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 Frieze Seoul 2022》, “한국 미술 시장 변곡점 될까”
《Kiaf & Frieze Seoul 2022》, “한국 미술 시장 변곡점 될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9.07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카소, 에곤 쉴레, 앙리 마티스 등 거장 작품 출품돼
해외 컬렉터들 아시아 작가 향한 관심 보여
미술컬렉터 이외에도 많은 관람객 찾은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다시 한 번 부흥을 맞고 있는 한국 미술 시장의 큰 흐름 속에서 대형 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와 프리즈(Frieze, 영국아트페어)가 동시에 개최됐다. 키아프 서울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 1층 A, B홀에서 개최됐고, 프리즈 서울은 2일에서 5일까지 3층 C, D홀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키아프 플러스(Kiaf PLUS)는 5년 이하의 젊고 도전적인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아트 페어로 1일부터 5일까지 세텍에서 개최됐다.

▲Kim Kulim, <Yin and Yang 9-S, 131>, 2009, Mixed media on canvas, 194 x 260 cm (2pcs) ⓒ Kulim KIM, Gana Art (사진=가나아트 제공)

프리즈 서울 개최가 확정되고, 국내 화랑들은 우려와 기대감을 동시에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 유수 대형 갤러리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되레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갤러리들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또한, 해외 작가들과 경쟁하게 되는 한국 작가들에 대한 걱정도 존재했다. 하지만, 미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시장 규모 자체 확장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였다.

실제로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개막한 9월 2일 당일에는, 프리즈 쪽으로 VIP 관람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반 관람객들이 입장하게 된 행사 이튿날부터는 키아프 부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입장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입장해서도 부스 사이 통로를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Benedikt Hipp, ENS, 2021, Oil and varnish on wood, 35.5×26×2cm (사진=옵스큐라 제공)
▲Benedikt Hipp, ENS, 2021, Oil and varnish on wood, 35.5×26×2cm (사진=옵스큐라 제공)

올해 키아프에는 164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프리즈에는 21개국 110여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을 모두 참가하는 갤러리는 해외 갤러리 4개(Axel Vervoordt Gallery, Esther Schipper, GALLERIA CONTINUA, PERROTIN), 그리고 한국 갤러리 8개(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제이슨함, 조현화랑, 피케이엠갤러리, 학고재, 갤러리현대)로 총 12개다. 현대미술을 포함해 미디어(디지털) 아트와 NFT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첫 행사를 시작한 키아프 플러스(Kiaf PLUS)에는 11개 국가와 지역에 소재한 7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Kiaf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사진=키아프 제공)
▲Kiaf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사진=키아프 제공)

프리즈, 시대 지역 초월한 해외 유명작가…미술관급 작품 나와

세계 3대 아트페어에 속하는 프리즈에는 세계 최정상 갤러리들인 가고시안, 하우즈앤 워스가 참여했다. 이를 뒤이어, 데이비드즈워너, 타데우스 로팍, 리만머핀 등 정상급 갤러리들 이 속속 참여하면서 아트페어의 규모를 더욱 확장시켰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적인 미술 장터 프리즈에는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뮤지엄급 명작 작품들도 등장했다. 총 18개의 갤러리가 참가한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세계적인 명작이 관람객들을 만났다.

아쿠아벨라갤러리즈에서 가지고 나온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1937)은 4500만달러(약 600억원)로 이번 아트페어에서 최고가 작품이었다. 이외에도 앙리 마티스,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들도 출품했다. 행사 개막 첫날 갤러리 부스에는 작품 보호선이 없었지만, 인파가 밀리자 작품 앞에는 보호선도 생겼다.

리처드 내기 갤러리는 에곤 쉴레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프리즈를 찾은 관람객들은 에곤 쉴레의 작품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기도 했다. 파리‧뉴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고미술 전문 레앙미뉘르 갤러리에선 13세기 성경 필사본, 15세기 목판 인쇄 지도 등을 출품해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술 수집가가 아니어도,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명작들이 한국을 찾아와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리오지, 꽃인사(안녕 Hi), 2022, Acrylic, oil paint-stick, acrylic marker, wax pastel on canvas, 45.5 x 37.9 cm Courtesy of Heesugallery  (사진=희수갤러리 제공)
▲리오지, 꽃인사(안녕 Hi), 2022, Acrylic, oil paint-stick, acrylic marker, wax pastel on canvas, 45.5 x 37.9 cm Courtesy of Heesugallery (사진=희수갤러리 제공)

키아프, 국내 원로 작가 선보이며 한국 미술 저력 보여줘

키아프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에 위축되는 듯도 했지만, 국내 주요갤러리들은 아시아 작가와 한국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내세우며 한국 미술 시장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나아트는 김구림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갤러리 현대는 한국 아방가르드 전위예술가 이건용 작가를, 학고재에선 백남준, 강요배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출품된 작품의 다수는 판매로도 이어졌다. 가나아트는 아트페어의 대표작이도 했던 김구림 작가의 대작 <음과 양>(2009)을 4억 원대에 판매하고, 리안갤러리는 이번 갤러리 출품작 중 가장 최고가였던 이건용 작가의 작품을 4억 원에 판매했다. 학고재는 첫 날부터 정영주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고, 도자 도넛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재용 작가 작품 20점을 모두 완판했다. 강요배 작가의 <구룡폭포Ⅲ>도 1억 1000만 원에 판매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iaf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사진=키아프 제공)

행사 첫 날부터 수십억 원대 작품을 속속 판 프리즈의 대형 갤러리들의 소식을 들어보면, 프리즈와 키아프의 산술적인 매출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시장 규모가 달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프리즈에 출품된 고가의 작품을 사기 위해 국내외 컬렉터들의 키아프 매입력도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갤러리들은 해외 유수 갤러리와 경쟁을 하게 된 상황 속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프리즈를 방문한 해외 컬렉터들이 키아프까지 방문하며 한국 갤러리와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의 큰 손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고가의 작품도 다수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키아프의 공동 개최는 명암을 모두 지니고 있는 행사였다. 홍콩 미술 시장이 위축되면서, 아시아 미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할 듯 하다.