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지금 공예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장스케치]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지금 공예의 의미는 무엇일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2.12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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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1, 3일 간 공예박람회 종료
양태오 총감독, ‘현실의 주제, 공예의 대답’ 주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공예전문비즈니스 박람회 《2022 공예트렌드 페어》가 대중과 기업, 공예인들 사이의 연결을 확장시키며 3일간의 행사를 마쳤다.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주제관, 첫 번째 공간 “현실의 질문: 획일화된 일상 → 공예의 대답: 지역성과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문화적 다양성의 대안인 공예” ⓒ서울문화투데이

《2022 공예트렌드 페어》는 공예의 산업적, 예술적 가치 확장을 통해 공예문화의 대중화, 산업화와 더불어 아시아 공예 문화를 선도하는 공예 전문 특화 박람회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지난 8일 개막해 11일까지 공예 작가, 공방, 갤러리, 기업, 대학 등 330여 개 사가 참여하는 ‘공예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공예트렌드 페어》는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했다. 페어의 역사가 점점 깊어지면서, 페어를 주관하는 공진원은 점점 더 확장된 교류의 장, 전문성이 더해진 행사를 마련해오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도된 총감독제를 이어 올해도 총감독의 기획 하에 페어를 준비했다. 매해 《공예트렌드 페어》는 공예작가, 공방과 바이어들의 교류를 위해 힘써왔고, 공예 유통망 확장을 위해 노력을 지속했다.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주제관을 설명하는 양태오 총감독 ⓒ서울문화투데이 

한국 공예 유통망과 문화 확장을 위한 걸음

페어 첫 날인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진원은 공예인들의 홍보를 위해 온라인 뷰잉룸, 라이브 경매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정기간의 단편적인 행사로 종료되지 않기 위해 공진원 행사 이후 작가 지원도 준비했다.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스 ‘마루누마 예술의 숲’과 협력해 2016년부터 진행해온 공예트렌드페어의 참여작가 대상 지원을 올해도 이어간다.

페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사업, 교류 이외의 페어 현장의 볼거리도 다채로웠다. 주제관과 더불어 갤러리관(아트&헤리티지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 KCDF사업관이 조성돼 다양한 참여자들의 시각과 제안으로 동시대 공예를 즐겨볼 수 있었다. 《2022 공예트렌드 페어》에는 전년대비 참가 희망사가 40% 증가했고, 창작공방관의 참여 경쟁률은 7:1에 달했다.

▲KCDF사업관 중 <우수공예품 선정> 전시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특히, 공진원의 다양한 사업 결과물 공개하는 KCDF사업관이 더욱 탄탄해졌다. 공예의 유통망을 확장시키고 비즈니스적 관계망에 주목하는 《공예트렌드 페어》와 또 다른 맥락으로, 대중에게 공예를 소개하고 ‘일상 속 공예’를 느껴 볼 수 있는 <공예주간> 사업관과 매해 열리고 있는 <우수공예품 선정> 사업관, 지역의 공예자원과 수요에 맞춰 장비와 시설을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로 작용할 <공예창작지원센터> 사업관이 각 사업별 특성을 잘 소개해주는 자리로 조성됐다.

기자간담회에서 페어를 소개한 최재일 공진원 공예본부장은 “공진원은 매해 페어를 통해 작가의 유통기회 확대, 차세대 작가 발굴을 도모 하고 있으며 앞으로 공예문화를 위한 더 확장된 페어를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공예트렌드 페어》를 코엑스 전관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고, 장차 아시아 대표 ‘공예페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2030년 이전의 실현을 목표로 두고 있다”라고 17회를 이어온 《공예트렌드 페어》의 비전을 다시금 짚었다.

▲갤러리관 중 <국립무형유산원,한국문화재재단> 전시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공예’가 전하는 시대에 대한 답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총 감독을 맡은 태오양스튜디오의 양태오 대표는 “현실의 주제, 공예의 대답”이라는 주제로 올해의 페어를 준비했다. 양 총감독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제갤러리, 주중한국문화원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한국의 미학을 만들어가며 전 세계 공간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양 감독은 《공예트렌드 페어》에서 ‘트렌드’라는 단어에 집중해, 시대와 공예가 함께 공명하는 지점에 대해 고민하며 주제를 선정했다. 이 시대 공예의 당위성과 확장성을 대중에게 전하고 예술품으로서의 공예 찬미를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가치제로서의 공예를 다뤄본다.

