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 펼쳐지는 3색 무대, 국립극장 연말기획공연 ‘세 가지 선물’
12일간 펼쳐지는 3색 무대, 국립극장 연말기획공연 ‘세 가지 선물’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1.2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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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1, 국립창극단 ‘연작(連作)’
12.24~25, 국립무용단 ‘수작(秀作)’
12.30~31, 국립국악관현악단 ‘명작(名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가 12일간 펼치는 연말기획공연 <세 가지 선물>이 내달 20일부터 31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국립창극단 창극 콘서트 <연작(連作)>, 국립무용단 전통춤 모음 <수작(秀作)>, 국립국악관현악단 송년 음악회 <명작(名作)>을 각각 이틀씩 무대에 오른다. 

<세 가지 선물> 첫 무대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콘서트 <연작(連作)>이다. 여러 창극 작품의 주요 곡을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여 창극 음악의 진면목을 압축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국립창극단 ‘리어’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리어’ ⓒ국립극장

공연은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테디셀러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문을 연다.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4년 초연부터 변강쇠와 옹녀 역을 맡아온 최호성과 이소연이 들려주는 2중창 ‘사랑가’와 ‘그래도 좋네’를 포함해 6곡의 음악으로 관객의 흥을 자극한다. 이어서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말과 소리로 그려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창극 <리어> 중 ‘이 밤’ ‘눈물을 거두소서’ 등 6곡을, ‘소원나무’로 향하는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 창작 창극 <나무, 물고기, 달> 중 모든 배역의 대표 아리아 11곡을 선보인다. 아시아‧유럽을 넘어 최근 미국 관객까지 사로잡은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도 만날 수 있다. ‘서산에 해는 지는데’ ‘죗값은 치러지지 않는구나’ 등 2곡을 통해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한 여인들의 강인함과 용기를 전한다. 창극과 경극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패왕별희>에서는 ‘벼슬자리’ ‘십면매복’ 2곡을 들려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투를 호방하고 힘찬 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장단으로 그려낸다. 공연의 마지막은 판소리 ‘수궁가’를 재기발랄하게 변주한 <귀토>가 장식한다. 자라가 토끼의 마음을 꿰기 위해 부르는 ‘우리 수궁 별천지라’, 자라가 토끼를 업고 용궁으로 가며 부르는 ‘범피중류’ 전 출연진이 함께하는 흥겹게 마무리하는 세마치장단의 ‘헤이야라’ 등 7곡을 통해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한 소리로 신명 나는 시간을 선사한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이 독창부터 중창‧합창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창극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음악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만큼 국악기와 서양 악기로 구성된 39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계성원이 음악감독을, 다수의 작품에서 지휘‧작곡‧음악감독으로 참여해온 김창환이 지휘를 맡았다.

▲국립무용단 ‘추석·만월’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추석·만월’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전통춤 모음 <수작(秀作)>은 다채로운 한국 춤으로 우리 전통의 매력을 감상하는 무대다. ‘아름다운 순환(Circle of Life)’을 주제로 계절의 변화에 빗댄 무용수들의 몸짓을 통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우리 춤의 영속성을 담아낸다. 

