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만약에, 우리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뮤지컬 <이프덴>
[현장프리뷰]“‘만약에, 우리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뮤지컬 <이프덴>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12.15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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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한국 초연 개막
내년 2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A or B, Yes or No. 우리는 하루에서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의 결과를 모두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뮤지컬 ‘이프덴-만약에’ 장면시연 ⓒ쇼노트
▲뮤지컬 ‘이프덴-만약에’ 장면시연 ⓒ쇼노트

이혼 후 12년만에 뉴욕에 돌아와 도시 계획부에서 일하게 되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각각 ‘리즈’와 ‘베스’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을 그린 뮤지컬 <이프덴> 한국 초연이 이달 8일부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매 순간 ‘만약~하면(If)’과 ‘어떻게 될까(Then)’에 대해 고민하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찾게 되며, <이프덴>은 이를 통해 삶의 한 선택이 가져온 변화와 운명, 그리고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성종완 연출은 “<이프덴>은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두 개의 평행세계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의 단면을 통해, 객석에 있는 우리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인물의 서사와 관계성에 중점을 뒀다. 엘리자베스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어 극 안에 녹여내려 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이프덴-결국 다시 시작’ 장면시연 ⓒ쇼노트
▲뮤지컬 ‘이프덴-결국 다시 시작’ 장면시연 ⓒ쇼노트

한 인물에서 갈라지는 두 가지 서사를 설명하다 보니, 이에 대한 걱정도 만만찮았다고 털어놨다. 성 연출은 “‘리즈’와 ‘베스’의 세계를 구분 짓기 위해 조명, 안경 등의 장치를 사용했지만, 연습 초기에 배우들도 헷갈려한 만큼 관객들이 혼란스러울까 걱정이 있었다”라며 “다행히 그런 걱정은 기우였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계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성 연출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배우들에게도 <이프덴>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박혜나는 “처음엔 이해가 잘 안 됐다.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전달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니까.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더욱 살아있는 감정을 드려야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작품의 마지막 넘버 ‘결국 다시 시작(Always Staritng Over)’ 중에 ‘내 모든 순간은 이 순간에, 1분 1초 모두 이곳에 있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프덴>을 통해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혹은 걱정해도, 우리는 우리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니 응원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힘을 얻게 됐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이프덴-만약에’ 장면시연 ⓒ쇼노트
▲뮤지컬 ‘이프덴-만약에’ 장면시연 ⓒ쇼노트

지난 5월 출산 후 무대 복귀 소식을 알린 정선아는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70번 이상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저 역시선택에 대해 후회할 때도, 잘 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이프덴>의 넘버들이 워낙 어려워, 연습을 하는 동안 ‘내가 박치인가, 음치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괴감이 들 정도로 어렵게 준비했고, 지금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이 좋아해주셔서 매 회 행복한 공연을 하고 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극 중 ‘리즈’와 ‘베스’가 등장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1인 2역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배역을 맡은 박혜나, 유리아 배우와 계속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둘은 결국 ‘엘리자베스’라는 한 인물이라는 답을 얻었다”라며 “엘리자베스가 때로는 리즈, 때로는 베스가 되는 것은 결국 선택에 따라 달라질 주변 환경과 연출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해석을 전했다.

▲뮤지컬 ‘이프덴-또 다른 나’ 장면시연 ⓒ쇼노트
▲뮤지컬 ‘이프덴-또 다른 나’ 장면시연 ⓒ쇼노트

극본을 쓴 브라이언 요키는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감정과 고민을 탄탄하고 치밀하게 표현했으며, 톰 킷은 토니 어워즈 최고 음악상 수상자답게 작품이 가진 드라마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배우들이 파워풀한 보컬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작곡했다. 덕분에 초연 당시 <이프덴>에서 엘리자베스역을 맡았던 ‘이디아 멘젤’은 <위키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이어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폭발적 가창력을 자랑하는 이디아 멘젤과 같은 엘리자베스 역을 연기하는 유리아는 “저희도 박혜나·정선아가 있다. 매회 귀호강을 하고 있다.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 영광이고 행복하다”라며 자신감과 애정이 동시에 묻어나는 소감을 전해 장내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어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몰입한 정도가 아니라, 대본에 푹 빠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공연을 보는 많은 관객들 역시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특정한 누군가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뮤지컬 <이프덴>은 내년 2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