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정원을 거니는 듯한, 비선형적 예술 언어”
SeMA,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정원을 거니는 듯한, 비선형적 예술 언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2.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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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서소문 본관, 12.15~23.3.12
느리고, 긴호흡…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 생각게 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여성성과 신체를 다루고 있는 동시대 주요한 미술작가 키키 스미스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15일부터 내년 3월 12일까지 총 88일간 SeMA서소문본관에서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하늘〉, 2012, 면 자카드 태피스트리, 287 × 190.5 cm. 매그놀리아 에디션 직조. © 키키 스미스, 페이스 갤러리 제공. 사진: 리처드 개리 (사진=SeMA 제공)

이번 전시는 키키 스미스(1954년생, 미국 뉴욕)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섬세하게 조율된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해본다.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총 140여 점이 소개된다.

키키 스미스는 삶과 죽음, 실제와 이상, 물질과 비물질,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경계선 사이에서 뚜렷한 해답보다는 비선형적 서사를 택해서 작품을 창작해왔다. 느리고 긴 호흡으로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생명’에 귀 기울이며 상생의 메시지를 던지는 스미스의 태도는 ‘과잉, 범람, 초과’ 같은 수식어가 익숙한 오늘날 다시 주목해봐야 할 가치다.

전시 제목 ‘자유낙하’는 키키 스미스 작품에 내재한 분출하고 생동하는 에너지를 함의하며, 이는 작가의 지난 40여 년에 걸친 방대한 매체와 작품 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으로 기능한다.

▲〈자유낙하〉, 1994, 에치젠 고조 기즈키 종이에 요판 인쇄, 포토그라비어, 에칭, 드라이포인트, 84.5 × 106.7 cm. © 키키 스미스,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사진=SeMA 제공)

전시는 작가를 규정할 수 있는 언어로 구성되기보다, 키키 스미스 작품세계에서 핵심적으로 발견되는 ▲서사구조 ▲반복적 요소 ▲에너지 같은 몇몇 구조적 특성에 기초해 세 개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이야기의 조건: 너머의 내러티브”에선 설화, 동화, 신화, 종교, 역사, 민화 등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한 작품의 모티프가 같은 화면에서 만나 새로운 서사구조를 이루고, 직조와 해체를 통해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 특유의 조형 문법과 구성 방식을 살핀다.

“배회하는 자아”에선 판화와 사진 매체가 지니는 반복적인 특성은 키키 스미스 작품세계 확장에 큰 계기가 됐다. 반복적 특성은 작가가 그간 강조해 온 배회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크고 작은 생명’에 귀 기울여 온 작가의 특징적 행보를 소개한다.

“자유낙하: 생동하는 에너지”에선 신체에 기반한 1980~1990년대 작품에서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지난 수십 년간 다뤄 온 방대한 매체와 복잡다단한 장르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서 생동하는 에너지에 주목한다.

▲〈꿈〉, 1992, 에치젠 고조 기즈키 종이에 2색 요판 인쇄, 106 × 196.9 cm. © 키키 스미스,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사진=SeMA 제공)

전시 공간은 일방향적 구조가 아닌 곡선형의 순환적 구조로 구성돼 있어 관람객이 전시실 내에서 다양한 동선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작가가 본인의 예술 활동을 “마치 정원을 거니는 것과도 같다”라고 일컬으며 강조해 온 배회의 움직임을 상징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선 독일의 영상 제작자 클라우디아 뮐러(Claudia Müller)가 키키 스미스의 일상과 작업 현장을 담은 약 52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비롯해 여성 주인공 중심의 판화 14점으로 구성된 블루 프린트 시리즈 그리고 작가의 2022년 신작까지 함께 공개된다.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전경  ⓒ김윤재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전경 ⓒ김윤재 (사진=SeMA 제공)

키키 스미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서울에서 전시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40여 년의 시간을 돌아보는 이번 전시는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다.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내적 자유로움을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관람 일정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