기자간담회에서 양 감독은 “‘트렌드’는 시대를 반영하고, 공명하는 것이라고 봤다. 과연 그 지점에서 공예는 어떻게 시대와 공명하고 있을까 고민했다. ‘공예’라는 행위를 왜 하는지, ‘공예’는 이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했다. 공예는 항상 현실을 위해서 존재해왔다. 그러면서, 현실이 만들어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주제전은 공예가 지니고 있었던 그런 사회적인 대답들을 꺼내서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이번 《2022 공예트렌드 페어》와 주제전에 대한 소개를 전했다.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주제관, 두 번째 공간 “현실의 질문: 인간성 상실 → 공예의 대답: 생각하는 손으로 만나는 인간 회복의 기술, 공예” ⓒ서울문화투데이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을 디자인해오고 있는 양 감독은 본인의 색을 살려 주제관을 총 세 가지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현실의 질문’과 ‘공예의 답’을 엮은 공간의 제목도 인상적이다. 첫 번째 공간은 “현실의 질문: 획일화된 일상 → 공예의 대답: 지역성과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문화적 다양성의 대안인 공예” 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 한옥인 듯하면서도, 현대인이 일반적으로 살고 있는 듯한 거주의 공간 안에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띤 공예 작품을 전시한다. 삶의 구조와 유형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예는 획일화 · 몰개성화 · 정형화된 삶의 풍경에 다시금 다양성을 입히는 대안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만든 이의 손에서 사용하는 이에게로 이어지는 무형의 연대기 속에서 공예의 고유한 매력이 있음을 짚어본다.

두 번째 공간은 “현실의 질문: 인간성 상실 → 공예의 대답: 생각하는 손으로 만나는 인간 회복의 기술, 공예”라는 주제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손의 가치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현 시대는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로 인해, 손으로 하는 노동의 가치가 더욱더 희미해진 세계가 돼가고 있다. 전시는 공예가의 손을 통해 순수한 노동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손’에서 드러나는 신체로의 회귀, 인간적 감수성에 대한 그리움을 이끌어 낸다.

▲《2022 공예트렌드 페어》 주제관, 세 번째 공간 “현실의 질문: 자연과 환경의 파괴 → 공예의 대답: 지속 가능한 소재와 기술을 통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 모색” ⓒ서울문화투데이

세 번째 공간은 “현실의 질문: 자연과 환경의 파괴 → 공예의 대답: 지속 가능한 소재와 기술을 통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 모색” 이라는 주제로 최근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답을 전한다. 전통적인 공예의 재료와 공법을 넘어 양산 과정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을 활용하거나, 생분해 성분의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공간에선 독특한 소재들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해, 산업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인간적 삶이라는 가치를 찾고 순환의 미래를 상상하는 순간을 제안한다.

양 감독은 ‘공예품’은 물건에 대한 존중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공예품을 사용하는 순간마다, 그 공예품을 만든 사람이 다가온다는 설명을 전했다. 그는 주제전 설명을 마무리하면서 “물건에 대한 존중이 시작되면, 물건을 소비하는 생각도 달라지고,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공간에 대한 존중 사람을 향한 존중, 나를 향한 존중으로 확장돼 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상 속 우리 모두가 공예가 가까워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창작공방관 중 서성욱 공예가 부스 ⓒ서울문화투데이

각기 다른 색을 지닌 공예품의 향연

갤러리관(아트&헤리티지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 등은 모두 각기 다른 소재와 작품성을 드러내면서 다채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창작공방관에는 공예작가팀이나 개인이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부분 부스별로 공예작가가 직접 참여하고, 부스를 운영해 현장에서는 관람객과 공예인이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실용적인 생활도구부터, 가구, 아트토이까지 아우르는 공예품들은 부스별로 풍성한 재미를 드러냈다. 또한, 전통적인 공예 요소로 현대적인 작품을 만든다던가, 현대적인 소재로 전통에 기반한 공예 작품을 창작한 경우도 만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대학관의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모아져 있어, 차세대 공예 작가들의 솜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대학별로 특화된 분야의 공예작품을 느껴볼 수 있고, 현재 청년작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소재나 분위기가 무엇인지도 느껴볼 수 있었다.

▲창작공방관 중 최혜령 공예가 부스 ⓒ서울문화투데이

17회를 맞으며, 총 감독의 기획으로 꾸려진 두 번째 《2022 공예트렌드 페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트렌디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찾아왔다. 또한, 전통공예와 현대공예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짓기 보다, ‘공예’가 무엇인지 ‘공예의 가치’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