1장 ‘봄’에서는 만물이 깨어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생동감을 ‘부채춤’으로 빚어내며, 남녀의 애틋한 감정을 담은 2인무 ‘사랑가’를 통해 봄날의 풋풋한 사랑을 표현한다. 2장 ‘여름’은 목표를 향한 힘찬 움직임과 그를 통한 성장, 끊임없는 수련 안에서의 염원을 표현한다. ‘춤의 단련’은 국립무용단원의 기초 훈련과 몸풀기 목적으로 만들어져 내려오는 전통 춤사위 모음인 ‘국립기본’을 바탕으로 한다. 60년 넘게 이어온 오랜 전통인 동시에 매일 몸을 단련하는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 무용수들이 느끼는 감정과 내면의 고민을 풀어냈다. 이어서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화관무’가 펼쳐져 무용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단단한 예술적 결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의 결실을 보는 3장 ‘가을’은 화려한 움직임의 ‘소고춤’과 경쾌한 장단의 ‘장구춤’으로 구성된다. 전통 가락과 어우러지는 춤사위를 통해 여유롭고 풍요로운 가을의 정취를 담아낸다. 4장 ‘겨울’은 추위가 아닌 새로운 봄이자 다음 세대를 기다리는 희망을 드러낸다. ‘선비춤’은 조흥동이 남성 춤의 대명사인 ‘한량무’와 ‘학춤’을 결합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신선이 노니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곧이어 무용수를 꿈꾸던 어린 소녀가 등장해 국립무용단원들과 서로를 응시하고 함께 호흡하며 ‘살풀이’ 춤사위를 펼친다. 나쁜 기운인 ‘살’을 풀어내는 동시에 세대 간의 교감, 우리 춤의 전수를 표현한다. 마지막 5장 ‘다시, 봄’에서는 꽹과리‧징‧북‧장구‧소고가 함께하는 풍성한 농악놀이가 펼쳐진다. 흥과 신명의 에너지를 나누는 ‘농악’으로 계속해서 되풀이되며 이어지는 생의 환희와 함께 새해 복을 기원하는 마음마저 담아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소음악회’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소음악회’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송년 음악회 <명작(名作)>은 국악관현악 명곡부터 다양한 음악가와의 협연까지 장르와 세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첫 곡은 홍민웅 작곡가의 ‘화류동풍’이다. 꽃과 버들과 봄바람을 아울러 이르는 곡 제목처럼 전반부에서는 우아한 봄바람을 묘사하고, 후반부에서는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 다가올 충만한 봄기운을 전한다. 이어 반도네오니스트와의 협연으로 한 해가 끝났다는 공허함과 새해에 대한 설렘이 공존하는 연말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담아낸다. 라틴음악의 대표주자인 탱고의 열정과 낭만, 그 안에 담긴 쓸쓸한 분위기가 한국 전통음악의 한(恨)·풍류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협연자로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고상지가 함께한다. 탱고 음악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대표곡 ‘망각(Oblivion)’과 장석진 작곡가의 위촉 초연곡 반도네온과 젬베를 위한 더블 콘체르토 ‘풍경화:風景畵’를 연주한다. 2018년 위촉 초연 이래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최지혜 작곡가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도 선보인다. 한국의 크고 작은 강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동부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음악 어법인 메나리토리를 사용해 강의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역동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마지막 밤, 감미로운 목소리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질 보컬의 협업 무대도 준비돼있다. 12월 30일에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음색의 가수 신용재가 무대에 올라 대표곡 ‘첫 줄’ ‘빌려줄게’와 패닉의 ‘정류장’을 들려준다. 31일에는 가창력⸱감성⸱음색 3박자를 겸비한 차세대 보컬 HYNN(박혜원)이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 ‘막차’를 부른다. 두 가수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음성이 국악관현악과 만나 묵직한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박범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뱃노래’가 장식한다. 한국민요 ‘뱃노래’ 선율을 바탕으로, 나발⸱북⸱징 등을 활용해 흥겨운 우리 가락으로 엮은 곡이다. 거센 파도와 풍랑을 이기고 힘차게 항해하는 모습을 담아내 새해의 희망찬 출발과 다짐을 그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휘는 클래식⸱현대음악⸱게임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는 지휘자 진솔이 맡았다.

<세 가지 선물>의 총연출은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총연출과 2018 평창 문화올림픽 총감독을 지낸 김태욱이 맡았다. 무대는 각 단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150㎡ 면적의 LED 전광판을 활용한다. 전광판은 다양한 형태로 이동하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강렬한 그래픽 영상이 공간감을 확장하는 동시에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린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된다. 공연장 로비에 마련된 소원나무에 새해 소망을 써서 매달아 볼 수도 있고, 계묘년을 맞아 일러스트 작가 ‘가지(Gajee)’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3개 전속단체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달력과 스티커도 받을 수 있다. 공연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