)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후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당시 고려인이 청자 종주국인 송나라 청자의 비색祕色과 구별하여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 불렀다고 기록됐다. 월탄 박종화(1901~1981)는 그의 시 「청자부」에서 고려청자를 “가을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과 같다고 노래했으며, 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하늘빛 청자」에서 고려청자의 비색을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에 비유하는 등 고려 비색청자는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인식 돼 왔다.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청자 칠보 투각무늬 향로> (사진=국중박 제공)

몰입형 감상공간 ‘고려비색’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음악과 상형청자의 뛰어난 조형성이 어우러져, 관람객이 아름다운 비색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는 순간을 제안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물관은 ‘고려비색’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과 마음의 평온이라고 말한다. 미술사학자 고유섭(1905~1944)은 그의 저서 『고려청자』(1939년)에서 고려청자를 “화려한 듯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따뜻하고 고요한 맛이 있다”고 평했다. 새롭게 개편된 청자실은 관람객들이 비색 상형청자에 깃든 아름다움을 고요하고 온전히 느끼고, 예술적 감동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