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이 시대 사물놀이의 담론을 담고 실천해야 할 사물놀이연구소의 역할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이 시대 사물놀이의 담론을 담고 실천해야 할 사물놀이연구소의 역할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2.12.14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사물놀이라는 레파토리가 개발된지 40여년이 지나간 시점에서 양적 팽창은 기대 이상 성공을 거두었지만 질적 성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

우리 문화의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원형성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통일신라 이전에는 중국과는 물론 서역과의 끊임 없는 문화와 예술 교류를 통해 우리민족의 음악인 향악(鄕樂)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와같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고려시대 부터는 향악(鄕樂), 당악(唐樂), 아악(雅樂)의 삼부악(三部樂) 체계를 갖추었다. 중국의 음악체계와 속성을 이어받은 아악과 당악은 그 원형성이 변화되어 조선조 초기 이후 향악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조선조 후기 서민문화가 발달되면서 궁중음악, 선비들의 문인음악 이외 판소리, 봉장취, 산조 등 기층의 음악 발전이 가속화 되었다. 

19세기 중후반부터 서양의 종교와 문물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우리음악에 있어서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극장의 개념 형성, 스타의 등극, 음악레파토리개발, 산조아쟁 등 악기개량 등이 지난 1세기 반 동안 이루어진 것이다. 20세기 한국음악사에 있어서 풍물 가락을 기반으로 한 획기적인 새로운 공연 장르가 탄생되었다. 1978년 2월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공간극장 사랑’에서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네가지 악기를 가지고 풍물을 무대공연으로 만든 것이다. 당시 처음 사물놀이는 김덕수, 김용배, 최종석, 최태현에서 시작되었다가 김덕수, 김용배, 이광수, 최종실로 구성되었다. 1984년 국립국악원에서 김용배를 중심으로 사물놀이를 창단하여 국악원 주요 공연레파토리화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사물놀이에 매료된 관객층들이 형성되고 공연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두레패 사물놀이, 사물놀이 진쇠 등 전문적인 사물놀이패를 비롯해 아마추어 사물놀이패 등이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사물놀이의 인기를 계기로 교사, 학생, 일반인, 주부, 어르신, 직장 동호회등이 결성되면서 국악동호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한국문화원 강좌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강습프로그램으로 사물놀이가 손꼽히고 있으며 외국인 중에는 사물놀이를 배우러 한국에 유학을 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인 브리태니커백과사전(Encyclopaedia Britannica) 에는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라는 신조어가 수록될 정도로 사물놀이의 인기는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국악 레파토리 가운데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초창기 사물놀이를 고안해 내고 실제 실행으로 옮긴 초기 예인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사물놀이라는 레파토리가 개발된지 40여년이 지나간 시점에서 양적 팽창은 기대 이상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질적 성장에 대해서는 양적 팽창에 비교하면 불균형이라 할 수 있다. 

사물놀이라는 황금 브랜드화를 위해서는 이제 다각도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과 산업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사물놀이 인구와 산업체 등의 통계학적 접근부터 시대적 가치와 미학, 원형연구 등 인문학적 접근, 노인치매예방, 장애인재활치료 등 정신학적 접근, 표준교육교재개발 등 음악교육학적 접근, 아카이빙 등 문헌정보학적 접근 등 다양한 연구가 펼쳐져야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물노리안과 동호인들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 구축과 수준높은 영상콘텐츠들이 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세계 곳곳에 태권도 도장과 같이 월드사물놀이센터를 만들어 강사파견과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악장르 가운데 가장 쉽게 산업화가 가능한 사물놀이의 교육시장, 악기·의상시장, 게임시장 등에 대한 접근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에 한예종 연희과 출신들이 모여 사물놀이 1세대의 위업을 바탕으로 시대적 담론을 안고 실천하고자 사물놀이연구소를 설립하였다고 한다. 사물놀이의 체계화, 활성화, 산업화에 있어 사물놀이연구소가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한국음악의 가치체계를 세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다. 또한, 사물놀이가 가지고 있는 확장가능성을 통해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세계적 음악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물놀이연구소에 역량있는 연구자, 연희자, 개발자, 산업종사자 등 우수인재들의 Think Tank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창간 14주년을 맞은 서울문화투데이의 대표님과 기자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문화가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설 수 있도록 예술가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