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마포M클래식축제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음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다”
[공연리뷰]마포M클래식축제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음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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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마포아트센터서 마포M클래식 축제 대미 장식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지난 9월 20일부터 66일간 펼쳐진 마포M클래식 축제가 지난 24일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리사이틀 무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문지영은 이번 리사이틀을 슈만의 심포닉에튜드 그리고 스크리아빈의 열두개의 에튀드 작품번호 8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마포M클래식 M소나타 시리즈,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모습 ⓒ마포아트센터
▲마포M클래식 M소나타 시리즈,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모습 ⓒ마포아트센터

1부는 스크리아빈이 15살에 작곡한 짧지만 강하고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에튀드 op.2 no.1 c# minor로 시작해 같은 조성인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Symphonic Etudes), Op.13으로 연결했다. 슈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자랑하는 문지영은, 관객에게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소개하듯 신중하고도 명징한 연주를 이어갔다. 

슈만이 피아노를 통해 오케스트라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결실을 담고 있는 작품이 바로 ‘교향적 연습곡’이다. 해당 작품은 12개의 연습곡 가운데 3곡과 9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변주로 이뤄져있다. 화려한 기교뿐 아니라 실험적 기법들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슈만의 피아노 작품 중 어려운 곡으로 손꼽힌다. 문지영은 피아노 한 대로 슈만이 꿈꾸던 교향악적인 텍스처와 소리를 그려냈다. 연주의 시작은 시를 읊는 것과 같았다. 단어와 구절이 반복되듯 첫 마디에 제시된 음형을 변주하며 조금씩 다른 뉘앙스로 표현했다. 잔잔했던 초반과는 달리 후반부를 향해 갈수록 왼손과 오른손이 조화를 이루며 폭포처럼 쉴새 없이 소리들을 쏟아냈다. 

고요하리만치 차분했던 문지영은 음이 더해짐에 따라 숨을 고르며 감정을 쏟아내며 객석을 압도했다. 문지영은 격정적이고 외향적인 ‘플로레스탄’과 명상적이고 내향적인 ‘오이제비우스’란 자아를 가졌던 슈만의 양면성을 연주에 고스란히 표현하며, ‘슈만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를 증명했다. 

2부에서 문지영은 앞선 공연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 스크리아빈의 ‘12개의 연습곡, op.8'을 연주했다. 화려한 기교보다 감정의 다채로운 표현에 집중하려는 스크리아빈의 의도에 따라 문지영은 음형을 빠르고 말끔하게 연주하며 작품이 제시하는 분위기를 충실하게 전달했다. 맹렬하게 진행되는 듯 하지만 그 속의 냉정함을 꾸준히 유지했다.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는 과정도 유연하게 표현하며, 같은 작품 안에서 다양한 감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12개의 연습곡’에 이어 연주된 곡은 ‘피아노 소나타 3번 올림바단조, op.23'이다. 스크리아빈 탄생 150주년을 맞으며 그의 음악을 심도 있게 공부해 보고 싶었다는 문지영이 그간의 시간을 음악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스크리아빈의 자아가 투영된 선율을 문지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침없이 묘사했다. 작품이 갖는 머뭇거림과 이후 따라오는 확신의 과정이 음계 안에 투영된 연주였다. 

▲마포M클래식 M소나타 시리즈,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모습 ⓒ마포아트센터
▲마포M클래식 M소나타 시리즈,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모습 ⓒ마포문화재단

앵콜곡으로는 왼손 연주를 위해 쓰인 스크리아빈의 전주곡과 녹턴(Prelude and Nocturne Op.9 No.1&2)을 연주했다. 건반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손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음악은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문지영의 연주는 문학 작품 같다는 인상을 준다. 섬세하게 고른 음으로 시작을 열고, 묵직하게 음을 누르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