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종이 전하는 빛의 울림 《현영(現影)-BLACK Silhouette》展
검은 종이 전하는 빛의 울림 《현영(現影)-BLACK Silhouette》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2.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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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알베르, 12.17~31
한원석 두 번째 개인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공중목욕탕을 해체하고, 층의 경계를 무너뜨려서 만든 독특한 전시 공간인 금호 알베르에서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 한원석의 두 번째 개인전이 개최된다.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현영(現影)-BLACK Silhouette》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원석은 높이 3.7m 폭 2.3m의 규모의 성덕대왕신종을 그대로 재현한 미디어 작품 선보인다. 이 작품은 버려진 3,088개의 스피커가 종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 한원석 개인전 《현영(現影)-BLACK Silhouette》 전경 (사진=작가 제공)

한 작가는 지난해 금호 알베르에서 한차례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는 좀 더 솔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한 작가는 솔직함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해 작품을 선보인다.

한작가는 “나는 고민했다. 무엇이 솔직한 걸까. 무엇이 나 다운 것 일까? 내게는 금종(형연), 은종(나래쇠북)이 있다. 하지만 버려질 때 검정색이었던 검정종을 전시하기로 마음먹었다”라며 “2008년. 버려진 3,088개의 스피커는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6,176번의 납땜 과정을 거쳐 하나돼 다시 태어난다. 이번에는 어떠한 채색도 없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의 색을 낸다. 설치작품이지만 거대한 스피커다. 종 안쪽에는 모든 스피커들에게 서로 다른 각자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전력)을 전달하는 80개의 앰프가 설치돼 있습니다. 각각의 앰프가 서로 다른 음원을 재생하며, 이를 하나의 채널믹서가 컨트롤 한다”라고 작품을 준비하게 된 과정을 얘기한다.

이번 전시를 소개한 안현정 미술 평론가는 설치미술작품 <현영(現影)>에 대해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채 버려진 가치에 재생의 삶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Depeysement)’을 연상시킨다”라며 “작가가 시·공간의 낯섦(낯선 경험)을 통해 긍정적 생(生)의 변주를 끌어낸 까닭이다”라고 말한다.

한 작가는 이번 작품 <현영(現影)>이 오래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말한다. 자신과 닮은 검은 종을 통해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공간과 어우러지길 바란다며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본래의 역할을 마치고 새롭게 탄생한 공간 속에서, 전시는 어둠 속 탄생한 빛을 보여준다. 한 작가는 “어둠 속에 빛이 있다. 빛이 공존하는 어둠은 새로움의 발견이다. 나는 전시를 ‘보고 듣는’ 모든 이들이 반짝이는 날들을 향해 씩씩하게 내딛기를 바란다. 나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빛나는 ‘현영(現影)’ 이기 때문이다”라고 전시를 보러 오는 이들을 향한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