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0] 한복 문화가 사라져가는 장터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0] 한복 문화가 사라져가는 장터
  • 정영신
  • 승인 2022.12.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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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0
1991 충북 영동장 Ⓒ정영신
1991 충북 영동장 Ⓒ정영신

 

언제부턴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장()에 나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복보다 편한 옷이 많아진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 생활문화가 바뀐 탓이다.

 

1988 전북 순창장 Ⓒ정영신
1988 전북 순창장 Ⓒ정영신

요즘 들어 편리하다는 이유로 멋을 잊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

다기(茶器)를 이용해 서너 번 우려 낸 녹차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데,

테이크 아웃처럼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복 입기의 절차가 녹차를 우려 마시는 행위와

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1992 전북 고창장 Ⓒ정영신
1992 전북 고창장 Ⓒ정영신

 

내가 어렸을 적에는, 장날이면 온 동네가 잔치집처럼 분주했다.

앞집이건 뒷집이건 토방 위에 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히 누워있었고,

동구 밖 태극기가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장롱속에 든 한복을 차려입고 장터 나들이를 갔었다.

 

1988 전북 임실장 Ⓒ정영신
1988 전북 임실장 Ⓒ정영신

 

햇빛이 내리는 날,

하얀 한복을 입고 저수지 강둑을 걸어가는 동산 아재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내 고향 마을이 생생하게 살아나 내게 말을 걸어온다.

옛날 사진 속에는 내 고향이 들어 있고,

장터만의 고유한 멋이 들어 있고,

그 너머에 정()이 들어 있다.

 

1991 충북 영동장 Ⓒ정영신
1991 충북 영동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